대지진 피해액 238조원 육박 기업 510여곳 줄도산 유로존·美위기 엎친데 덮쳐
신재생에너지·자원개발 등 일본 산업계 무게중심 이동 합종연횡으로 체질개선도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경제 구조를 바꿔놓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디플레이션 등 고질병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에 원전 사고까지 겹치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건물과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산업시설 피해는 모두 17조엔에 육박했다. 대지진의 여파로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했다.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일본 제조업도 큰 손실을 봤다.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 등 대기업들도 최악의 적자에 빠졌다. 2010년 4.4%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작년 -0.9%를 기록했다. 이는 2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무역수지도 31년 만에 적자로 적환했다.
일본 정부는 피해 복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대외 악재가 겹친 탓에 여전히 고전 중이다.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 ‘6중고’=일본 대지진은 일본 경제를 소용돌이에 빠트렸다.
일본 정부 추산에 따르면 재해로 1만90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피해액은 17조엔(약 238조원)에 육박했다. 피해 지역 일대 기업의 생산 공장과 공급망은 마비됐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공정이 멈추는 바람에 510여개 기업이 줄도산했다.
일본 정부는 재해를 복구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총 14조5000억엔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편성했지만, 아직 효과가 미미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가 ‘6중고’를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지진 발생 이전부터 계속된 기업의 과중한 세부담, 무역자유화 지연, 노동 및 환경 규제, 원전사고로 인한 전력난이 겹쳐 기업 경영환경은 최악이다.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물가가 크게 오른 와중에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등 악재가 겹쳐 회복 속도도 매우 느리다.
2010년에 가까스로 3%대를 회복한 일본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급감하고 에너지 수입이 확대된 탓에 무역수지도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추경예산 편성의 후유증으로 국가 재정건전성도 악화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장기 채무액은 2010년 말 862조엔에서 지난해 903조엔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940조엔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들 일본 엑소더스=일본 기업은 지진으로 인해 전력난, 제품 공급이 단절되는 상황이 지속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생산거점을 동남아 등지로 옮기고, 성장성 높은 신흥국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해외기업 인수ㆍ합병(M&A) 대상 건수 중 아시아 지역 비중은 43%로,2001년 28%에 비해 15%포인트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북미지역 비중은 47%에서 24%로 23%포인트 감소했다.
일본 산업계는 신재생에너지와 해외자원 개발, 인프라 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합종연횡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도 병행된다.
산업별 변화에 대해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분산형 생산시스템 구축과 신흥국 공략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ㆍ전자 산업은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래 유망산업 분야로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이 엔고를 등에 업고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된 규모로 신흥국과 해외 M&A시장을 잠식하면서 앞서 진출한 한국 기업과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일본을 거울 삼아 전력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해외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앞당겨 일본의 기술선점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반사이익 뚜렷=일본 대지진은 한국 경제에 기회였다. 지진이 발생한 후 대(對)일본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자동차나 반도체 등의 산업이 경쟁우위를 점했다. 일본 기업들의 한국 직접투자 건수가 늘어난 동시에 일본 관광객도 급증해 경제에 보탬이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일 수출 증가율은 2010년보다 11.4%포인트 오른 40.8%를 기록했다. 수입 증가율은 줄어 무역수지 적자가 전년대비 75억달러 정도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반사이익은 컸다. 지난해 일본 완성체 업체의 생산은 전년보다 12.7% 감소한 반면 국내 회사들의 생산은 9.0%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과 유럽에서 약진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회사들의 경쟁력 회복에 대비하면서 거꾸로 일본 내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