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馬英九) 얼굴에 미국산 쇠고기를 던져라”

7일 오전 대만농촌전선 등 수십개의 민간 단체들이 마잉주 총통의 초상화에 쇠고기를 투척하는 가두 시위를 벌이는 등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대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8년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한국을 덮쳤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오는 5월 집권 2기가 출범하기도 전에 마잉주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대만 정부는 지난 5일 밤 락토파민 잔류 쇠고기 수입을 ‘조건부로 허용한다’는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2007년 이후 중단된 미국과의 연례회담 재개를 위한 조치다. 락토파민은 소나 돼지의 체지방을 줄이고 육질을 좋게 하려고 사용하는 사료 첨가제로 미국과 호주에선 허용되고 있으나 대만, 중국, 유럽연합(EU) 등 150개 국가는 금지하고 있다

양국은 1994년 9월 무역투자기본협정(TIFA)에 서명한 뒤 매년 회담을 개최했으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분쟁이 생기면서 2007년 회담을 중단했다. 이어 회담 재개 노력이 계속돼 왔으나 대만이 지난해 1월 락토파민 염산염 검출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차 중단하면서 대화채널이 복원되지 못했다.

미국과의 관계 증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마잉주 총통은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추진하고 나섰고, 대만 야권과 시민단체는 마잉주와 미국 정부의 ‘밀실 거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대만 전체가 쇠고기 파동으로 들썩이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진당은 7일 “대만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금지 약물인 락토파민이 잔류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키로 한 것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며 현 내각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진당은 “마잉주 정부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지난 1월 총통선거 때 미국의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사전에 이를 약속했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미국은 대만인에 대한 비자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등 마잉주 총통을 공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제3정당인 친민당도 당국이 제출할 예정인 관련 식품위생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거부하고 다른 야당과 연대해 내각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만 축산 농가와 시민단체들의 시위는 그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8일 대만 입법원(국회) 앞에서는 2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2006년 천수이볜 전 총통 퇴진요구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다. 소비자협회, 여성연맹 등도 반대 피켓을 들고 일어섰다.

이번 법안은 대만 입법원(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새로운 정권 초기부터 집권당과 야당이 날카로운 대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취임 초부터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면 향후 민심 이반 가속화를 돌이키기 힘들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건부 허용’이라는 목표를 얻어내야 하는 등 마잉주 2기 정권이 출범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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