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교각 밑에 남자가 엎드려 누워있어요.”
지난 14일 오전 8시 39분. 한 시민의 신고전화가 영등포 소방서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는 마포대교 전망대 밑 교각 우물통(교각 밑 넓은 공간)에서 꽁꽁 언 남자의 시체를 발견했다.
이 남자는 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또 두 팔로 가슴을 감싸 안은 상태였다. 점퍼, 바지, 신발 등을 모두 착용한 모습이었다. 출동했던 한 구조대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이 남성의 사인은 익사 및 동사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19일 “남성의 폐에 물이 차 있었다”며 “일정 부분 물을 먹은 후 우물통으로 기어 올라와 밤새 추위에 떨다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의 추정대로라면, 야간에 남자는 홀로 마포대교에 올라 한강물에 몸을 던졌다. 자살을 시도한 것. 그러나 한 겨울 강물에 한기를 느끼는 순간 남자는 본능적으로 교각 우물통을 찾아 올라왔다. 남자는 우물통 시멘트 위로 자기 몸을 끌어 올렸다. 신체적 충격과 정신적 쇼크로 남자는 순식간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을 수 있다. 남자는 교각에 몸을 엎은 채 의식을 잃어 갔다.
자살을 시도했지만,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쳐도 이 남성의 목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다.
그는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경찰 관계자는 “해당 남성의 신원은 정확히 밝힐 수 없으나 행적이 추적되지 않을 정도로 떠돌이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 흔한 휴대폰도 없이 살아 온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남자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은 “남자가 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며 “현재 연락이 닿은 가족들이 남성의 신변을 확인하러 오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의 자살 사례는 특별하지 않다. 한강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2011년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한 해에만 모두 193명이 한강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이틀에 한 명은 한강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셈이다. 이 수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김기보 영등포소방서 수난구조대 소방사는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소방사는 “투신 자살하는 사람을 구조하는 작업은 익숙해지기는 커녕 매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자살자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을 떠올리며 제발 다시 한 번만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