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오르곤 기계’(La Machine a orgones ne meurt jamais)

미국 건축가 폴 라폴리(Paul Laffoley)는 뉴욕의 쌍둥이빌딩 광장인 그라운드 제로에 외계인들의 신전을 짓고 싶어했다. 그의 프로젝트, 성적 에너지를 지칭하는 ‘오르곤’을 만들어내는 모터 설치는 채택되지 않았다.

1922년께 프로이트의 가장 뛰어난 제자이자 빈 정신분석종합병원 수석 조수였던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는 인간들을 행복하고도 강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오르가슴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쾌락’이라 규정한 것을 그는 ‘오르곤’이라 명명했다.

“빌헬름 라이히는 1933년부터 오르곤에 대한 연구에 매달리면서 사적인 의료 행위를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 오르곤 에너지가 오르가슴을 느낄 때만 발산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기초가 되는 생명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처에 존재하면서 존재의 근거 자체를 이루는 일종의 우주적 힘을 의미한다고 라이히는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해악은 오르곤의 흐름을 차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라이히는 오르곤을 포착하고 이용하며 개발하는 방법, 요컨대 그것을 총체적으로 조작하는 방식에 연구를 집중시켰다.”

자신의 책들을 불태운 나치, 그리고 자신을 미친 사람으로 간주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불화를 겪으면서도 빌헬름 라이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생명력을 지니는 동시에 리비도를 드러내는 오르곤 에너지를 포착한 다음, 그것을 광선 형태로 바꾸는 기계를 발명해내고 싶었다.

1939년 미국으로 망명한 라이히는 암을 치료하고 폭풍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오르곤 축전지를 만들어내는데, CIA가 연구를 재정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그는 광기에 사로잡혔다고 매도당한 후 투옥됐고, 책들이 모두 불태워지는 고초를 치렀다. 라이히는 1957년 감옥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했다.

오르곤 기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10여명의 사람이 이 기계에 대해 연구 중이다. 그들 대부분이 매뉴얼의 대가인데, 나머지는 폴 라폴리를 위시한 예술가들이다.

라폴리는 매사추세츠 주의 아일랜드계 가정에서 1940년에 태어났다. 생후 6개월 때 ‘콘스탄티노플’이라는 첫 마디를 뗀 뒤 그는 4세가 될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병명은 ‘가벼운 자폐증’이었다. 청소년이 되자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해 그는 8차례에 걸쳐 전기 충격 치료를 받았다. 한 달 후인 1961년 7월 라폴리는 생생한 꿈을 꾼다. 형언하기 어려운 총천연색 꿈이었는데, 그는 그림을 통해 그때 꿈을 재현해내려 했다.

라폴리는 당시 장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난 평소 토요일과 마찬가지로 뉴스버리 스트리트를 따라 윈도쇼핑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뉴스버리 거리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에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는 화랑들이 보였는데, 이름은 알파 화랑과 오메가 화랑이었습니다.

난 그 안으로 들어갔지요. 갑자기 별세계 같은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화랑은 사람들로 바글거렸지만, 사람들이 나를 본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들은 살아 있는 조각품을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수십년 전부터 예감하던 것이 눈앞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다른 세상으로부터 건너온 피조물은 예술과 진화 과정의 최종적인 형태였지요. 조각은 ‘빛의 육체’를 하고 있었는데, 죽을 뻔하다가 목숨을 되찾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피조물은 곧 나 자신으로 변하면서 나를 쳐다봤는데, 덫에 걸렸더라면 나 역시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나는 울부짖다가 꿈에서 깨어났지요.”

라폴리는 신비주의자가 됐다. 하버드 디자인스쿨에서 퇴학당한 후 그는 유명 조각가 미르코 바셀델라(Mirko Baseldella)와 혁명적인 건축가 프레더릭 키슬러(Frederick Kiesler)의 조수를 차례로 거쳤다. 1968년에 그는 45㎡ 크기의 스튜디오를 얻어 ‘보스턴 예언자실(BVC)’이라고 이름 붙인 후 유일한 멤버가 됐다.

그곳에서 먹고 자면서 라폴리는 신비스럽게 자신을 떠나지 않고 있는 미래의 꿈을 형상화한 그림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는 미래의 일들에 대한 이상한 ‘무의식적 기억’이 자기를 ‘지배하고 있으며’, 자신 속에 ‘거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힐라트론’ ‘오르곤 모터’ ‘기묘한 선박’ ‘아스트라카키테라보트’ 등 만다라와 산업디자인을 뒤섞어 놓은 듯한 라폴리의 그림들은 극도로 정교한 논리를 보여준다. 모습은 우리의 테크놀로지를 완전히 전복시킨 형상들인데, 미래를 예측하고 현실을 가로지르게 해주는 영혼의 기계들을 표현하고 있다.

“폴 라폴리는 새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그의 발명품들은 과학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진보를 이룩할 수세기 후에나 인정될 것이다”라고 Disinfo.com 사이트는 선언한다. 하지만 폴 라폴리는 오랫동안 무명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kook’, 즉 미친 자로 간주하면서 비교(秘敎)를 믿는 예술가들과 동일시하고, 비행접시에 미친 사람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설명을 라폴리는 오히려 계시처럼 받아들인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린 시절 자신이 외계인들에게 납치됐다는 것이다. 라폴리에 따르면 자신은 유괴되고 납치된 500만명 중 한 명이었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외계인들이 규칙적으로 ‘방문하는’ 인물이 됐다는 것이다. 라폴리는 그 사실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 임플란트의 존재 여부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라폴리’라는 성(姓)은 이미 그를 초자연적인 존재와 관련을 맺게 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라폴리’라는 성은 ‘광기(狂氣)’를 뜻한다.

2000년 4월 11일 라폴리는 대문자로 작성한 다음 편지를 내게 보냈다. “내 이름이 고대 프랑스어로부터 유래됐고, 노트르담 대성당의 성요한 탑을 장식하고 있는 ‘악마’ 형상 석루조를 지칭한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드립니다. 나의 직계조상 중 한 분이 석루조 조각을 만들 때 포즈를 취했지요. 당신 기사를 쓸 때 이 일화를 꼭 언급해 주세요.”

(이미지는 라폴리의 작품들, 맨 아래는 월드트레이드센터 작품)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