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8일 이사회를 통해 ‘경제계 제언’을 내놓은 것은 9년 전의 유사한 케이스와 비교돼 주목된다.

전경련은 지난 2003년 8월28일에도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경제계 제언’이라는 제목의 경제계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당시는 경제위기 상황이 심각했다. 외환위기 극복 후 자생력을 키워왔지만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1.9%)로 추락하면서 재계의 위기의식이 극에 달한 때였다.

이에 재계는 미래지향적 기업개혁을 위한 제2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경제난국 극복을 정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증권 집단소송제나 공정거래 법규 등을 도입할 때 기업의 창의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특히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경제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살아날 수 있도록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경제가 좌우되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9년전 경제계 제언은 다소 공격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경제계 다짐은 다분히 수세적이다. 총선, 대선의 해에 펼쳐지는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와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반(反)기업정서의 완화에 큰 방점이 찍혀 있어 보인다. 정치권의 거센 공세에 위축된 재계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이번 다짐은 정부에 ‘무엇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상생에 기여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재계의 공감대 넓히기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계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자기 반성으로 출발한 상생 등의 강화가 현재로선 위기감 완화의 해답으로 보인다”며 “전경련 회원사들이 모여 발표문을 내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정치권 포퓰리즘 등이 극성해지면서 강하게 맞서기 보다는 재계 스스로 체질을 바꾸면서 반기업정서를 희석하는 게 순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며 “재계가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반기업 정책은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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