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세월과 권력은 총알 없는 권총처럼 공허했다.
지난 2월 2일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에 주연 최민식은 떨리는 손으로 권력의 그림자에 매달려 시종일관 불안해 보인다.
평범한 세관 공무원이었던 최익현(최민식 분)은 우연한 계기로 건달 최형배(하정우 분)를 만나게 되며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하지만 최익현과 최형배는 머리와 주먹을 합쳐 한 몸이 되자는 도원결의(?)를 맺지만 그들은 임계점을 찾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최익현은 자신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대로 손을 내밀어본다. 폼나게 살아보기 위해 위법을 행하고 그로 인해 느껴지는 죄의식은 잠시 보류한 채로. 하지만 최익현에게 결국 돌아오는 건 어두운 배신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켜줄 줄 알았던 총과 권력은 공허할 뿐이었다. 마치 “내가 이깄다, 이깄어”라는 최익현의 혼잣말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외로웠다.
최민식은 최익현 역할로 우리 시대의 돈 없고 빽(?)없는 대한민국 가장의 일면을 보여주며 이번 ‘범죄와의 전쟁’으로 다시한번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게 됐다. 그의 연기는 정말 살아있었다.
또 다른 주역인 하정우는 최익현과 같은 경주 최씨 충렬공파 일가인 건달 보스 최형배로 나왔다. 그는 영화 속에서 “대부님 지는 원래 사람을 잘 안믿습니더”라고 했지만 관객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에 대한 믿음은 이번 ‘범죄와의 전쟁’으로 더 두터워질듯하다.
조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배우 조진웅의 부산사람보다 더 부산사람 같은 유려한 그의 사투리 연기는 그를 진짜 건달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넘버 투 박창우 역을 맡은 김성균은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않을 만큼의 묵직한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범죄와의 전쟁’을 감독한 윤종빈은 이번 영화로 우리시대의 아버지상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은 가정 내에서의 아버지의 권위와 사회의 권력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맞물려 ‘생각하게 만드는’ 느와르 영화로 매듭지어졌다.
과연 ‘범죄와의 전쟁’ 속에서 외쳐진 최익현과 최형배의 다짐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으며, 무엇을 위한 약속이었을까. 최익현의 단면으로 대변된 총알 없는 권총은 우리 시대 아버지의 권위처럼 주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홍수연 인턴기자/ 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