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내 경기둔화·여론 반발 불구 최대 무역국 유럽 도외시 힘들어
수입규제·위안화 절상압력 완화 등 상응하는 반대급부 요구 전망높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베이징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해 ‘지갑’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에 과연 중국이 유럽 부채문제 해결의 ‘구원투수’로 나설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일 사흘간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줄줄이 중국을 찾으려는 유럽 정상들 가운데 메르켈 총리는 올해 첫 번째로 방중한 지도자다.
그의 방중 의제는 양국 간 경제ㆍ무역 협력 제고와 중국의 유럽 채무위기 지원, 중동 문제 등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최대 관심은 중국으로부터 유로존 지원을 위한 선물을 얻어낼 수 있을지다.
현재 유로존 구제기금 재원 규모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가용 잔액인 2500억유로, 7월 출범 예정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자본금인 5000억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 몫인 2000억유로를 모두 합쳐도 1조유로가 안 된다.
시장에서는 유로존 구제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충분한 방화벽 구축을 위해 2조유로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등이 구제기금 규모와 이에 따른 유로존 회원국의 분담액 증액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3조2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원 총리는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EFSF 등을 통한 지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지원금액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원 총리는 이미 지난해 9월 유로존 위기가 재점화하자 지원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로존에 대한 중국의 국채 매입과 투자확대 등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결국 유럽 구제를 위해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가장 큰 무역대상국인 유럽을 마냥 도외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계 큰손인 조지 소로스는 최근 신간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에서 국제 통화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할 수 없는 사정을 안고 있다. 경기둔화에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 주문은 격감하고 있고 긴축정책으로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다. 중국 내부에선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는 중국이 자국 경제발전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유럽 국가들에 나눠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유럽연합(EU)이 개혁을 명시하지 않는 한, 중국은 막대한 국채를 인수할 수는 없다”면서 “단순하게 돈을 쏟아붓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이 유럽 구제에 나선다고 해서 매듭이 간단하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지원방안을 내놓는다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를 반드시 요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국들이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중국 제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켜 달라고 요구하거나, 유럽 기업들을 유리한 조건으로 사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서방국들의 위안화 절상압력 중단을 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때문에 메르켈 총리가 이번 방중에서 올가을 권력교체를 앞두고 사회안정을 우선시하는 중국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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