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앵겨…”“ 남친 없음…”
“포옹으로 상처치유”의미퇴색
“일부서는 성추행 논란까지
‘프리허그’(Free Hugs)가 요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포옹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된 ’프리허그 캠페인’이 10대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놀이문화로 바뀌면 문제가 없지만, 탈(脫) 놀이 시도로 각종 성추행 논란까지 일고 있어 경찰은 물론 학교 등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 5일 서울 번화가인 명동 주변 상권. 오후 4시께, 10여명의 10대들이 명동예술극장앞에서 프리허그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남학생들은 남학생끼리, 여학생들은 여학생끼리 그룹을 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프리허그 합니다’라고 외쳤다. 곧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가서 가벼운 포옹을 한다. 일부는 처음 만난 사람치고는 꽤 노골적인 포옹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Free Hugs”라는 팻말만 아니라 “안아주세요 추워요”, “여자만 앵겨”, “남친없음” 등 위험수위를 오가는 팻말 등도 다수 등장했다.
프리허그를 하던 J(16)양은 “집에 있으면 잠만 자요. 나와서 애들이랑 같이 놀면 재미있잖아요”라고 말했다.
J 양이 직접 만든 팻말에는 “프리허그 솔로 대환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K(17)군은 한층 더 노골적이다. 김군은 “프리허그를 하다 보면 여자친구를 사귈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프리허그 본래의 의미는 퇴색되고 동성ㆍ이성친구를 사귈 수 있는 10대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뒤바뀐 것.
이날 명동거리를 오가던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10대 사이에 프리허그가 유행을 했다는 것. 포털사이트 등에서 프리허그를 한다는 글이 올라오면 댓글을 달고 전화번호를 교환해 함께 모이는 식이다.
포털사이트에서 프리허그를 쳐보면 대구 동성로, 부산 남포동, 서울 명동, 홍대 등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프리허그를 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 볼수 있다.
프리허그가 10대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가 되고 있지만, 이들을 보는 시선은 꼭 곱지만 않다. 지난달 30일 명동에서는 프리허그를 하던 학생들이 민원을 받고 달려온 경찰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인근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L(27ㆍ여)씨는 “지난 12월 31일에는 100여명의 아이들이 나와 프리허그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움직이지도 못했다”며 “프리허그의 의미를 이 학생들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과 프리허그로 모여 명동 등에서 밤을 새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일부터 명동에서 있었다는 경기도 양평에서 온 K(17)군의 경우는 “멀리서 오기도 하고, 종종 집에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일부에서는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어린 중ㆍ고 여학생이 프리허그 팻말을 들고 있을 때, 나이가 들어 보이는 대학생이나 직장인 남성이 여학생을 안으며 못된 손을 놀리는 것.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제 다시 프리허그 안하겠다는 여고생이 “프리허그 해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가슴을 만져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은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최근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하는 학생들의 안전사고와 탈선행위가 우려되자 지난 6일 지역 9개 중고교, 중구청 등 관련기관이 참석한 학교 폭력근절을 위한 대책회의에서 프리허그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프리허그가 서로 정을 나누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요즘 같이 학교폭력이 우려되는 시기에 탈선이나 불건전한 이성관계 혹은 선ㆍ후배 간에 강요되는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병국 기자> / coo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