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식과 살림살이

“경제성과 대부분 상위1%몫”

중산층, 금융자본에 불신감

연령대 낮을수록 강도 높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짧은 문구로 대변되는 미국 월가의 금융자본 반대 시위에 대해 ‘F세대’(1966~74년생)는 가장 적극적인 지지를 나타냈다.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 시기에 있는 F세대가 경제적 성과의 대부분을 상위 1%가 독점하고 있는 데 대해 다른 세대보다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케이엠조사연구소에 의뢰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월가의 금융자본 반대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F세대의 ‘찬성한다’는 응답이 56.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18.2%에 그쳤다.

월가 시위에 대해 대체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찬성한다는 의견이 높은 가운데, F세대의 찬성률은 56.6%로 연령대가 동생뻘인 1975~92년생 응답자(52.6%)보다 4%포인트 더 높았다.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는 40.6%가, 1954년생 이상은 24.6%가 각각 찬성했다.

F세대는 대개 초ㆍ중ㆍ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가정으로 과중한 사교육비와 주택비용으로 고생하고 있다. 근로를 하더라도 높은 물가상승률을 임금상승률이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면서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F세대의 불만은 전체 세대 가운데서도 극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계층별로는 상류층과 중산층에서 월가 시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각각 65.2%와 48.6%로 높게 나타났다. 서민층과 영세민층의 찬성 의견은 40.6%와 25.4%로 소득이 높을수록 월가 시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이는 국내외적인 금융자본 비판론이 ‘공생’을 강화하는 경제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월가 시위 이후 국내에서도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4인 가족 기준 400만원이 조금 넘는 평균 소득을 올리고 있는 현실에서 비슷한 또래 여의도 금융맨의 ‘초과수익’을 올리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은 근로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는데, 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의 운용과 각종 수수료 수입으로 자본을 키우고 그 종업원은 연간 수억~수십억원씩 버는 것은 부당한 분배구조라고 인식을 갖고 있음을 이번 조사는 방증한다.

지역별로는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강원ㆍ제주(63.1%)와 봉급생활자 비중이 높은 수도권(50.7%)에서의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 호남권과 충청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높아 찬성 의견과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 성향 응답자의 찬성률이 54.1%로 ‘중도’(42.7%)나 ‘보수’(33.8%)보다 높았다. 보수 성향의 응답자는 반대 의견이 25.0%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성별로는 월가 시위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 남성이 각각 48.4%와 24.8%로 여성의 38.8%와 18.2%보다 높았다. 여성의 경우 ‘모른다’는 의견이 43.0%로 높아 월가 시위에 대한 인지도가 남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m.com

“빠듯한 살림에 저축할 여유 없다” 65%

저축·부채비중은 경제활동 참가 무렵부터 IMF의 칼바람을 맞은 F세대의 살림살이는 과연 빠듯했다. 역사를 돌아보아도,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요즘처럼 가난한 마흔 살은 드물었다.

전체 F세대 가운데 34.8% 정도만이 ‘저축이 부채보다 많다’고 대답했다. ‘저금해 놓은 돈이 빚과 비슷한’ 사람이 26.2% 정도 되지만, 나머지 30%는 ‘부채가 저축보다 많고’, 9%는 ‘부채도 없지만, 저축할 여력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65% 정도는 한달 한달 수입과 지출을 근근이 맞춰가는 삶을 살고 있다.

한창 돈을 벌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F세대지만 턱없이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높아지는 생활물가에 가계가 넉넉할 틈은 없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F세대가 걸쳐 있는 30대 가구주 가구의 71.6%와 40대 가구의 74.6%는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이어진 경제위기로 부채를 가진 가구의 비율은 1년 만에 각각 2.7%포인트, 3.3%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F세대의 3% 정도는 역시 1년 새 빚이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금융자산의 평가가치가 하락하면서 F세대의 빚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F세대의 가장 무거운 경제적 짐은 집이다. F세대의 80% 이상은 여전히 ‘자기’집 없이 전세, 월세, 사글세에 산다. F세대의 빚 대부분은 살집을 마련하기 위해 진 것이다. 담보대출을 받은 30대 가구주의 67%는 거주주택을 마련하거나 전(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졌고, 40대의 41.5%가 집 때문에 담보대출을 받았다.

자녀교육도 만만치는 않다. F세대는 평균 2명 수준인 자녀교육을 위해 월 25만원가량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는 다른 조사결과는 이들의 팍팍한 삶을 말해준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m.com

“은퇴이후 불안…개인연금이 대안”58%

국민연금外 노후대책

‘F세대(38~46세)’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노후대책이다. 바로 앞 선배들인 베이비붐 세대나 그 윗세대처럼 집 한 채 달랑 남겨놓고서 노후생활을 걱정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떻게 해서든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에 필요한 생활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헤럴드경제의 ‘세대 의식 변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F세대 10명 중 7명(69.8%)은 ‘국민연금 이외 다른 수단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베이비붐 세대인 49~57세 60.6%, 58세 이상 35%, 19~37세 46.2%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국민연금 이외 어떤 대안을 마련 중이냐’는 질문에 F세대의 58.2%는 개인연금을 꼽았고, 저축을 선택한 비율은 21.8%, 주식투자가 9.5%, 부동산이 6.3% 등이었다. 49~57세는 개인연금 50.5%, 저축 22.4%, 부동산 11.9%, 주식투자 11.2% 순이었고 58세 이상은 개인연금 37.7%, 저축 36%, 부동산 15.4%, 주식투자 4.6% 등이었다.

F세대가 노후준비의 수단으로 개인연금을 많이 선택한 것은 아직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기간이 윗세대에 비해 좀 더 길게 남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통 개인연금의 최소가입기간은 10년. 베이비붐 세대나 그 윗세대는 연금에 가입하고 싶어도 근속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퇴직 이후에도 개인연금을 불입할 능력이 된다면 다를 수 있다.

노후대책으로 부동산에 의존하는 비중이 젊을수록 떨어진다는 점도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 부동산이 노후대책의 수단이 되는 시대는 끝났음을 의미한다. F세대가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수령액은 10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