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을 갖고 싶어요.” “게임 머니가 부족한데 해결해 주세요.”
성탄절 초등학생의 응석일까 싶지만, 서울시가 운영중인 민원종합안내전화인 120다산콜센터에 걸려온 전화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관등성명을 대지 않았다고 관내 119 상황실 근무자 2명을 전보 인사조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논란의 근본적인 출발점은 장난 전화 탓. 상황실 근무자도 도지사 전화를 장난 전화로 오인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4만콜, 연평균 1000만콜. 과연 서울시 다산 콜센터에는 어떤 전화가 걸려올까. 2007년 1월 문 연 후 4년을 꽉 채우며 약 3500만콜을 접수한 다산콜센터에는 걸려오는 전화만큼 사연도 많다.
일단, 상담원들에게 쏟아지는 질문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교통이나 수도 관련 민원이 많지만, 다산콜센터를 ‘만물박사’로 믿고 의지해 일상 생활의 소소한 궁금증을 풀려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다산콜센터 관계자는 “상담원들이 상담 분야가 너무 넓은 것을 제일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상담원의 근무환경은 일반 공무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총 554명이 3교대로 일하며, 하루 24시간 체제 운영을 위해 저녁 7시에 출근해 아침 8시에 퇴근하는 야간조가 28명 정도 된다.
광범위한 질문에 대처하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면 답은 나오게 마련. 시민의 ‘비서’를 자처한 다산콜센터가 짊어져야 할 몫이기도 하다.
‘오늘도 시민에게 모든 걸 알려주는 만물박사가 되리라’는 포부를 안고 출근한 상담원을 좌절시키는 난제는 따로 있다. 바로 민원인들의 꼴불견 백태다. 친절히 응대하려는 상담원의 호의를 역이용한 이들과의 통화는 장시간 지리하게 이어지거나 폭언, 욕설, 협박으로 끝난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전에 다산콜센터에 있을 때 ‘밤길 조심하라’는 전화를 받은 이래 혼자 밤길을 걷을 때면 주변을 기웃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민원 중 가장 진저리나는 민원은 지속되는 반복 민원이다. 한 민원인은 한달간 366번 전화해 서울시청과 구청의 행정 전반에 대해 질의하고 안내가 미흡하면 민원을 다시 제기하며 민원 릴레이를 이어갔다. 일정 시간대를 골라 한달간 시간당 평균 40개의 문자를 전송하며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 상담원에게 “애인이 되어달라”거나 ‘적인 단어를 검색해 달라는 민원은 고전에 속한다. 만취해서 택시를 보내라거나 생활고를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다. 버스가 정확한 시간에 오지 않는다며 1분마다 전화해 욕설을 내뱉는 사람, 아무 내용없이 욕설만 하고 끊는 사람도 있다. 팬더와 기린을 갚고 싶다거나 집에 TV가 안 나오니 고쳐 달라, 게임머니를 달라는 민원도 있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