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의 한반도 어디로…전문가 긴급진단
대화·경협 대북사업·정상회담 불투명 남북 정상회담이나 경협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일치했다. 정상회담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고, 남북 경협 역시 당분간은 경색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아직은 미완에 그쳤다는 것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본 주된 이유이며, 아직 상중인 만큼 김정은 체제가 남북 경협 등 대외관계에 신경을 쓸 만큼 여력이 없다는 것은 남북 경협 활성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로 꼽혔다.
임창호 고신대 교수는 “김정은 후계 체제가 완전히 옹립된 것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은 아직은 너무 먼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경협과 관련해서도 일단은 장례 절차를 잘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 전문연구원은 “북한은 현재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대북 봉쇄 정책인 5ㆍ24 조치 이후 북한이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며 “남북 경협도 현재와 같은 경색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사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었지만, 같은 해 7월 김일성이 급작스레 사망함으로써 정상회담은 무기한 보류됐다. 이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은 6년이나 지난 뒤인 지난 2000년에 만났다.
군사적 긴장 내부결속용 핵실험 가능성 남북 간 군사적 긴장관계에 대해선 2명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본 반면, 3명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정적일 것이라 전망한 이유는 대체로 국상 중인 북한이 당분간은 대외적인 군사 긴장관계를 높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 작업에 실패할 경우 대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군사적 위기를 의도적으로 기획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내년 2월은 김정일의 70회 생일, 4월엔 김일성의 100회 생일이 예정돼 있다. 북한은 전력을 다해 이 두 행사에 집중할 것”이라며 “남한이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군사위기가 높아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 전문연구원은 “애기봉 점등탑 등 남한이 하고 있는 북한 자극 상황이 우려스럽다. 북한이 민감한 상황인데 북을 자극할 필요가 있겠나”고 말했다.
군사적 긴장관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 내부의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북한이 대외적 위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심할 경우 핵도발이나 미사일 실험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남북 모두에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군사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체제 결속을 위한 의도적 위기를 북한이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예측했다.
對中관계 체제안정 담보 긴밀관계 유지
김정은 체제에서의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가 더 긴밀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체제 이양의 불안정성을 중국이 담보해주고, 북한도 최대한 이에 대한 예우를 중국 측에 해주면서 김일성ㆍ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역시도 중국을 ‘형님 국가’로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도발 자제를 요청할 것이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정세 불안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세 차례에 걸친 북ㆍ중 합의서를 더욱 충실하게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 전문연구원도 “중국은 북한 사회 혼란을 바라지 않는다. 중국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며 “김정은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방중했다. 김정일은 방중 때 중국으로부터 ‘대를 이어서 양국이 협력하자’고 말했었다. 북ㆍ중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김정일은 집권 시절 수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김정일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측근 수십명과 함께 중국 베이징을 거쳐 양저우까지 가서 중국의 변화된 모습을 시찰하는 등 중국과의 변함없는 우호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ㆍ중 우호관계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변함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對美관계 UEP중단땐 대규모 식량지원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은 미국과 어떤 관계를 이어갈까. 북한은 최근 베이징, 뉴욕 등에서 미국과 막후 외교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19일에는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잠정 중단하고,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식량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정일 사망 직전까지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긴밀한 대화 채널을 가동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사망 정국이 끝나는 시점을 기해 북한이 김정일 체제에서 유지했던 북ㆍ미 대화 채널을 이전 수준으로 원상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일성 사망 이후 3년 동안 ‘유훈 체제’로 김정일 체제가 유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정은 체제 역시 김정일 유훈 체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김정일 사망 직전까지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긴밀한 대화를 해온 만큼 북ㆍ미 관계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큰 악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김일성이 지난 1994년 7월 사망했다. 그 후 불과 두 달여 만에 김정일 체제하의 북한은 제네바 합의에 서명했다”며 “통치구조 변화가 때로는 북ㆍ미 관계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었다”고 분석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립된 다음 미국 관계를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고,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 체제 때 미국과 가져왔던 관계가 김정은 체제에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