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4개월 앞두고 정치권 쇄신·통합 과정서 극심한 내홍…완전개방형 국민참여 경선도입 논의‘솔솔’
선택 여지없는 野
정당기반 약해져‘ 국민의 힘’활용 필연적
야권 통합시‘ 지분 나누기’시비 피하고
정치 신인 발굴에 전람회 효과까지
등 떠밀리는 與
손에 피 안묻히고 공천 물갈이 가능
‘국민이 뽑는 후보’명분쌓기 골몰 비판속
선거법 개정없인‘ 역선택’부작용 우려도
여야 정치권이 쇄신과 통합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19대 총선이 4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당내 갈등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총선 모드’로 돌입해야 하는 시기다.
여야 모두 ‘안풍(安風)’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방법론에 골몰하는 가운데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를 대안카드로 빼들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완전개방형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후보 선출권을 당원이 아닌 국민에게 개방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나라당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여야 양측이 공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은 이미 야권통합 추진과정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로 총선 후보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여야 모두 ‘오픈 프라이머리’를 대안으로 내세웠을까.
▶ 野 “야권 통합 진통 최소화, 필연적 흐름”=야당은 상대적으로 여당에 비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적극적이다. 사실상 민주당은 당의 울타리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 야권통합의 진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주당의 기득권을 내놓고 자율 경쟁에 맡기자는 취지다. 11일 민주당 통합 전당대회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총선 후보 경선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김부겸 의원은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제 불가피하다. 전략공천(상대당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공천)과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할 약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은 출마를 원하는 이들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 이번 통합의 대약속”이라고 밝혔다.
야권이 현 시점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온 것은 실제 당의 개념이 사라지고, 당권을 완벽하게 장악한 개인이나 세력의 부재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당 체제로 선거를 치러봤자 안 될 게 뻔한 게임”이라며 “정당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국민의 힘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진공 상태를 ‘국민의 힘’으로 채운다는 ‘아름다운 명분’도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야권통합 시 ‘지분 나누기’ 등 시비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오픈 경선을 통해 당내 기득권 세력들 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인식을 벗으려는 의도도 있다. 또 정치 신인이 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지적과 달리 정치 신인을 발굴하는 계기가 된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일종의 ‘컨벤션(convention) 효과’ 노리기”라며 “전대나 경선 한 번 치르면 별 인지도 없던 후보도 얼굴을 알리고, 이목이 집중되는 등 ‘전람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기에 국민이 직접 후보를 뽑는다는 명분 쌓기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라는 것이다.
▶與 “떠밀리듯, 공천 물갈이의 유일한 대안”=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야당 측과 달리, 여당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시각차가 뚜렷하다. 여권은 ‘전략적인’ 고려라기보다 ‘떠밀리는’ 분위기에 가깝다. 인위적으로나마 공천 물갈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는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적극 주장해왔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1996년, 2004년 총선 공천이 모범 공천모델로 평가받지만, 국민의 정치 참여가 활성화된 현 시점에서 이는 과거식”이라며 “후보를 3배수로 뽑는 과정까지는 당이 역할을 하고, 최종 결정권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 의원도 “가능하면 완전 국민경선제를 실시해서 샤워식이 아니라 분수식, 밑에서 올라오는 공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50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지역구를 오픈 프라이머리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친이계 한 의원은 “오픈 프라이머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확정도 해야 하고 할 것도 많은데, 여아같이 한날에 국민 경선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라면서 “더 큰 문제는 현재 오픈 프라이머리를 추진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실현 여부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후보’라는 정치적 수사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명분 쌓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이 들고 나온 오픈 프라이머리 카드는 ‘국민이 직접 한다’는 명분으로, 손에 피 안 묻히고 후보를 골라내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오픈 프라이머리의 明暗…상향식 투명 공천 VS 현역 프리미엄=오픈 프라이머리는 당원이 아니더라도 선거권을 가진 국민 누구나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국민의 정치 참여 욕구를 반영한 정치실험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편화된 오픈 프라이머리를 한국 정치 실정에 맞게 변주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당의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밀실 공천, 공천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히는 반면, 새로운 세력보다는 기성 정치인의 현역 프리미엄이 더욱 공고해진다는 비판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정당 정치의 기본인 진성당원제와 충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희 교수는 “한국의 경우 정당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진성당원의 의미를 부정하는 꼴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여야 합의에 의한 선거법 개정이다.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경선을 치른다는 법적 규정이 없을 경우 타 정당 지지자가 특정 정당 경선에 참여,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찍는 ‘역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