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 3인의 동반 사퇴로 벼랑끝에 몰린 홍준표 대표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최고위원들을 향해 거친 칼날을 세웠다. 홍 대표는 “당이 이렇게 힘들 때 소금을 뿌리냐”고 비판했고, 이에 사퇴한 최고위원들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홍 대표는 7일 정책의원총회에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홍 대표는 “입으로만 개혁하고, 당내 문제가 있을 때 상처를 보듬을 생각은 안하고 소금을 뿌린다”며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에 따르면, 이날 의총장을 벗어난 홍 대표가 당대표실로 들어간 뒤에도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원희룡 위원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의총의 비공개 진행을 알리자, 원 위원이 회의를 공개요청했고, 홍 대표는 언잖은 심기를 드러내며 “기자 회견 안 했냐”고 되받았다.
의총 중간에 기자들과 만난 원 위원은 홍 대표가 사표를 반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착각도 유분수다. 누가 누구에게 사표를 내고 반려를 하냐. 왜 저희가 대표에게 사표를 냅니까?”라며 “역시 반려라는 용어 자체가 그 분의 후진적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당장 두 세 발자국도 못 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홍 대표의 부족한 리더십을 비판했다. 유 위원은 “그동안 당을 이끌어가면서 홍 대표가 중요 고비마다 보여줬던 부분에 대해 저도 실망을 했다”는 말로 홍 대표에게 일침을 가했다.
유승민, 원희룡 위원이 사퇴 기자회견을 할 때, 대표를 찾아가 동반 사퇴를 권유한 남경필 최고위원은 홍 대표의 “나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얘기를 듣고 ‘당이 도저히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남 최고위원은 “내부에서 (혁신을) 해보려고 했는데 계파의 장벽, 당 대표가 갖고 있는 인식의 차이 때문에 그 공간을 도저히 열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상황이 점차 홍 대표와 사퇴한 위원들 간 치열한 신경전으로 번지면서, 홍 대표가 ‘식물대표’로나마 자리를 보전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홍 대표가 쉽사리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상황에 대해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8일 트위터에 “사람은 물러날 때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 어차피 물러날 분인데,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이며 한나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우리 홍 대표” 라며 홍 대표의 버티기 행보를 꼬집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