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3회> 열망을 품은 도전 36
“신 여사님… 발랑스에서는 방을 하나만 잡으면 안될까?”
“무슨 말씀예요? 한승우 실장도 있고, 더구나 내 딸 한솜이가 두 눈 똑바로 뜬 채 지켜보고 있을 텐데 방을 하나만 잡으면 어쩌려고요?”
“제비가 날면 곧 봄이 찾아온다는 것쯤은 그들도 잘 알거예요. 그들도 우리 둘이서 홀랑 벗고 골프 친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테니…”
“선문답 하지 마시고 의중을 똑바로 밝혀 보세요. 강 프로님은 그런 모습이 답답해요.”
“이왕 이렇게 됐으니 톡 까놓고 밝혀 버리자는 거지요. 커밍아웃!”
강준호는 대뜸 신희영에게 다가가 양팔로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신희영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커밍아웃이라… 너무 난해하고 무거운 화두를 던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볼 장 다 본 남자가 달라붙는 꼴이 거슬렸기 때문일까?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전면전을 선포하자는 겁니다.”
“전면전? 뜬금없이 커밍아웃은 뭐고 전면전은 또 뭐예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버틸 건 버티자는 얘기지요. 신 여사께서 발랑스로 찾아가려는 이유를 낸들 모르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아드님 호성이를 빼앗아 와서 골프선수로 전향시키려는 생각인 거 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호성 군을 골프선수로 만들려는 진짜 이유가 뭔지도 나는 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속마음을 한솜 양에게 톡 까놓자 이 말입니다. 그런 뒤에 나와 힘을 합쳐서 유민 회장과 한 판 뜨자고요.”
사실 강준호는 유민 회장과 전면전을 벌이기 전에 우선 신희영과의 전면전부터 치를 생각이었다. 교두보부터 확보해야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법. 유민 회장을 확실하게 엿 먹이기 위해서는 신희영의 마음을 후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금 신희영은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더이상 망설일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우리 호성이를… 빼앗아요?”
“그럼요. 유민 회장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호성 군을 빼앗아 와야지요. 호성 군이 보유한 유민그룹의 지분이 무려 18% 아닙니까? 신 여사께서 호성 군을 차지하려는 이유가 주식 18% 때문 아니었습니까?”
강준호는 여태껏 발코니에 서있던 그녀를 숙소 룸 안으로 잡아끌었다. 호소는 이성적으로! 행동은 동물적으로! 그는 신희영의 고민거리를 찾아내어 자문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녀의 귓바퀴에 뜨거운 숨을 내뿜는 양동작전에 돌입하는 중이었다.
“한솜 양에게 톡 까놓읍시다. 한솜 양도 9%의 주식을 가졌잖아요. 그러니 톡 까놓고… 한솜 양에게 도움을 청합시다. 나도 목숨을 다해서 신 여사님을 도울게요. 그렇게 연합하지 않으면 호성 군을 유민 회장에게 빼앗기고 말 거예요. 그러면 유민 회장과 이혼하는 날… 신 여사는 알거지가 되는 겁니다.”
강준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에 뉘며 속삭였다. 그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기 위해서는 적어도 3단계 공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쯤은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두려움을 일깨워주는 것이 제 1단계였다. 그 다음엔 분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두려워하고 분노하다 보면 그녀는 강준호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 순간에 3단계로의 진입… 뜨겁게 몸을 섞으며 진심을 나누자는 전략이었다.
“이혼할 때 현금 200억원과 주식의 반을 받기로 했는데요?”
“그 말을 믿어요? 냉혹하기로 소문난 유민 회장이 순순히 200억을 내놓고 소유주식의 반을 뚝 잘라 줄 거라고요? 고용한 변호사만 해도 몇 명인 줄 아세요? 내가 미쳐, 정말.”
강준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질문이나 대답은 입술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입으로는 1단계의 전략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손가락으로는 어느새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톡톡 풀어내는 중이었다.
신희영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유민 회장과의 이혼문제를 떠올리며 치를 떨고 있었다. 머릿속은 냉정하게 ‘계산 중’이었지만 서서히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재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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