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재정위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사임설에 휩싸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총리가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의회의 예산안 표결에서 집권 연정이 과반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면서 사임압력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은 신뢰를 잃은 총리의 사퇴를 반겼지만,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이를 해결할 강력한 리더십이 시급한 실정이다. 격랑을 헤치고 조금씩 나아가는 유로존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이 어렵다.
▶베를루스코니 결국 낙마=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일(이하 현지시간) 이르면 다음주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개혁 조치가 의회에서 통과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하원에서 치러진 2010년 예산 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예산 승인안은 재적 630석 가운데 308표를 얻어 가결됐지만, 정권 유지에 필요한 다수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표결 직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그는 “총리직 사퇴가 이탈리아의 부채를 줄이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공식 사퇴 시점은 EU에 약속한 경제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는 다음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달말 연금수령 연령을 2026년부터 67세 이상으로 높이고 근로자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의 개혁안을 제시했다.
▶이탈리아 정국은 어디로?=베를루스코니 총리 사임 후 이탈리아 정국은 정파간 협의 결과에 따라 여러 시나리오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현 중도우파 연정 확대, 거국내각 구성, 의회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내각을 이끌 인물로는 집권 자유국민당의 조정자 역할을 해온 지아니 레타(76) 내각차관과 최연소 법무장관을 지낸 안젤리노 알파노(41) 자유국민당 사무총장, 여야의 고른 신임을 받는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대 총장 등이 거론된다.
정치권 내에서 거국 내각 구성이나 연정 확대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현 정부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13년 이전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조기 총선은 내년 1,2월에 치러질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치권이 어떤 경로를 택하더라도 경제위기 악화를 막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개혁의 실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유로존 위기축...EU 개혁이행 감시= 이탈리아를 둘러싼 시장상황은 연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위험지대인 7%대에 바짝 접근했다. 이에 EU가 이탈리아가 개혁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EU의 올리 렌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8일 유로 재무장관 회담이 끝난 직후 “핵심은 이탈리아 상황이 매우 걱정된다는 것”이라면서 “채권 시장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행위 조사팀이 이탈리아가 약속한 재정 감축과 경제 개혁을 이행하는 지를 9일부터 로마에 상주하며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정상들도 이탈리아가 정부 차원에서 지출을 줄이고 세수를 늘리는 강도높은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8%에 달한다. 유로존 다른 국가의 국가부채 비율을 보면 그리스 142.8%, 아일랜드 96.2%, 포르투갈 93%, 스페인 60.1%, 프랑스 81.7%, 독일 83.2%, 영국 80% 등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