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7회> 열망을 품은 도전 10

누드 골프장으로 향한다는 들뜬 마음에 신희영의 행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 늦잠을 자고 있던 한솜이를 흔들어 깨워 발랑스로 떠날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한승우 실장도 잠결에 날벼락을 맞긴 매일반이었다.

“싫어요, 난 엄마 따라서 골프칠거야.”

잠시 동안 침대를 뒹굴며 이렇게 버티던 한솜이는 웬일인지 스프링이 튀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 생각해 보니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 여겨진 때문이었다. 한승우 실장과 단 둘이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니… 이런 경사가 어찌 제 발로 굴러든단 말인가. 그녀는 즉시 발랑스로 떠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서둘렀다.

“한 실장은 왜 그렇게 동작이 굼떠요? 소 죽은 넋이라도 덮어 씌웠는지 원, 답답하기도 해라. 리옹으로 가는 비행기 출발 시간이 세 시간 밖에 안 남았어. 세수만 후딱 하고 어서 짐 꾸려요.”

이미 불은 붙었는데 신희영은 기름마저 콸콸 들이 붓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재촉할수록 신나는 사람은 유한솜이었다. 비록 인공호흡을 빙자한 행위였지만 하와이 해변에서 한승우에게 맨 젖가슴을 내준 후유증이 이리도 큰 것일까? 유한솜은 그날 이후, 한승우의 모습만 보아도 가슴이 벌렁벌렁, 한승우의 목소리만 들어도 맥박이 벌떡벌떡… 모든 게 장난이 아니었다.

“조 차장, 당신이 무슨 실수를 한 줄 알아요? 애초에 리옹에 숙소를 정했어야 마땅한데 수 백리나 떨어진 니스에 방을 구했기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우는 거라고요. 마음 같아선 리옹으로 가는 비행기 삯을 조 차장 월급에서 까고 싶지만… 이번엔 용서하기로 했어요. 대신, 우리 한솜이와 한승우 실장이 몬테카를로 경기를 제대로 보고 아울러 오빠를 만나볼 수 있도록 잘 챙겨보세요. 그리고 천 부장… 천 부장 어디 있어요?”

신희영은 이렇게 사방을 쏘다니며 성화를 해대고 있었다. 이 모든 행위가 한 시간이라도 빨리 라제니 골프장으로 향해서 누드 골프를 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결과였다. 속마음을 능청맞게 숨기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유한솜이 훨씬 고단수인 셈이었다. 유한솜은 한승우와 단둘이 떠나게 된 기쁜 마음을 행여 들키지나 않을까 연막을 치기도 했으므로.

“글쎄, 난 엄마 따라다니면서 골프 칠거라니까?”

유한솜이 이렇게 능청을 떨 때마다 속으로 찔끔 하는 사람은 강준호였다. 만약 라제니 누드 골프장까지 유한솜이 따라 간다면… 젠장, 뚝심 빠진 할망구 뱃가죽처럼 온 몸에 힘이 쪽 빠지게 될 것이 뻔했던 것이다.

“한솜 양, 여기 니스에는 제대로 된 골프장이 없어서 그래요. 엉터리 골프장에서 라운드 하면 실력이 오히려 줄어든다니까?”

“쳇, 그럴 리가 있어요? 내가 귀찮아서 따돌리려고 하는지 다 알거든요?”

“아니에요. 마침 오빠가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가한다니까 그 출발장면에 나타나서 힘 좀 실어주라는 것이지요. 대신에 다음번 라운드를 에비앙 골프클럽에서 할 수 있도록 주선해줄게요. 에비앙 골프클럽… 텔레비전에서 봤죠? 100년도 넘은 명문 골프장! 왜 있잖아요, 언제던가? 한국인 최초로 신지애 선수가 우승하던 모습 말예요. 최종라운드에서 역전 우승 했잖아요? 선두였던 모건 프레셀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일 경기를 시작했다가 버디 다섯 개를 잡고 짜릿하게 역전시키던 그 모습!”

강준호는 입술에 침이 말라붙을 정도로 유한솜을 꼬이고 있었다. 하긴, 유한솜이나 강준호나 신희영이나… 그들이 능청을 떨거나 서두르는 것은 알고 보면 마음속에 품은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사랑에 대한 열망 혹은 소유에 대한 열망.

“좋아요. 그럼 몬테카를로 경기장에 다녀와서 곧바로 에비앙 골프장에 데려가는 거예요. 약속!”

“그럽시다. 사내대장부의 명예를 걸고 약속!”

강준호는 어린아이처럼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고, 손바닥을 비비며 복사까지 하는 최신식 약속을 감행했다. 이로써 일거양득! 누드 골프라운드 이후에 에비앙 골프장으로 가야만 한다는 계약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바로 신희영의 눈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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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