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은 판매허용 기간

식품변질 속도 등 표기로

자원낭비 방지·안전 확보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금방 상한다고 생각해서 버리는 소비자가 많다.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우유를 구입하고는 곧 상할 음식을 판매했다고 따지는 소비자도 있다. 또한 정부에서 하절기 위생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뉴스를 보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한 사업자를 처벌했다는 내용이 많다. 이런 뉴스를 오랫동안 접한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식품 안전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유통기한은 식품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유통기한제도는 정부에서 식품 제조사, 판매사들을 관리 감독하여 식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간단명료한 제도였다. 그러나 식품의 보관, 포장, 제조기술이 발달하면서 오랜 기간 변질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는 식품이 많아졌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2007년 통조림, 잼류, 엿류, 차류 등에 대해 ‘품질유지기한제도’를 운영하여 유통기한과 별도로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기에 이른다. 품질유지기한이 지나도 일정 품질이 유지되기 때문에 섭취가 가능한 점을 반영한 제도다. 하지만 소비자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은 품질유지기한과 식품유통기한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나의 식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기르고, 물고기도 잡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식재료들이 식품가공처리 기술과 만나서 상품화되는 것이다. 이 상품들이 전국의 판매점에서 소비자와 만나지 못하고 폐기되면, 많은 사람의 땀과 수고가 부질없이 비용만 발생시키고 사라지는 셈이다. 이 비용들은 당연히 반품처리비용 등으로 되돌아와 우리가 구입하는 식품 하나하나에 포함된다.

유통기한이 식품 안전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식품의 보관온도가 더 중요하다. 쉽게 설명하면, 대장균과 같은 균들은 영양분과 온도 조건만 맞으면 1개의 세균이 하룻밤 새 10억개로 증가한다. 우유 속에 있는 1개의 세균이 여름철 섭씨 30도에서 하룻밤만 방치되면 10억개 이상의 균으로 증식하는 것이다.

식품 중에는 변질 속도가 더뎌 유통기한이 지나도 일정 품질을 유지하는 것들이 있고, 변질 속도가 빨라 유통기한이 지나면 품질이 급속히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소비자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변질 속도가 느린 식품에는 상미(賞味)기한(일본), 최상품질기한(미국 영국 EU 등) 등의 제도를 운영한다면, 유통기한이 지났는데 상하지 않았다고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다.

오랜 세월 익숙하게 운영되었던 제도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 ‘판매자 중심의 유통기한 표시’를 ‘소비자 중심의 식품기한표시’로 개선할 시기가 되었다.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제도 개선을 위한 준비는 관련 업무 담당자들과 이미 2009년부터 시작한 일이다. 이제 여러 부처에서 식품 유통기한제도의 개선 논의를 하고 있는 만큼, 자원 낭비도 막고 식품 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