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부터 인문·자연 분리
속진수업 사실상 일반화
정부 공교육 정상화 공염불
서울 A중학교 2학년 김모(15) 군. 그는 지난 7월 수학 기말고사 문제를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 학교 수학 문제는 어렵기로 소문이 난 곳. 때문에 시험 한 달 전부터 학원에서는 기말고사 대비 특강이 열린다.
김 군은 “학원에서 특강을 받았지만, 도저히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문제였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관계자는 “내신에 변별력이 필요해 어려운 문제를 끼워넣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교육발 사교육이 가뜩이나 위축된 한국의 학생을 또 한 번 좌절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중학교 시험 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출제되고,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고등학교의 속진수업이 일반화하고 있다.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학교시험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6일 국회 김춘진 의원실과 함께 강남, 목동, 분당 등 서울ㆍ경기지역의 사교육 과열지구 18개 중학교와 26개 자율고의 2011년 수학 과목 1학기말 시험 문제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18개 중학교 중 14개 학교(77.7%)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고교 1~2학년 교육과정의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중학교 1학년 시험에 고교 교육과정의 문제를 출제한 학교도 9곳이나 있었다.
또한 전체 54개 학년(18개 학교별 중1ㆍ2ㆍ3) 중에서 난이도 ‘상’ 수준의 문제를 전체 문항의 절반 이상 출제한 비율도 27개 학년에 달했다.
또한 자율형 사립고는 1학년부터 인문계와 자연계를 분리하고 수학을 한 학기에 마치는 속진 비율이 조사 대상 27개 과정 중 14개(51.8%)로, 그런 사례가 전혀 없는 비교대상 22개 일반고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경기 안산의 모 고등학교는 교육과정상에서 개설된 과목명은 ‘수학Ⅰ’임에도 실제 시험 문제에는 ‘수학Ⅰ’과 ‘수학Ⅱ’ 전체 내용, ‘기하와 벡터’ 과목까지 전체 분량의 5분의 4 정도가 출제될 정도로 속진의 정도가 매우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승현 정책실장은 “지난 5월 전국의 초ㆍ중ㆍ고 학생 3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조사대상 학생의 76.2%가 수학 선행학습을 하고 있고, 중학생의 경우에는 무려 82.7%가 수학 선행학습에 참여하고 있다”며 “심각한 수준으로 선행학습 교육을 유발하는 단위학교의 수학시험 운영 실태에 대해 교육청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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