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한 침체 국면을 맞을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음달에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 다음 달 이탈리아가 발행한 수십조 원 규모의 국채가 만기를 맞는데다 그리스 채무조정 협상의 윤곽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중심국가로 확산될 지 여부도 다음달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이탈리아·그리스에 관심 집중=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이탈리아 국채 규모는 390억유로(약 60조원)에 달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 가운데 절반은 다음달 1일에, 나머지 절반은 15일에 상환해야 한다. 이는 최근 들어 최대 규모로 이탈리아 채무 상환 능력의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재 연구원은 “이탈리아가 다음 달을 잘 넘긴다 하더라도 내년에도 막대한 규모의 국채 상환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에 들어가는 선진국으로, 이 나라의 위기는 그리스, 포르투갈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평가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탈리아 정부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19%로 다른 재정위기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그리스가 민간채권단과 진행 중인 채무조정 협상도 다음 달이면 윤곽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국채 교환·롤오버에 대한 민간채권단의 참여도를 높이고자대상 국채 규모를 1천350억유로로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제금융센터의 안남기 연구위원은 “다음 달에는 이탈리아보다는 그리스가 초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국채 교환·롤오버에 민간채권단이 얼마나 참여할지가 관심 대상”이라고 말했다.
▶유럽 중심국가로 전염 주목=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는 이들이 발행한 국채를 대량 보유한 유럽 금융기관들로 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피그스(PI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유럽 은행은 프랑스의 소시에테 제네랄로, 그 규모가 92억유로(약 100조원)에 달한다.
바클레이즈(69억유로), BNP파리바(66억유로), RBS(53억유로), HSBC(51억유로), 도이체방크(45억유로), 코메르츠방크(13억유로)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은행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듯 이들의 주가는 최근 일제히 폭락하며 유럽주식시장의 급락세를 주도했다.
불안감은 자금시장 핵심 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은행간 신용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는 3개월물 달러 리보(Libor, 런던은행간금리)는 지난 19일 30bp(1bp=0.01%)나 올랐다. 이는 지난 4월 초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급기야 자금 차입난에 처한 유럽 은행 1곳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시장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5억달러의 급전을 차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이는 유럽증시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기관 신용경색으로 옮아붙었다는 신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려면 유럽 재정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규모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독일이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9월에 예정된 지방선거를 의식하기 때문”이라면서 “다음 달에 독일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m.com
jlj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