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석유화학단지로 손꼽히는 울산지역 공단에 대한 안전대책이 마련된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대형 폭발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관계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울산시와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울산공단을 포함해 지역 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폭발화재사고는 모두 172건으로 한달 평균 3.2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 들어 6월 말까지 발생한 폭발화재사고는 26건, 한달 평균 4.33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들어 발생한 대형 폭발사고로는 지난 2월 대한유화공업에서 탱크 청소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6월에는 삼양사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한 가장 최근에는 지난 17일 가전제품 케이스 원료인 폴리스타일렌을 제조하는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현대EP㈜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근로자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5명은 온몸에 중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EP 폭발사고는 최근 박맹우 울산시장이 직접 나서 안전대책 강화를 강조한 이후, 발생한 사고여서 그 파장이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 시장이 직접 주관한 ‘국가산업단지 위기관리 안전대책 간담회’는 지난달 11일 열려 국가산단 안전관리 책임자, 산업안전보건공단,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 전문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또한 지역 화학업체에서도 사고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사고 발생 때 효율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울산시소방본부도 화재취약 대상 업소 39곳에 대해 전기ㆍ가스안전공사와 함께 특별소방검사에 들어가 위반업체 2곳을 입건하고 4곳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소방당국과 지역업체들이 마련한 안전대책과 폭발사고 대응 지침은 그 유명무실함이 이번 폭발사고로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현대EP 폭발사고에 대한 관계기관의 1차 사고조사에서 인화물질이 담긴 혼합탱크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최초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과 한달전 실시된 소방검사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과 관리실태를 파악하는 수준에서 특별소방검사가 실시돼 실제로 노후된 시설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대한 전문적인 안전진단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제도하에서는 노후된 유화시설에 대한 재투자는 고스란히 업체들의 몫이고 노후화 정도를 비교할 명확한 기준도 없어 기업이 먼저 고비용의 시설을 교체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산업안전 관리공단 관계자는 “중대 위험사업장으로 지정된 석유화학공단은 별도의 안전관리제도를 마련해 관리하고 있지만, 시설 노후화에 대한 대책은 없다”며 “설비 재투자가 시급하지만 비용 문제로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폭발사고 이후,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석유화학공단의 설비 노후화가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기업의 자발적인 안전관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보다 강화된 사회적 감시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울산석유화학공단에는 현재 100여개 공장에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 가스 2억여t이 저장된 1700여개의 탱크설비가 몰려 있어 대규모 폭발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윤정희 기자 @cgnhee>cgnh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