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 정부가 고속철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거액의 배상금으로 사고를 서둘러 수습하려하자 중국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사고 유가족들은 시위를 벌였고 네티즌들의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관영 언론도 정부의 보도지침을 받았지만 동조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중국 국민들의 분노가 정치적 선을 넘을 수 있다”며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졸속 처리에 유가족 분노 폭발=중국 정부의 졸속 처리에 유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7일 오전 사고현정인 원저우(溫州) 남역에서 철도경찰들이 경계를 서는 가운데 유족 100여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유족들은 역사 안과 역앞 광장에서 중국 정부에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확한 진상 규명 ▷철도부 담당자와 유족들의 직접 대화 ▷유족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숨진 사람들의 고향 풍속에 맞는 장례 요구 등 4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번 사고로 형을 잃었다는 한 젊은 남성은 “철도부 사람들이 처음부터 돈 얘기부터 꺼냈다”면서 “사고원인도 분명하게 조사하지 않고 가족동의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금부터 지급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울분을 터트렸다.
다른 유족들도 중국 정부가 “빨리 합의할 경우 보너스를 준다고 했다”면서 “물건을 거래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말했다.
이날 오후에 10여명의 유족대표와 철도부 측이 역 회의실에서 담판을 벌였으나 표정은 무거웠다. 4가지 요구에 관료적 어투식의 답변이 진행됐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이처럼 졸속 수습이란 비난이 거세지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7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고 부상자와 사망자 유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이번 참사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지시했다.
또한 이번 고속열차 추돌사고를 계기로 교통,탄광 등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부문에 대한 안전강화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고속철 사고 처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동안 부패사건에 대한 비난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보도했다.
네티즌들은 “번개를 맞으면 사고가 나는 고속철과 트럭만 지나가도 다리가 무너지는 나라가 중국”이라며 중국 지도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AFP통신은 “시민들의 분노가 정치적 선을 넘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의문 증폭, 인재(人災)가능성 커져=광둥(廣東)성의 주간지 난부저우칸(南部週刊) 인터넷판은 승객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번 사고가 제어계통에 문제가 생겼거나 직원의 조작실수 때문에 빚어진 참사로 보여진다고 28일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추돌되었던 선행열차의 기관사가 “열차가 달릴 수 있었는 데 갑자기 정지지시를 받았다”라고 승객에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또 뒷 열차는 115㎞ 속도로 앞 열차를 들이받아 자동제어장치가 기능하지 않은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홍콩 봉황TV 인터넷판도 사고 전에 신호등이 돌연 녹색으로 바뀌면서 대기중이던 뒷 열차가 달리기 시작해 앞 열차를 추돌했다면서 신호조작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중국 철도부가 선행열차가 멈춰선 것은 낙뢰로 인한 전력공급 설비고장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반관영 중궈신원은 국가전망(國家電網)을 인용, 사고 당시 전력은 정상으로 공급되고 있었다고 반박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는 신호체계를 포함한 고속열차의 자동방재(防災)시스템 오류나 관련 직원의 실수에 따른 인재(人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 최고인민검찰원 조사팀이 정부 조사단에 합류되어 현장에 파견된 것은 ‘인재’ 를 염두에 두고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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