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날개에 숨긴 칼 (44)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삼학도 갓바위 근처에 다다르자 멀리 영산호를 가로지르는 댐의 불빛이 물결에 아롱이고 있었다. 왼쪽을 바라보면 아스라이 강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검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 현성애는 천천히 차의 속도를 줄여 바위그늘 때문에 어둠에 잠긴 길 가장자리에 차를 세웠다. 아! 그녀는 그토록 장엄하면서도 한적한 곳에서 바닷바람과 별빛을 맞으며 한 번…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야 목포에 도달했나? 어찌나 운전을 험하고 아슬아슬하게 하는지 멀미가 생겨날 지경이었어.”

잠시 졸고 있던 유민 회장은 그제야 깨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깜깜한 적막강산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여기는 갓바위 아래고요… 저기가 삼학도, 아주 멀리 보이는 저 물줄기가 영산호와 바닷물이 합쳐지는 곳이에요.”

현성애는 마치 노래를 부르듯 대답하고는 버튼을 눌러 천정의 썬루프를 활짝 열었다. 신문지 반만이나 하게 천정이 열리는가 싶었는데 웬걸, 그 사각의 구멍으로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아직 잠들지 못한 갈매기 울음소리가 한껏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그뿐인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보석을 뿌린 것처럼 촘촘히 박혀 빛나던 별들이 우수수 무리지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름다워요, 회장님.”

현성애는 사이드브레이크를 단단히 채우더니 구두를 벗고 맨발로 시트에 올라서고야 말았다. 천정에 뚫린 썬루프의 사각 구멍으로 상체를 내밀자 사방천지가 온통 시원한 바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를테면 그녀의 상반신은 자동차 천정 위로, 나머지 하반신은 자동차 안으로 나누어진 셈이었는데… 그녀는 밖으로 돌출된 양팔을 한껏 벌려 만세 부르듯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중이었다.

“회장님, 아름답다고요!”

그녀는 한 번 더 이렇게 외치더니 팔을 안으로 집어넣어 스커트 옆에 달린 호크를 풀어내었다. 그러자 미끈한 두 다리를 타고 스커트가 꽃잎처럼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으흑!”

그때까지 졸린 눈을 부비며 조수석에 앉아있던 유민 회장은 그만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람처럼 미끄러져 내린 그녀의 스커트! 하지만 스커트가 흘러내린 자리에는 의례히 입고 있어야 마땅할 삼각형의 흔적이 없었다. 스커트가 흘러내리자… 이런! 이브와도 같은 알몸의 나신이 그대로 드러나고야 만 것이다.

“현 양, 왜 이래요?”

유민 회장은 너무 놀라서 말을 더듬기 까지 했다. 그러나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기왕에 스포츠 섹스를 나눈 사이였으니 더 이상 놀랄 필요는 없었다. 다만 장소가 마음에 걸릴 뿐이었는데… 그래, 좋다. 하늘을 이불삼아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불현듯 솟아나는 게 아닌가. 잠시 망설이던 유민 회장은 몸을 외로 꼰 채 덥석 그녀의 허벅지를 끌어안았다. 자동차 실내는 어두웠지만, 무수한 별빛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그녀의 허벅지는 은은한 야광기둥처럼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텔레비전 프로 동물의 왕국을 보노라면 두 발로 쫑긋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는 동물의 모습이 종종 보이곤 한다. 지금 현성애의 모습이 꼭 그와 같았다. 두 발로 쫑긋 서서 상체를 자동차 밖으로 내밀고 망을 보는 청순한 그녀. 그러나 자동차에 가려진 허리 아래로는 뜨거운 폭풍이 몰아치는 중이었다.

“으헉!”

그녀는 두 팔을 한껏 벌려 자동차 지붕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남자의 입김이 어쩌면 그리도 뜨거울 수 있을까. 그 뜨거운 입김이 무릎을 스친 뒤에 서서히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오는가 싶더니… 잠시 후부터는 더 이상 제 정신으로 두 발을 버티고 서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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