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첫 임기였다. 변방 출신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견제는 심했다.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존재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임자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과의 비교도 늘 발목을 잡았다. 개발도상국 등은 ‘친미 인사’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원칙의 리더십은 통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은 업무수행으로 회원국의 신뢰를 차곡차곡 쌓은 결과였다. 1년에 지구를 12바퀴씩 도는 강행군을 쉼없이 한 덕분이기도 하다.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임 출사표를 던졌다. 반 총장은 6일(현지시각)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강한 유엔을 만든다는 내 계획은 진행중”이라며 “이를 위해 5년 더 봉사하고 싶다”고 재선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여전히 많은 문제가 산적한 국제 사회를 위한 해법으로는 ‘변화 속 통합’(unity amid change)을 제시했다. 그는 “기아와 가난,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와 유엔이 함께 일해야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총장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192개 회원국 정상에 연임 도전 의사를 담은 친필 서한을 보내, 재선 행보를 본격화했다. 아시아그룹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8일까지 유엔 내 5개 지역그룹 소속 대사 전원을 접촉해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재선 가도 전망은 밝다. 중국, 일본, 인도,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아프가니스탄 등 30여개국 대사들은 일제히 환영의사를 밝혔다. 북한도 힘을 실어줬다. 총장 선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도전장을 낸 경쟁자도 없어 그의 연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들은 반총장이 빈약한 카리스마와 저자세 외교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기후변화를 지구촌 최고 이슈로 만들었고, 비핵화 노력, 여성과 아동 인권신장 노력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했다. 감정을 절제하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는 반 총장의 리더십이 유엔의 임무를 안정감있게 다뤄 세계 각국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07년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한국 외교사에 큰 이정표를 세운 반 총장. 그의 연임여부는 이달 중 확정된다. 유엔 사무총장은 5개 상임이사국 사전 협의를 통해 후보를 정한 뒤 안보리 15개 이사국 전체회의에 추천한다. 안보리의 추천을 받은 후보를 유엔총회가 승인하면 확정된다. 연임에 성공하면 2기 체제는 내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