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경기속 갖가지 현상
경제이론 적용 다양한 분석
시장규모와 경기력 상관관계
대기타자의 위력·빈볼 등
상식 뒤집는 깜짝 놀랄 결과 제시
‘괴짜경제학’을 쓴 스티븐 더브너는 이 책에서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논의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도구와 같아서, 주제가 얼마나 특이한가와 상관없이 경제학이 다룰 수 없는 대상은 없다”고 말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경제학자이자 야구칼럼니스트인 케네소주립대 교수 J C 브래드버리는 경제이론의 다양한 분야를 야구에 적용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주로 사용한 경제학적 도구는 통계학적 방법이지만 수요의 법칙 등 미시적인 틀을 이용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대기타석의 타자가 상대편 투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이것이 타순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이다. 결과는 놀랍다. 우리가 야구에 대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믿음과 대체로 상반됐다.
지명타자가 있는 경우 투수가 타자를 맞히는 것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저자는 수학교수인 친구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했다. 투수는 누상에 나간 주자의 주루플레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점수 차에 따라 어떻게 투구가 달라져야 하는지, 얼마나 좋은 타자가 타석에 서는지, 그 투수가 다음 이닝에 타석에 들어서는지 같은 다양한 요소에 신경쓰면서 공을 던져야 하지만 타자가 공에 맞을 확률에 영향을 주는 분명한 요인은 따로 있다.
저자가 1969년, 1972~74년, 1989년~1992년 등 미국 프로야구 여덟 시즌의 데이터를 통해 몸에 맞는 공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 찾아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투수는 타격능력이 뛰어난 타자를 맞히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투수가 공격력이 안 좋은 타자보다는 좋은 타자를 위협하려 한다는 수요 변화의 이론을 증명한다. ▷지고 있는 팀이 타자를 더 많이 맞히는 경향이 있었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투수가 대가를 치러야 할 값이 적어지기 때문에 타자를 맞힐 공산이 더 컸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명타자가 출전선수 명단에 들어있는 것이 몸에 맞는 공이 발생할 확률을 11~17%나 증가시킨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를 보자. 우리는 흔히 대기타석에 잘 치는 타자가 있을 때 투수는 타석의 좋은 타자를 거르는 피칭을 하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즉, 타석에 있는 타자가 치기 좋은 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저자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기타석에 실력좋은 타자가 있을 경우 타석에 있는 타자는 평소보다 안타를 치지 못했고 장타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타격 능력이 좋은 대기타자는 앞선 타순의 타자에게 부정적인 외부적 영향을, 나쁜 대기타자는 긍정적인 영향을 발생시켰다.
지역연고제와 우승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규모, 즉 큰 도시가 작은 도시에 비해 이길 확률이 높을 거라고 받아들인다.
실제로 대도시가 갖고 있는 이점을 회귀분석법으로 따져보면 각 시즌 158만명의 인구당 1승씩 승리를 더 얻는다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시장의 규모는 승리에 가까워질 유리한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시장규모의 차이는 가장 큰 시장인 뉴욕양키스와 가장 작은 밀워키브루어스의 승수 차를 보면 40% 정도로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60%라면 팀 경영진의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응원하는 소도시팀이 부진한 것에 대해 뭔가를 탓하고 싶다면 리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탓할 게 아니란 얘기다. 결론적으로는 시장의 규모와 경기력은 그다지 밀접한 관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대도시팀은 중소도시팀보다 더 많은 이점을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더 큰 규모의 시장이 그 지역의 팀에 더 많은 잠재적인 팬층과 수익을 제공한다면 왜 이 팀은 그 이점을 더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저자는 첫째는 소도시팀이 적은 비용으로도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드래프트 역순위 지명제, 대도시팀이 항상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과 계약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 큰 시장에 대한 과대평가 경향 등이 이유랄 수 있다. 큰 도시일수록 방해요소가 더 많고 그만큼 팬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타자와 투수를 판단하는 데 예전의 기록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는 결과도 흥미롭다. 이에 저자는 타자의 실력을 평가하는 3대 기록인 타율과 타점, 홈런 대신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계를 타자의 타격실력에 더 중요한 정보로서 제안한다. 투수의 실력평가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균자책점과 수비도움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수비로부터 독립한 투구기록(DIPS)이라는 의미있는 분석지표를 소개한다. 즉, 야수가 투수를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 평균자책점은 편차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야수를 제외한 기록이 투수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주장이다.
130년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 야구경기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선택과 기존의 관행에 대한 분석이 명쾌하다. 한국적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야구 규칙의 비밀과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더불어 현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정우영 MBC 스포츠 캐스터의 별도의 도움말도 꽤 유익하다.
괴짜야구경제학/J C 브래드버리 지음, 정우영 옮김/한스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