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회> 날개에 숨긴 칼 7

세상만사는 사람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봄에 돋아나는 풀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곧 죽음에 이르게 될 짧은 삶의 시작일 뿐이라고도 여길 수 있다.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노래한 서양의 어느 시인도 그런 의미로 따지면 사물의 일부분을 노래했을 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참 좋겠어. 이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다니…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말이외다.”

유호성과 김지선을 태우고 쪽배의 한쪽 귀퉁이에 서서 노를 젓던 뱃사공 영감은 그들의 자유로운 행각을 보며 부러움에 빠져 있었다. 그는 무인도를 찾아 들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문득 암울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중이었다.

“내가 젊었을 때엔 좋아하는 남녀 간에 손 한번 못 잡아보고 결혼했지. 참으로 억울하게 청춘을 보냈단 말이오.”

“어머, 할아버지는…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세요? 우린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보기 위해서 저 섬에 가는 거라니까요?”

“허, 참! 색시 얼굴에 다 써있다니까? 괜찮아요. 자유롭게 사는 젊은이들이 부러워서 그래요. 섬에 들어가서 사흘 동안 실컷 속궁합이나 맞춰보라고. 돌아 나올 때엔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잉태해서 나오세요.”

대략 난감! 변명을 해봤자 지나가던 개도 웃을 판이었다. 하긴 남자와 팔짱끼고 모텔 방에 들어가면서 공부하러 간다고 아무리 변명한들 통하기나 할까? 이럴 때엔 꽹과리 낯짝으로 버티는 편이 제격일 텐데…

“선착장에 닿으면 빈 술통이 하나 있어요. 그 속에 시계, 구두, 옷 등등… 세속에 찌든 물건들을 모두 벗어서 집어넣고 뚜껑을 단단히 닫아놓으세요. 혹시 비와도 젖지 않도록 말입니다. 나는 이틀 후에 다시 찾아 올 겁니다. 그동안 저 섬에는 색시와 총각 둘 외엔 아무도 없으니 알아서 재미있게 보내시구려.”

삐꺽 삐꺽! 뱃사공이 힘겹게 노를 저으며 멀리 사라지자 섬에는 유호성과 김지선 단 둘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를테면 에덴동산에 들어선 것이었으니 어느새 그들은 아담과 이브로 환생한 셈이었다.

“벗자!”

유호성이 먼저 이렇게 말했고, 김지선은 공연히 쑥스러워져서 그를 끌어안은 채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뒤돌아서요. 그럼 나도 벗을게.”

“그냥 벗어. 우리 외엔 아무도 없어.”

“몰라! 뒤로 돌아서요.”

세상만사는 정말로 생각하기 나름인가? 유호성은 뒤돌아 선 채 곁눈질로 그녀가 옷 벗는 모습을 훔쳐보았다. 선녀가 따로 없구나! 머리카락 사이로 동그란 어깨가 드러나더니 하얀 등허리를 따라 잠자리 날개와도 같은 옷이 흘러내리고, 허리 숙인 그녀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양말을 벗는가 싶더니 아! 어느새 잘록하게 드러나는 허리…

바람소리도 잔잔해지는 것 같았다. 일순 출렁이던 파도마저 숨을 죽이는가… 귓가에 들리는 것은 바람이나 파도소리가 아니라 그녀의 속옷에 머물러 있던 향기! 문향(聞香)이라 했든가, 향기가 귀에 들리는 묘한 이치 속에서 그는 넋을 잃고 있었다.

“나무꾼이 옷을 훔칠 만도 하다. 정말 예쁘구나. 선녀가 따로 없어.”

“어머, 비겁해라. 오빠도 어서 벗어요.”

유호성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백주대낮에 야외에서 옷을 훌렁 벗어보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이토록 환한 대명천지에 지겟작대기를 덜렁 꺼내놓을 수 있을까? 예비군 훈련 받을 때에 단체로 줄 서서 소변보던 날 외에는 감히 꺼낼 엄두도 못 내던 작대기였다. 그러나 이젠 방법이 없지… 그는 천천히 바지 혁대를 풀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더보기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