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날개에 숨긴 칼 (4)
글 채 희 문/그림 유현숙
따지고 보면 신희영이든, 권도일이든, 유민 회장이든, 뿐만 아니라 강유리, 현성애, 강준호에 이르기 까지 모두 다 진지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
문제는 유호성이었다. 그는 자기의 이름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주변사람들 모두가 자기를 떠받드는 것에 잔뜩 고무되어 있을 뿐이었다. 돈은 아버지가 벌면 될 터이니 자기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즐기면 그뿐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즘 유호성에게도 작은 고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고민의 발단은 김지선이었다. 그녀가 자기를 임신시켜달라고 바짝 조르기 때문이었다.
“내일부터 새벽 4시에 만나요.”
“뭐라고? 꼭두새벽에 만나서 뭐하려고?”
“새벽에 하면 백발백중 임신이 된대요.”
기가 막혔다. 며칠 전에 아기부터 만들어주겠노라고 찰떡같이 약속을 하긴 했어도… 돌아서 생각해보니 가당치도 않은 말이었다. 남자란 원래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짐승 아니던가. 그날 당장 아기부터 만들자고 떠벌인 것은 허세일 뿐이었다. 아버지 유민 회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단 내질러 본 허풍이란 말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왜요? 미리 뱃속에 혼수를 장만해야 아버님께 휘둘리지 않지요.”
“그렇긴 하지만… 아! 미치겠다. 정말.”
“하여간 돈푼깨나 있는 집 아들은 줏대가 없어.”
유호성은 찔끔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하필이면 어여쁜 그녀의 입에서 술술 새어나오다니.
“내 말은… 일회용 반창고 바르듯이 땜질하지 말자는 뜻이지.”
“어째서 임신 시켜달라는 게 땜질이에요? 당신 아버님과 정면승부를 벌이라는 거예요. 비겁하게 뒤에서 궁시렁거리지 말고.”
김지선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렇게 다그쳤다. 김지선이 대단한 것인지, 유호성이 얼빵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사이의 대화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러니 고민이 시작될 수밖에.
“아버님께서 밀어주신다고 할 때 확실하게 요구하세요. 경주에 타고 출전할 머신도 확실하게 밝히세요.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S를 타야 한다고 말이지요.”
“물론 머신이야 마세라티로 사달라고 해야지. 무조건 상위권에 입상해야 하니까.”
“그리고 나와 함께 조를 이루어서 출전해야 한다고도 확실하게 못 박으세요. 일본에서도 나와 함께 훈련 받겠다고 강하게 어필해야만 해요.”
“그야… 물론이지.”
“그런데 뭘 망설여요? 내일 당장부터 새벽 4시에 만나자고요. 호텔예약도 미리 해뒀어요. 새벽에 나오기 귀찮으면 지금 그 호텔로 가도 좋아요. 밤새워 함께 놀다가 새벽에 아기를 만들자고요.”
“그래도 그건 좀…”
김지선은 화끈했다. 유호성이 망설이는 태도를 취하자 그녀는 다짜고짜 택시를 잡아 세우더니 예약해놓은 호텔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고 보니 김지선의 목표도 ‘죽기 아니면 살기!’였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녀로서는 평생에 한 번 잡을까 말까 한 월척을 낚았으니 죽기 살기로 덤빌 작정을 했을 것이다. 모름지기 인생이란 로또와도 같은 것. 단 한 방에 끝장을 보는 게임 아니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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