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들 반대의견도 소용없어
野 겨냥 ‘범죄자 집단’ ‘괴물’ 표현
극소수만 공유…후폭풍은 이미 시작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빈번한 탄핵시도, 입법 강행 등에 맞선 최후의 카드로 비상계엄 선포를 택했다. 역으로 말하면 윤 대통령이 정국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해왔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강한 확신 앞에 국무위원들의 반대는 무력했으며, 대통령실 참모들은 존재감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현재까지 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만나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배경으로 민주당의 폭거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차원으로 꼽았다고 한다. 민주당의 폭거에 맞서기 위한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로 봤다는 얘기다.
계엄 선포의 법적 절차, 요건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회동에는 여당 중진 의원들도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담화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겨냥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범죄자 집단’ ‘괴물’이라는 단어도 썼다.
그만큼 야당의 행태가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는 게엄령 근거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77조1항에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국무위원들의 반대도 소용없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 소집한 긴급 국무회의에서도 대다수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이를 굽히지 않았다.
한 총리는 물론이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또한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해 강한 반대 의견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후폭풍보다 야당을 제어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도 “극소수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 알았다는 사람들도 (윤 대통령과 뜻이 같았던 사람들) 이들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진들에게도 비상계엄 선포때까지 이를 알리지 않았다. 3일 밤 대통령실 참모들은 정상퇴근 후 개인약속 시간을 보내거나, 대통령실에 남아 남은 업무를 이어갔다. 그러다 일정 도중 호출을 받고 복귀하기도 했다. 그 다음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 관계자는 “일괄사의 표명은 비서실장이 대표로 한 것”이라고만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날 침묵을 깨고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배경 등을 담은 담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도 이에 대한 입장을 추가로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