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함께한 트레이너가 소셜미디어(SNS)에 대한축구협회를 겨냥한 듯한 폭로 글을 남겨 이목을 끌고 있다.
안덕수 트레이너는 6일 인스타그램에 대표팀 선수 19명과 찍은 단체 사진을 올리며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3일 종료)를 앞두고 '이대로는 끝내지 말자'며 2701호에 모여 했던 2701호 결의"라고 밝혔다.
그는 "2701호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고, 2701호가 왜 생겼는지는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할 상식 밖 일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부디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저 또한 프로 축구팀에서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며 "바꾸시라. 그리고 제 식구 챙기기 하지 마시라"고 일갈했다.
안 트레이너는 자신과 함께 선수들의 몸 관리를 맡은 송영식, 이철희 트레이너를 향해서는 "고생 많았다"면서 "한 사람 당 케어 시간이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세 시간이었다. 하루에 한 사람이 대여섯 명씩을 케어 하다 보면 손이 퉁퉁 붓고 부르트기 일쑤였지만 그들이 흘린 땀 앞엔 고개 숙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글 말미에는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안 트레이너 글에는 손흥민과 조규성, 정우영, 손준호, 김진수, 황의조 등 대표팀 선수들 다수가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니들이 할 일을 해주는데 뭐? 외부치료? 안샘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니들은 삼류야!"라거나 "월드컵이 다 끝나고 나면 2701호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존재 이유가 뭔지 말씀 드리겠다. 단, 2701호는 대한축구협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등 누군가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이같은 글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축구 팬들은 그 대상을 대한축구협회로 보고 있다. 안 트레이너의 글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동안 손흥민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을 케어하는 과정에서 축구협회와 의무팀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안 트레이너는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로, 이번 월드컵에 대표팀 선수단과 같은 숙소에 머물며 손흥민 등 선수들의 몸 관리를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숙박비는 손흥민 측에서 부담했다. 안 트레이너는 카타르 도착 당시 인스타그램에 "좋은 방 마련해주신 아버님, 아버님 말씀처럼 하루하루 찾아올 선수들을 생각하며 행복한 시간 보내다 가겠습니다"라는 글을 쓴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측은 7일 "예전 A매치 때도 손흥민 선수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 역할을 맡았던 분"이라며 "다만 협회가 채용하려면 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이 필요한데 이분의 경우 그 부분이 갱신되어 있지 않아서 협회에서 채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작년에 관련 분야 채용 공고를 냈을 때 이분도 지원하지 않았고, 저희로서도 자격증 부분이 해결돼야 채용이 가능하다"며 "오늘 오후 선수단이 귀국하는 만큼 종합적으로 그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축구 대표팀은 대회를 마무리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