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고양이를 학대해 죽인 뒤 찍은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하루 3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동물학대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온 것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5일 시민단체인 동물권단체 케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아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를 동물학대 행위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혐의 여부를 따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케어는 “디시인사이드 운영자는 하루에 수십차례 이상 길고양이 학대를 예고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이용자들을 차단하거나 경고하거나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디시인사이드 측은) 동물학대자들이 해당 커뮤니티로 몰려들어 더 많은 학대글을 올리도록 방치·방조했다”며 “의도적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디시인사이드에서는 햄스터의 사지를 묶은 채 몇 시간 방치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 고양이를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영상 등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디시인사이드에 이런 잔인한 학대 게시물이 올라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도 길고양이를 감금·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 이용자가 생후 3개월 된 고양이 두 마리를 구타하고 물에 빠뜨리는 행위를 매일 기록하듯 게시해 논란이 됐다. 작성자는 그중 한 마리가 폐사했다는 사실까지 인증했다.

고양이를 잡아 도로, 산속 등 낯선 곳에 방사하는 ‘이주 방사’와 관련된 게시물들도 하루에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서식지를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강제 이주시키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디시인사이드 내 ‘야옹이 갤러리 폐쇄 청원’은 이날 오전 10시 현재 20만여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야옹이갤러리는 최근 고양이 학대 영상 등 동물학대 영상이 꾸준히 올라와 문제가 된 게시판이다.

이런 비난 속에서도 동물학대를 하고 이를 동조하는 일부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들은 오히려 여론의 비난을 게시물로 올리며 조롱을 하는 등 경각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동물보호법 위반 처벌 자체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398명 중 1741명(51.2%)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정식 재판을 받게 된 이들은 93명으로 2%에 불과했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12명(0.3%)에 그쳤다.

디시인사이드 측은 “해당 갤러리 폐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동물권보호단체의 주장고 달리 학대게시물을 방치해 수익을 올리는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동물학대 게시물 방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전혀 없고, 오히려 선량한 다른 이용자들이 이용을 기피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시물 신고 ▷이미지 필터링 시스템 ▷동영상 필터링 시스템 등을 도입했고 중국, 베트남에도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24시간 게시물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