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길 없는 길’ 따라 경허·만공스님의 자취…‘덕숭총림’ 수덕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근세 선불교 중흥을 이끈 ‘괴짜스님’ 경허선사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이 2년 전 이맘때 사찰기행 5번째 글을 쓰기 위해 수덕사 말사인 충남 서산 간월암에 갔을 때였다. 독립운동가 ‘만공스님’이 간월암을 새로 짓고 조선독립을 기원하는 천일기도를 드렸는데 기도가 끝난 3일 후 광복을 맞이했다는데, 그 만공스님의 은사스님이 ‘경허선사’였다. 조계종 최대 문중 가운데 하나인 덕숭문중(덕숭산 수덕사 문중)도 경허선사와 만공스님으로부터 출발하게 됐다. 스스로를 인간 부처라 일컬었던 괴짜스님 경허선사와 그 제자 만공스님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됐고 그 과정에서 최인호 소설 ‘길 없는 길’이 경허선사 이야기임을 알게 됐다. 그때, 비록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100번째 마지막 사찰기행은 ‘길 없는 길’을 완독한 후 수덕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은 출간 당시엔 100만 베스트셀러였지만 지금은 절판돼 찾는 게 쉽지 않아 지
2025.12.18 13:22
설악산 품에 안긴 천년고찰…‘영동지역 대본산’ 속초 신흥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금강산, 설악산은 뛰어난 산세와 풍광 때문에 산악인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몇 번이고 가보고 싶은 가슴 떨리는 산일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은 북쪽에 있어서 갈 수 없으니 설악산이 그 몫까지 하는 셈이다. 옛날엔 금강산과 설악산을 한 몸(산)으로 본 경우도 있었고, 금강산 가는 길에 만난 설악산이 금강산인 줄 알고 머문 경우도 있으니 그 빼어남이 비슷했을 것이다. 설악산(1708m)은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다음으로 높은 산이기도 하지만 웅장한 봉우리와 깊은 계곡,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으로 1965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한국 자연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인제와 고성, 양양과 속초에 걸쳐 있는데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해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고, 공룡능선, 울산바위 등 비경들이 곳곳에 있다. 추석 무렵부터 이듬해 하지까지 눈이 쌓여 있다고 해서 설(雪)이며, 악(嶽)은 ‘큰
2025.12.04 14:27
“진주 최고의 명당” 청학이 날아와 앉은, 월아산 청곡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간혹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특별한 사찰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 7만개 이상이라는 교회 숫자에 비해선 월등하게 적지만 1만여개가 훨씬 넘는 사찰이 있고 이 중 전통 사찰도 1000여개에 이르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는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에 이르기까지 국교로 자리 잡았었기에 여러 역사와 특별한 신화가 깃들어 있으며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전통 사찰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다. 진주성, 논개와 촉석루, 남강 유등축제 등으로 알려진 35만 도시 경남 진주시를 오랜만에 찾게 됐다. 국화꽃 축제가 한창일 때 우연히 찾게 됐지만 필자가 진주 정씨(晉州 鄭氏)여서 고향 같은 또 다른 친근감이 드는 곳이다. 진주에는 해발 482m의 나지막한 월아산(月牙山)이 있고 그곳에 조그만 전통 사찰 청곡사, 두방사가 있다고 해 짬을 내서 잠시 들르게 됐다. 그런데 청곡사는 진주시 유일한 국보와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 있는 생각지 못한 보배 같은 사찰
2025.11.27 14:35
“석탑 향해 공양하는 보살좌상”…광명 밝히는 오대산 월정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절에 가면 사자를 타고 칼을 쥐고 있는 보살상, 흰 코끼리를 타고 있는 보살상들을 보게 된다. 관음전, 지장전 등에 모셔져 있는 관음보살, 지장보살과 함께 불교의 4대 보살로 불리우는 ‘지혜’의 상징 문수보살과 ‘실천(行)’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이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독립된 불전에 모셔져 있는 관음보살 지장보살과는 달리 부처의 협시보살로 법당의 삼존불을 주로 구성하고 있다. 특히 문수보살은 오른손에는 중생의 모든 장애와 번뇌를 잘라 없애버리는 지혜를 상징하는 칼을, 왼손에는 푸른 연꽃을 쥐고 있으며 많은 복덕과 반야지혜(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고 있다. 월정사가 자리 잡은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은 산 전체가 반야 지혜의 상징, 즉 문수성지라고 한다. 월정사 바로 위쪽에 있는 상원사에는 조선 세조가 보았다는 문수동자를 본뜬 상도 있다. 오대산(五臺山)은 643년 자장율사가 문수보살 신앙의 중심지인 중국 오대산(우타이산)에서 수행하던 중 신라에도 문
2025.11.20 16:33
“명성황후의 염원이 서린 마애불”…‘부처 바위’ 불암산의 학도암과 불암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부처 바위’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불암산(佛巖山)에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슬픈 이야기가 있다. 이름도 거창한 ‘불암산 호랑이 유격대’는 계급도 군번도 없는 육군사관생 1,2기 생도 13명과 7사단 소속 군인 7명으로 구성됐다. 불암사와 석천암 주지 등의 도움을 받으며 6·25 전쟁 발발 직후 남하하는 북한군에 대항해 3개월여 기간 동안 북한군 후방을 교란하며 유격 활동을 펼치고 북한으로 끌려가던 주민 100여명을 구출하는 등 큰 전공을 세우고 전원 사망했다. 호랑이 유격대가 은거지로 활용했던 불암산 내 1·2·3 땅굴(석천암 주변에 있음) 표지판이 정상가는 길에 눈에 띄고 ‘호랑이 유격대 구국 충혼비’가 남양주에서 불암사를 오르는 입구 쪽에 세워져 있다. 충혼비 앞에 놓여있는 육사생도가 착용했던 총 맞은 철모가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임진왜란 때도 사명대사가 승병들과 함께 양주에서 한양으로 넘어오는 왜군을 막기 위해 불암산 학도암 인
2025.11.13 13:33
“바람이 물을 스칠 때”…사계가 아름다운 지리산 화엄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새로운 세계와 마주쳐 깨달음을 얻은 상태’를 송나라 시인 소옹은 한시 ‘청야음(淸夜音)’에서 ‘바람이 물을 스칠 때(風來水面時)’라는 시구로 표현했다. 한 번쯤 곱씹게 하는 은유적 표현이 주는 울림들이 있다. 긴 연휴 끝 무렵, 지리산 화엄사에서 개최된 ‘제21회 화엄문화제’의 주제어가 ‘바람이 물을 스칠 때’였다. 화엄문화제에선 국보 301호로 지정돼 꼭꼭 숨겨 보관하고 있는 높이 12m 크기의 ‘영산회 괘불탱’이 일 년에 딱 하루 대중에게 공개되는 특별한 행사가 있다. 조선시대에 제작돼 360여년간 화엄사에서 봉행된 야단법석의 주존 불화로서 화엄문화제 첫날에 괘불재를 봉행한다.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 화엄사 각황전을 지켜 낸 고(故) 차일혁 경무관의 추모제와 함께한다. 전국 요가대회와 발레공연, 음악제 등을 통해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일상으로 복귀할 힘을 얻는 귀한 시간도 마련됐다. 가을엔 여기저기 많은 사찰에서 여러 형태의 문화행사를 통해
2025.11.06 15:41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 금강산 건봉사…‘조계종 본찰’ 양양 진전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동해안은 3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한 달여 전 강릉의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 사태가 선포돼 많은 사람이 하늘에 기우제를 지낸 것에 대한 답이 이제야 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전 같으면 이제 곧 강원도 단풍이 한창일 10월 말인데 설악산 정상은 아직 푸르기만 하니 주민들의 우울감은 더욱 클 것 같다. 남한에도 금강산이 있다. 금강산(1638m)은 북한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강원도 고성까지 걸쳐있고 그곳에 사찰도 있다. 38도선 한참 위에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 지역인 고성군은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지역이라 그러할 만도 하다. 그곳 금강산 자락에 있다는 건봉사는 6·25 이전에는 북한 영역에 속해 있었고 지금도 민통선 안쪽에 있어 1988년까지는 민간인 출입이 힘들었다고 한다. 건봉사 뒷산이 건봉산(907m)인데 한국전쟁 휴전 직전까지 국군과 공산군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건봉산 전투전적지’이기도 해 그곳의 건봉사는 완전히 폐허가
2025.10.30 15:23
천혜의 절경 속 깊은 불심…‘국내 최대 동굴법당’ 의령 일붕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영국 기네스북에 등재된 국내 최대 천연 동굴법당이 경상남도 의령에 있다고 해 지나는 길에 준비 없이 찾아갔다. 시골길 평지 하천길 옆에 산자락이 꺾여 암벽만이 드러난 곳에 사찰이 있다. 지형 조건이 동굴법당을 만들기엔 최적합 조건으로 보였다. 보슬비가 종일 내리고 있음에도 명절 연휴 기간이다 보니 가족 단위 등 많은 사람이 북적였다. 동굴법당으로 유명 관광지가 된 불교 사찰이지만 필자에겐 입구부터 생소한 부분이 많은 절이었다. 주차 공간 앞 2층 건물에 ‘세계불교 초대법왕 일붕존자 법보대전’ 이라는 커다란 문구가 먼저 들어왔기 때문이다. 법왕, 존자. 일붕선교종 등 필자를 비롯해 일반 불자들에겐 조금 생경한 용어들이 나열됐다. 법왕(法王)이나, 법황(法皇) 등은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해 ‘법의 왕’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부처님을 높여 부르는 말로 알고 있다. 또 다르게는 염라대왕을 달리 표현하는 말로도 법왕을 사용한다. 또 불교에서 존자(尊者)는
2025.10.23 16:25
“불국정토 꿈꾼 신라인의 불심”…신라의 달밤, 경주 불국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불국정토(佛國淨土)’ 번뇌와 고통이 없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상향, 즉 부처님이 계시는 청정한 세계를 의미하는 불교적 용어다. 신라는 불교를 국교로 공인한 이후 사회 통합의 통치 이념으로 삼아 불국토 사상을 널리 퍼뜨려 신라가 곧 자비가 실현된 이상적 사회인 부처의 나라임을 강조했다. 이는 불국사(佛國寺)와 석굴암 등 신라 시대의 대표적 사찰 건축에도 반영돼, 불국정토를 실현하겠다는 꿈을 담아 호국 사찰로 건설했다. 종교적 신념을 불문하고 대부분 불국사는 한 번쯤 들러봤을 것이다. 예전엔 경주는 소풍이나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였고 신혼여행도 많이 갔으며, 불국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이자 문화유산이고 경주의 주요 관광지였기 때문이다. 이달 말(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를 기념해 산사 음악에 가장 적합한 음악인들을 초청해 불국사 앞마당에서 가을밤 깊은 울림을 전하기 위한 ‘
2025.10.16 16:18
“시대 잇는 건축 자산”…유네스코 산지승원 안동 봉정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걸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불교 영화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다.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을 묻는 농담조 선문답은 지금까지도 회자하고 있다. 노승과 동자승, 떠돌이 스님이 생과 삶에 대한 의문과 고행과 번뇌와 갈등을 선문답으로 나눈 곳이 안동 봉정사에 있는 ‘영산암’이었다. 안동 봉정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일곱 사찰 중 한 곳이기도 해 꼭 찾아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2년여 동안 매주 사찰 순례를 하면서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 6곳의 산지 승원은 여러 차례 방문했기에 더더욱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유네스코 등록 사찰은 한국 불교의 무형적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있어 세계 유산위원회로부터 인정받은 소중한 유산이다. 봉정사 또한 고려 초기 건축한 것으로 알려진 현존하
2025.10.02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