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북한산 태고사 가는 길…‘북한산성의 호국도량’ 노적사와 중흥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북한산에는 진관사, 도선사, 화계사 등 큰 고찰도 있지만 어느 산길을 택하더라도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많은 사찰을 만날 수 있고 불교적 이름을 지닌 봉우리들도 많다. 영취봉, 석가봉, 미륵봉, 문수봉, 보현봉, 나한봉, 의상봉, 원효봉 등 이름만 들어도 불국토라고 말하는 경주 남산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광화문에서의 큰 행사를 치르고 마음도 추스를 겸 북한산에 오르고 싶었다. 구기동 계곡 따라 승가사에도 갔고, 연화사를 들러서 비봉, 관봉 넘어 진관사로 내려오기도 했고, 오봉산 석굴암을 지나가는 우이령 둘레 길도 가봤다. 하지만 정상에는 오를 기회가 없어 여전히 북한산은 필자에겐 미지의 산이었다. 북한산(北漢山)은 오랜 세월 형성된 기암괴석들로 위용을 자랑한다. 높은 세 봉우리인 백운대(836m), 인수봉(811m), 만경대(801m)로 인해 삼각산(三角山)이라고 불리며 신성시됐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해 고
2025.09.25 14:53
금오산 기암절벽과 수림의 조화…구미 해운사와 약사암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경북 구미와 금오산은 필자가 그동안 방문할 기회가 없었음에도 생소하지 않다. 구미는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을 그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출생지이고, 금오(金烏)는 인연이 있는 금호(錦湖)와 어감이 비슷해 자주 회자됐기 때문이다. 6개월여 전 신라불교가 처음 도래한 곳이라는 ‘도리사(桃李寺)’를 방문하면서 구미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이후 수시로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요즘 건강과 레저 활동으로 선풍적 열기인 ‘파크골프’의 공인 1호 구장이 낙동강 고수부지에 있는 ‘구미 동락파크골프장’이고, 그곳에서 전국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변의 동락구장에서 바라보는 금오산 정상이 부처가 누워 있는 형상이어서 묘한 관심이 쏠렸다. 구미시 중앙에는 남북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강의 서쪽에 구미를 대표하는 금오산(976m)이 우뚝 솟아있다. 산세가 가파르고 기암절벽과 수림이 잘 어울리는 명산으로 꼽혀 1970년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오산 정상 암
2025.09.18 15:12
하늘과 맞닿은 아름다운 사찰…구례 오산 사성암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미국 CNN은 부처의 경지에 이르는 33단계를 상징해 한국의 전통과 자연, 역사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사찰 33곳을 그들의 기준으로 선정했다. 불국사에는 석가모니불이 있는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청운교, 백운교(국보 23호)가 33계단으로 비슷한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 중생이 부처가 되기 위해서 33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기록은 대승, 소승불교를 떠나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단지 불교의 전설적인 산인 수미산 정상의 도리천에 중앙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8개의 천성(天城)이 있어 중앙을 포함 33천(天)이 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33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해 불교에서 33의 의미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기는 하다. CNN의 아름다운 사찰 33곳 중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수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전라남도 구례군에만 4곳의 사찰이 있다. 조계종 19교구 본사인 화엄사를 비롯해
2025.09.11 16:37
‘신라 마지막 공주’ 전설 간직한 제천 덕주사…천혜비경 정방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월악산 영봉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나고, 그 뒤 3~4년 후에 통일이 된다.” 우리나라 근현대 최고의 학승(學僧)이며 예언가로도 불린 탄허스님(1913~1983년)이 1975년 덕주사를 방문했을 때 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1983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월악산 달빛이 물에 비치기 시작했고 30년 뒤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해 탄허스님의 예언이 현실이 되는 듯했지만 통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주 봉우리가 신령스러운 봉우리라 해 영봉(靈峯)이라고 불리는데 주봉(主峯)이 영봉인 산은 백두산과 월악산뿐이라고 했는데, 백두산 영봉은 김일성 시대에 장군봉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지금은 월악산 영봉이 유일하다. 국립공원인 월악산(月岳山, 1095m)은 ‘산꼭대기에 달(月)이 걸리는 산’이라 해 이름 붙여졌으며 후백제의 견훤은 이곳에 궁궐을 지으려다 무산됐고, 고려 태조 왕건도 월악산 아래에 도읍지 건설을 고려했다고
2025.09.04 15:37
“지평선과 수평선의 만남” 김제의 사찰 모악산 귀신사…서해의 망해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라는 말을 예전에 종종 쓴 적이 있다. 공자는 인간의 성품과 자연의 특성을 연결해 “지혜로운 사람은 물처럼 유연하고 활동적이어서 즐거움을 추구하고 어진 사람은 산처럼 안정되고 물질적 욕구에 집착하지 않아 장수를 누린다”고 해서 필자는 ‘인자(仁者) 지자(知者)’ 중 뭘 선택할지, 바다와 산중 어디를 좋아할지 고민해 본 적도 있다. 산이면 어떻고 바다면 어떠랴! 폭염을 피할 수만 있으면 무조건 오케이(OK)라고 할 정도의 더위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고즈넉함이 있는 곳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멍때리고 싶을 때 가면 좋을 곳은 어디일까. 전라북도 김제는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김제평야와 더불어 서해 수평선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동쪽 끝자락에는 모악산(793m)이라는 명산도 자리하고
2025.08.29 14:46
“왜군에 맞선 의승들”…호국정신 깃든 공주 계룡산 갑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8월 18일 영규(靈圭)의 승병과 조헌(趙憲)의 의병이 충남 금산에서 1만5000명의 막강한 왜군과 혈전을 벌여 전원이 순절했다. 4일 후, 8월 22일 조헌의 제자 등이 시체를 거둬 하나의 무덤을 만들었으니 이를 ‘칠백의총(七百義塜)’이라고 했다. 1592년,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불과 4개월 후에 벌어진 일이다. 8월은 호국보훈의 달, 계룡산 하면 떠오르는 사찰은 동학사와 갑사이다. 여름엔 동학사 계곡이 생각나지만 필자는 서북쪽의 공주 갑사(甲寺)를 찾았다. 오래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이상보의 ‘갑사로 가는 길’ 수필에 등장하는 동학사와 남매탑 이야기, 그리고 눈 내린 갑사의 아름다운 풍광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곳이다.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몰라도 예부터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고 해 봄 풍경은 마곡사(공주)가 좋고 가을풍경은 갑사가 으뜸이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곡사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한때 머리를 깎고 중이 돼 은둔
2025.08.21 14:42
연꽃향 그윽한 절집…세조(광릉) 받드는 남양주 봉선사(奉先寺)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한여름 폭염에도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은 배롱나무도 있고, 화려한 장미도 있겠지만 단아하고 우아함은 연꽃이 으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안 백련지, 부여 서동, 양평 세미원, 시흥과 함안의 연꽃 테마파크 등 대형 연꽃단지를 조성해 여름철 관광 상품으로 축제를 펼치는 곳들도 여럿 있다. 사찰 내 연꽃단지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절의 고즈넉함과 어울려 색다른 분위기로 많은 이들이 일부러 찾는다. 완주 송광사, 산청 수선사 등의 연꽃 방죽들도 기억에 남는 곳이고, 남양주 봉선사는 23년 동안 사찰의 대표 행사로 연꽃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불교 경전 중 재가불자의 이상적인 상으로 회자하는 유마거사를 모델로 한 불교 경전 ‘유마경’에는 “높은 언덕이나 육지에는 연꽃이 나지 않고 낮고 습한 진흙에서 이 꽃이 난다”(高原陸地 不生蓮花 卑濕淤泥 乃生此花, 고원육지 불생연화 비습어니 내생차화)라고 해 ‘진흙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표현도 생겼다. 재가자들이 풍파에
2025.08.14 15:04
‘남도답사 1번지’ 월출산 아래 강진 무위사와 월남사지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극한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며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고 있는 이때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겪게 되는 번뇌와 세파를 떠나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볼 수 없을까라는 희망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문득 ‘아무도 나를 건들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을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무위도식(無爲徒食)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로 생각될만한 ‘무위(無爲)’를 도교(道敎)에선 무위사상(無爲思想),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칭하며 가장 중요시되는 행동 원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도교의 노장사상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억지로 힘줘 뭔가를 하려 할 때 오히려 일이 꼬이듯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의 방식이다. 불교 경전 금강경에는 어찌 보면 불교사상을 함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유위법(有爲法), 무위법(無爲法)이 중요하
2025.08.07 15:52
‘불법(佛法)의 바다’ 영천 은해사와 ‘돌구멍 절’ 중암암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혹서기엔 나무 그늘에서 독서삼매(三昧)경에 빠져 본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된 듯 책 읽는 문화가 실종된 지 오래다. 다행히 “천 권의 경전이나 만 가지 이론(千經萬論)도 각자 본래의 진심을 지키는 것(守本眞心)만 못하다”는 중국 선종 5조 홍인대사(601~674년)의 법문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위안받는다. 많은 불자에게 알려진 중국 선종 6조 혜능대사(638~713년)의 스승인 홍인대사는 다음의 일화도 있다. 어느 학인(學人)으로부터 “수도자는 왜 마을에서 수도하지 않고 산림에 은둔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큰집의 재목은 마을(세속)과 동떨어진 심산유곡에서 빼어나게 자라나 귀중한 재목으로 쓰이듯, 정신을 그윽한 산림에서 다듬고 혼탁한 세속의 먼지를 털어낸 뒤 수도하여야만 깨달음의 나무가 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라고 했다. 신라의 불교 확장에 큰 역할을 한 원효스님(617
2025.07.31 14:10
천년을 품은 수마노탑…‘5대 적멸보궁’ 정선 태백산 정암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강원과 경북의 경계를 잇는 태백산에 걸쳐 있다 보니 동선상 찾아가기 쉽지 않으리라는 선입견 때문에 5대 적멸보궁 중 마지막 방문지가 되고 말았다. 서울의 지인은 벌써 3번을 다녀왔다고 하니 외진 곳이란 이유로 이제야 초행길에 나선 필자가 슬며시 부끄러워졌다. 정암사 가는 도중 예정에 없이 시원한 바람길 덕에 하얀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초록 융단의 선자령(1157m) 길을 올라갔다. 명품 숲길과 야생화를 즐기며 올라가니 강릉 시가지와 푸른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에 여름 더위도 순간 사라진다. 이런 게 여행자의 묘미다. 백두대간의 중심부 선자령에서 산맥 따라가다 보면 함백산, 태백산이 나올 것이다. ‘온갖 번뇌와 망상에서 벗어난 보배로운 궁전’, ‘적멸보궁(寂滅寶宮)’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그래서일까. 번뇌와 망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많은 불자가 찾는다. 우리나라에선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사자암, 영월 법흥사, 설
2025.07.24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