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정용식의 사찰 기행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
절벽 위 효령대군의 심정이 깃든 곳…관악산 연주암과 연주대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무척 오랜만에 산에 올랐다. 봄기운이 넘어가는 5월 중순 화창한 날에 큰 행사를 치른 후 수고한 직원들과 좋은 공기 마시며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 했는데 졸지에 극기 훈련이 됐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악산이란다. 관악산은 서울특별시 관악구와 경기도 안양시, 과천시의 경계에 있지만 옛 과천군의 진산(鎭山)으로 해발 고도 632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관 모양으로 높이 솟은 산은 서울 관악구의 기원이 됐고 운악산(934m), 화악산(1468m), 감악산(675m), 그리고 개성의 진산 송악산(488m)과 함께 경기 5악으로도 유명하다. 북쪽 기슭에는 서울대학교가 자리하면서 새로운 명소로 변모했고, 동남쪽 기슭 과천에는 정부종합청사가 들어서 행정수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 경마장이 훤히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관악산은 서울대, 사당, 안양, 과천 등에서 오르는 등산코스가 많다. 좋은 산에는 어디를 가나 역사성을 간직한 사
2025.05.16 14:05“세상에 평안을” 대한불교 총본산 조계사 봉축법요식…‘힙한 불교’ 연등회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 나부끼는 사월 초파일, 관불회(灌佛會), 석가탄신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 ‘부처님 오신 날’ 서울 조계사 앞이 시끌벅적하다. 70년 전 조계사 역사를 되새기고 싶은 이승만을 추앙하는 시위대 차량, 귀빈(VIP) 차량, 의전 차량들이 뒤섞여 이날, 이 시간만큼은 가장 혼잡한 지역이 이곳일 것이다. 예전 석가탄신일에서 2018년 명칭이 변경된 ‘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4월 8일, 올해는 5월 5일 어린이날과 겹친다. 모든 사찰에서 봉축 행사가 행해지고, 특히 서울 조계사 법요식은 종정, 원로회의 의장, 총무원장, 종회의장 등 종단의 주요 큰스님들이 참여하고, 정관계 인사들까지 함께해 오전 10시에 개최하고 지상파 방송 3사가 생중계했다. 우리나라에선 부처님 탄신일로 지내고 있지만, 여러 불교국가에선 부처님의 탄생과 부처가 비로소 깨달음에 도달한 성도일을 함께 지내는 경우도 있고 탄생, 깨달음 그리고 입적을 모두
2025.05.09 14:07천년고찰 의성 고운사, 최치원의 흔적이 사라지다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 기행을 하면서 많이 듣는 이름 중 고운(孤雲) 최치원이 있다. 통일신라 말 당나라에서 17년간 유학 및 관직 생활을 하고 돌아온 대학자이자 문장가요, 관료다. 최치원은 귀족과 호족을 견제하고 왕실 강화를 위해 작성한 사회개혁안 ‘시무십여조(時務十餘條)’의 작성자로 교과서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전국 각지에 그를 기리기 위한 위패와 영정을 모신 서원(書院) 등이 수십 곳에 이르는 경주 최씨의 중시조이기도 하다. 그런 최치원이 왕실이 주관하는 불사(佛事)를 주로 맡았고 말년에는 해인사에 머물기도 해 전국 여러 고찰에 그 흔적을 남겼다. 최치원이 말년에 머물면서 길상탑 탑지를 짓기도 했던 해인사는 ‘학사대’란 공간에 최치원 흉상을 설치해 기념하고 있다. ‘화개동천’이라는 시에서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고 했던 쌍계사에는 국보인 ‘진각국사대공탑비’를 지었다. 또한 불국사는 아미타불을 모시는 준공법회식에 최치원이 ‘찬불국사 아미타불’을 지어
2025.05.02 14:04“보배로 이뤄진 숲속 사찰”…선종 본찰 ‘조계종 최초’ 장흥 보림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고향 산천은 반기는 이 하나 없어도 언제나 정겹고 포근하다. 내 고향 전라남도 장흥군에 어릴 때 앞마당처럼 놀러 다녔던 조그만 사찰 보림사를 찾아간다. 장흥군으로 들어가는 초입 터널 입구에 ‘노벨 문학 도시 장흥’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본적지다. ‘아제아제바라아제’의 한승원, ‘당신들의 천국’으로 기억되는 이청준 등 두 명의 동갑내기 현대문학 거장을 배출한 곳이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승우, ‘녹두장군’의 송기숙 작가 등 걸출한 문학인들이 태어난 곳이다. 장흥의 남부지역은 바다에 면해 있고 북부지역은 수많은 산들로 연결돼 먹거리와 볼거리, 휴양지가 많아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 장흥 토요시장 삼합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내 고향 유치면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보니 거대한 탐진댐도 만들어졌고, 공기도 좋아 자연휴양림, 표고버섯 등이 유명해 웰빙 지역으로 인기가 있지만 예전에는 먹거리조차
2025.04.24 13:352000년 불교 역사를 대변하는 김해 은하사와 장유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우리나라 불교 역사가 2000년인지, 1700년인지에 대해 대부분의 불자는 관심이 없겠지만 사찰기행을 하는 필자로선 종종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사찰일수록 화마와 전쟁 등으로 창건 당시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 신화나 설화, 역사적 기록, 유적발굴 등에 의존해 보지만, 일부 기록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동 칠불사, 밀양 만어사 등을 기행하면서 가락국의 역사와 김수로왕, 그리고 허황옥과 장유화상에 의한 인도불교의 유입에 대해 단편적이나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불교를 배척했던 유학자이며, 중국 중심사상(中華思想)에 경도되어 있었던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하면 불교 역사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372년(고구려 소수림왕)부터 1700여년이 된다. 그러나 괴력난신(怪力亂神) 등 신화나 설화, 그리고 민간에서 전승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승려 일연이 작성한 ‘삼국유사’를 기반으로 한 삼국 이전의 기록에 의
2025.04.17 14:33천년의 오얏꽃 향기…‘신라 불교의 시초’ 구미 도리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67) 경북 구미시 도리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요즘 파크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대세를 굳혀가는 듯하다. 사찰에서도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해 포교 영역을 확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에 진심인 이가 김천 직지사 교구장을 역임한 법등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구미 도리사 회주로 계신다고 해 법등 원로스님(세수 78세)을 뵐 수 있을까 해 그곳으로 향했다. 신라 최초의 절로 알려진 도리사는 그 이름과 관련된 창건 설화가 있다. 아도화상이 겨울인데도 이곳에 복숭아꽃과 오얏(자두)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좋은 터임을 알고 절을 짓고 이름을 복숭아와 오얏에서 이름을 따 도리사(桃李寺)라 했다고 한다.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속의 오얏나무는 자두의 순우리말이며 복숭아나무와 함께 대부분 4월 초에 꽃을 피운다. 복숭아 자두가 한창 꽃 피울 때 방문했는데 도리사에선 이미 한겨울에 피고 졌는지, 아니면 화려한 초파일 연등에 가렸는지
2025.04.10 13:12“기적의 샘물이 솟아나”…제주 바다 품은 ‘동양 최대 법당’ 약천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66) 제주 약천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천년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가 역대급 산불에 쓰러졌다. 며칠 동안 경상남북도를 휩쓴 산불이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전통 사찰과 역사적 문화유산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며 불이 잘 옮겨붙는 소나무가 유별나게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산불의 영향권에 있던 영천의 천년고찰 은해사와 그 말사들도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남쪽 제주에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그 양이 많지 않았지만 그나마 주불을 잡는 데 이바지를 했다. 비가 오길 바라는 전 국민의 마음, 봄비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재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3월 말 꽃샘추위가 이어져 마음이 언짢았다. 제주에 간다고 하면 서귀포 약천사를 가봤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제주에는 천년고찰로 많은 역사 유적을 간직한 23교구 본사인 관음사가 대표 사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천년고찰도 아니고 역사 유적
2025.04.03 14:07정조의 효심 간직한 ‘효찰’ 화산 용주사…사도세자 잠든 융·건릉 [정용식의 사찰 기행]
(65) 경기 화성 용주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부모님의 은혜는 깊고도 무거워 보살피고 사랑하심을 잊을 때가 없으시다. 단 것은 뱉어 아이에게 먹이시고 쓴 것은 당신이 삼켜도 찡그리지 않으신다. 애정은 무거워 숨길 수가 없고 은혜는 깊어 슬프다. 아이의 배가 부르기만을 바라실 뿐 당신의 시장함은 개의치 않으신다. 불설부모은중경(佛說父母恩重經) 28세의 젊은 나이에 부왕(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8일 만에 숨을 거둔 사도세자의 원혼이 구천을 떠도는 듯해 괴로워하던 정조대왕은 우연히 장흥(長興) 보림사(寶林寺)의 보경(寶鏡) 스님을 만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설법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였기에 정조도 처음엔 불교를 멀리했지만 부친의 넋을 위로하고자 하는 효심에 절을 세울 것을 결심, 병자호란 때 폐사된 갈양사 터에 용주사를 중창하고 왕찰로서 역할을 하게 했다. 세월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지라. 다섯 살 때 박힌 가시 못 빼고 있는디
2025.03.27 13:29외세에 맞서고 6·25때 현충원 역할…선찰대본산 부산 범어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64) 부산 범어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민족교육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설립됐지만 1919년 3·1운동 참가와 만세 사건을 일으켰다고 해 강제 폐교된 사립학교가 부산에 있다. 1906년 설립돼 1919년 폐교됐다가 1926년 불교전문강원으로 개원했다가 또다시 1943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강제 폐원돼 사라진, 부산 범어사 내 있었던 ‘명정학교’다. 지금 그 자리는 범어사 ‘율원(律院)’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금정산 자락 범어사에는 광복 80주년, 3·1운동 10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임시정부-기억상자’ 순회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과 공동 주최로 4월 13일까지 전시회가 있다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던 백용성 선사, 임시정부의 고문이었고 범어사 주지로서 3·1운동을 지원한 오성월 선사, 1911년 범어사 등에서 승려 궐기대회를 개최했던 만해 한용운 선사, 한용운으로부터 독립선언서를 받아 범
2025.03.20 18:0230층 높이 해수관음상, 태풍을 막아준다?…베트남 다낭 지키는 세곳의 ‘영응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63) 베트남 다낭 영응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큰 포대를 맨 배불뚝이 중국 당나라 전설적인 승려 ‘포대화상’은 서양에선 웃는 부처라고 불릴 정도로 호탕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선 볼록한 배를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는 포대화상이 유난히도 많이 보인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별칭이 붙은 베트남 다낭의 사찰들은 본당 앞마당 가장 중심 지역에 포대화상이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 중부지역 해안의 온대성 기후 휴양도시인 다낭은 전체 관광객 1위가 한국이고, 다음으로 인도, 타이완, 프랑스 순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4~5시간 거리인 다낭은 한국인들이 베트남어를 모르더라도 웬만한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한국과 프랑스에는 또 다른 의미로 특별한 지역이다. 프랑스는 1858년 베트남의 허리 부분인 다낭지역을 공격했다.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침략을 감행해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식민 지배를 했던 나라다. 한국은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미
2025.03.11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