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고요한 겨울 사찰…‘미륵성지’ 선운사의 절경 [정용식의 사찰 기행]
(57) 전북 고창군 선운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악(惡)을 버리기보다 선(善)을 버리기가 더 어려운 것이니, 무슨 일이나 과도하면 폐단이 되는 것이다.” 석전(石顚) 박한영 스님의 말씀이라는데 자꾸만 곱씹게 된다. 영하 20도에 이르는 혹한이 몰아치고 서해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해서 겨울 눈꽃은 어떨까 하며 선운사로 발길이 향했다. 누군가는 오백년 이상 된 동백나무에서 붉은 봉오리째 뚝뚝 떨어지는 가슴 시린 동백꽃을 보러 간다고 하고, 누군가는 도솔천 따라 꽃대만 올라와 새빨갛게 피어난 꽃무릇을 보러 간다고 한다. 여름철 앞마당의 배롱나무와 내장사 단풍보다도 더 아름답다는 가을 단풍이 활짝 필 때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 고창의 선운사다. 말이 설경을 보기 위한 것이지 선운사에 가면 우선 지장보살을 만나야 하고, 신비의 전설 마애불도 참배해야 하고, 석천기념관과 백파대율사비, 장사송, 진흥굴, 용문굴, 낙조대 등 봐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겨울철 짧은 해를 생각
18분 전인도 라지기르 ‘최초의 불교사원’ 죽림정사…법화경 설법지 영취산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6) 인도 성지순례기 다섯 번째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부처(기원전 624~544년 또는 기원전 560~480년)와 공자(기원전 551~479년)는 동시대 비슷한 정치 환경에서 활동했다. 활동기간, 수많은 제자 양성과 수제자를 먼저 보낸 아픔까지도 비슷했다. 인도는 16개의 대국을 중심으로 소왕국들이 난립하던 시기였고, 중국도 ‘춘추오패’라 불리는 제, 진, 초, 오, 월나라 등 5개 제후국을 중심으로 100여개 이상 소국이 쟁탈하던 춘추시대였다. 혼란의 시기에 한 사람은 진리의 깨달음을, 한 사람은 인(仁)의 사상을 중심으로 도덕 정치를 주창하며, 불교종단과 유가 사상을 확립했다. 부처는 생전에 수제자로서 교단의 주축을 마련한 ‘사리불’과 신통력을 발휘하며 다른 종교나 철학자들을 굴복시켜 오다 살해당한 제자 ‘목건련’이 연달아 입적하자, “나는 가지가 꺾인 큰 나무와 같다”라며 비통한 탄식을 했다. 공자도 수제자로 일컫는 ‘안회’와 호걸형으로 정치적 능력을 지녔으나
2025.01.09 13:23남해 해돋이 명소…이성계 소원 들어준 ‘기도 도량’ 보리암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5) 경남 남해군 보리암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일 년을 매듭짓고, 새해를 준비해 갈 12월에 분노와 충격, 그리고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된 참사 앞에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과 슬픔을 안고 한 해를 마무리 짓는다. 국민에게 충격을 주는 불행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명복을 빈다. ‘잠만 자도 도 닦여지는 명당’이라는 남해 금산 보리암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외쳐본다. 뜨는 해를 바라보며 힘듦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이 싹트기를 기원한다.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는 도반인 의상대사가 양양 낙산사에서 관음보살을 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친견하지 못해 이곳 금산으로 와서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친견했다는 곳이 보리암이다. 그래서 원효는 ‘화엄경’에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곳을 ‘보광궁(普光宮)’이라 한데서 착안해 산 이름을 보광산, 절 이름을 보광사로 창건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백두산, 계룡산
2025.01.03 13:55“부처가 깨달음을 얻다”…부다가야 보리수나무와 수자타 공양녀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4) 인도 성지순례기 네 번째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기독교 성경 요한복음 8장32절 이야기다. ‘부처의 깨달음’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기독교는 ‘예수’가 진리이고 그 안에 거할 때만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게 된다는 유일신의 원리가 담겨 있고, 부처는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러 ‘진리의 왕’이 되었을 뿐이다. 부처는 부다가야에서 깨달음을 얻고 최초의 설법지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걸어갔지만 우리는 녹야원에서 200여km를 4시간 이상 버스로 이동해서 ‘부다가야’에 도착했다. 성지순례 일정이 어떤 날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도의 취약한 도로 사정과 속도 제한구역 등으로 이동거리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버스에서 소비해야 했다. 부처가 깨달음을 성취한 ‘부다가야’는 2억40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비아르주에 속해 있다. 최초의 사찰 ‘죽림정사’가 있는 ‘라지기르’
2024.12.27 14:33인도 사르나트서 만난 잘생긴 부처…부처의 첫 설법지 ‘녹야원’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3) 인도 성지순례기 세 번째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우리 속담에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자업자득(自業自得)도 유사한 경우에 사용하는데 사회 현실을 빗대어 많이 사용한다. 불교의 핵심교리인 연기법(緣起法)의 ‘선인락과 악인고과’(善因樂果 惡因苦果)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직역하면 “좋은 원인에는 즐거운 결과를 낳고, 나쁜 원인에는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부처는 “갠지스강에 돌을 던지며 ‘떠올라라 떠올라라’라고 신에게 기도한다고 떠오르겠느냐”며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떠오르는 것이지”라고 했다. 참으로 합리적이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며 갠지즈강을 접한 200만명의 도시 ‘바라나시’의 번잡함에서 7㎞ 정도 벗어나면 ‘사르나트’가 있다. 사르나트에는 ‘초전법륜지’(初轉法輪地)라고 불리며 부처가 깨달음 이후 최초로 5명의 제자에게 설법했던 불교 4대 성지 중 한 곳인 ‘녹
2024.12.19 15:25델리서 친견한 부처 진신사리…갠지스강 모래 ‘항하사’[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2) 인도 성지순례기 두 번째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모든 것이 꿈 같고 꼭두각시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불과한 무상(無常)의 실상을 비유한 ‘금강경’ 마지막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권력의 무상함을 느껴보는 시기에 갠지스강의 모래, ‘항하사’를 찾아 금강경을 여행하다 꽂힌 글귀다. 다양한 종교에 대해 포용력을 갖기를 원하는 내가 낯선 불교성지순례를 간다. 눈이 따가울 정도의 퀴퀴한 공기와 낯선 거리, 낯선 분위기, 낯선 음식과 함께 다른 문화와 자연, 환경을 접하며 250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인도로 간다. 중첩된 행사들로 20여일 일정의 인도 초행길은 들뜨고 한편으로 걱정도 하며 며칠 밤잠을 설치며 출발 했다. 부처가 태어나고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교화하다 열반에 든 땅 인도 성지에 직접 가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결코 숨길 수 없다. “아난다여! 누구든 성지순례를 떠나는 청정한 믿음을 가진 자들은 모두 몸이 무너져 죽은 뒤 좋은
2024.12.12 15:47명상의 나라, 불교발상지 인도를 가다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1) 인도 성지순례기 첫 번째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불자들의 마음의 고향은 어디일까. 부처님이 태어나고 살다 가신 나라가 아닐까 싶다. 쿠시나가르에 있는 열반에 드신 부처님의 머리도 태어나신 룸비니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불자들의 고향, 불교발상지 인도에 초행인데 20여일을 머물게 됐다. 태어나서 한번은 가봐야 할 여행지 1순위이자, 가고 싶지 않은 나라 1순위에도 올라있는 곳이 인도이다. 대한민국 33배 크기의 거대한 미지의 세계. 여전히 생활환경이나 거리의 모습이 현대화되지 않는 전통사회를 유지하고 있어 혼란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런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에 가면 꼭 봐야할 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사랑하는 왕비를 위한 무덤 타지마할과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는 갠지스강이다. 하나는 이슬람 유적이고 다른 하나는 힌두교 성지다. 불교의 발상지이자 천년 이상 불교국가를 유지했던 나라
2024.12.06 14:58최치원 숨결 깃든 ‘호리병 속 별천지’…삼신산 쌍계사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50) 경남 하동군 쌍계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기행 100선의 반환점, 50번째는 어떤 절을 갈까 고심했다. 유네스코 지정유산 산지 승원 중에서 아직 가보지 못한 ‘안동 봉정사’가 마음에 와 있었다. 하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갔던 것처럼 이번엔 ‘최치원’이란 이름 석 자의 흔적 때문에 하동 쌍계사에 발길이 머물렀다. 고운(孤雲) 최치원(857~908년)은 경주 최씨의 시조다. 당나라 과거에 장원 급제해 당나라 관료생활도 했고, 신라에 와서는 유명한 문장가이며 대학자로서 이름을 날렸다. 멸망의 길로 가는 신라를 위해 왕에게 ‘시무10조’라는 개혁안을 올리기도 했다. 말년에 진골 귀족들의 득세로 난세에 처한 현실을 비관하고 지리산 쌍계사 등을 돌아다니며 은거하다 가야산 해인사에서 여생을 마쳤다. 최치원은 왕명에 의해 887년 쌍계사의 ‘진각선사 대공탑비(국보)’를 짓기도 했다. 쌍계사의 아름다움을 화개동천(花開洞天)이라는 시로 표현함으로써 쌍계
2024.11.21 15:28사계절 아름다운 유네스코 ‘산지승원’…태고종 총림 선암사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운치 있는 뒷간이라고 하는 선암사 해우소에 걸려있는 정호승 시 &lsqu
2024.11.07 14:57김시습·백범 김구 머무른 은둔 사찰…세계문화유산 공주 마곡사 [정용식의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는 말이 있다. 봄에는 마곡사의 경치가 뛰어나고, 가을에는 갑사의 풍경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마곡사 계곡 따라 형성된 봄 벚꽃길과 갑사 가는 가을 단풍길은 놓치기 아까운 힐링 산책코스여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갑사는 충남 공주 계룡산 자락에 있는 사찰이지만 고교 국어책에 실린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의 남매탑 이야기 덕분에 조금은 귀에 익은 곳이다. &lsq
2024.09.26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