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꿈도 못꾸던 좁은 주차장이…건축 뛰어노는 학교를 만들다 [건축맛집]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공장 부지에서 태어난학교. 수원 공업지대에 위치한 ‘다니엘 학교’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이 학교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한 건물에서 학교 생활을 한다.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운동장이 없는 독특한 구조도 갖췄다. 다니엘학교는 발달 상태가 천차만별인 아이들의 각기 다른 수요를 고려하면서도 ‘학교’라는 본래의 구실을 해야 했다.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을 마무리한 김승회 대표건축사를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후암동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에서 만났다. ▶지역 공동체 교회에서 만든 학교= “2002년 수원 영통의 한 공업단지에 개척교회를 설계하는 것. 그게 처음 맡은 일이었어요. 그러다 10년쯤 지나 교회가 인근 공장을 인수해 교육관으로 활용하기를 원했죠. 그 건물에는 유치원이 들어섰습니다. 이후 5년 정도 지나 교회에서 우리를 다시 찾더군요. 유치원 과정을 마친 교회 아이들이 다닐 학
2023.06.07 17:15삐뚤빼뚤 글씨로 쓴 마당의 사과나무 …‘일상’의 건축이 만든 사과나무집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일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건축은 ‘예술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짙은 분야 중 하나다. 이 같은 인식에 건축의 진입장벽이 높아지지 않도록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드는 건축을 지향하는 건축사사무소가 있다. ‘멋있다’, ‘아름답다’와 같은 형용사보다 사람들이 저마다 소중히 여기는 일상을 담은 동사에 초점을 맞춘 건축물을 짓는 ‘일상건축사사무소’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헌·최정인 소장이 이끄는 일상건축사사무소는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 ‘건축주의 일상’을 프로젝트 과정의 핵심으로 두고 있다. 최 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건축이 대중들로 하여금 어렵지 않게 하고 싶었다”며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나라고 생각이 들면 접근이 쉽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건축사사무소 이름이 일
2023.05.10 17:01분해만 100만년 폐유리로 만든 이 건물…친환경건축 예쁘기도 합니다 [건축맛집]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디자인과 친환경. 과거 건축업계에서 이 두 단어는 서로 양극단에 선 가치로 여겨졌다. 소위 ‘예쁘기만 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었다. 반면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건축물은 밋밋하고 못생겨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편견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건강하면서도 아름다운 집을 구현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탄소중립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대세는 분명해졌다. 친환경 건축 또한 기호가 아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10여년 전부터 ‘한국형 패시브 하우스’를 설파해온 최정만 자림이엔씨건축사사무소 대표(패시브하우스건축협회장)를 만나 ‘패시브(Passive·에너지 낭비를 최소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패시브 건축은 환경·건강 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입지
2023.04.12 17:06“공간이 품은 스토리...어울리는 숟가락 하나까지 담습니다” [건축맛집]
지랩(Z_Lab)은 토털 디자인 회사를 지향한다. 의뢰인의 요청으로 건물을 짓는 기존 건축사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건축물의 내부를 감성으로 채우는 업무까지 맡고자 한다. 건축 설계는 물론, 내부 인테리어와 가구, 전자제품, 식기, 공간에 어울리는 향까지도 조향사와 협업해 방향성을 제시한다. 지난 13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지랩 사무실에서 만난 강해천 지랩 대표는 “공간에도 명확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랩은 강 대표와 성균관대 건축학과 동문인 3인이 대표를 맡고 있다. 노경록 대표, 강해천 대표, 박중현 대표가 그들이다. 강 대표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과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과 명확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이와 같은 디자인 회사가 없다는 생각에 우리들이 직접 회사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회사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평소의
2023.03.16 11:20커피를 마시는 또 다른 이유…자연, 동네를 품은 그 카페 [건축맛집]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단순히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카페에 가는 것은 이제 고릿적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일을 하거나 또는 만남을 갖고, 잠깐의 휴식 또는 영감을 얻기 위해 카페라는 공간을 찾는다. 카페의 효용이 다양해지면서 공간을 만드는 건축사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특색을 살린 카페로 주목을 받아 2020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온건축사사무소 정웅식 건축사를 인터뷰를 통해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웅식 건축사는 울산광역시에서 공부를 하고 실무를 한 ‘지역 건축가’다. 지방에 있는 건축물을 다수 작업하다 보니, 같은 건축 재료를 쓰더라도 지역과 자연 환경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 건축사는 “건축은 땅과 교감하며 대화를 하므로, 건축물이 들어서는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땅도, 자연환경도 변한다. 이에 정 건축
2023.02.15 16:51방탄투어 성지 된 냉동창고의 BTS 카페…비움의 미학에 담긴 제주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언뜻 보면 카페와 갤러리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 생각지 못할 수 있다. 제주 북동쪽 구좌읍 동복리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콘크리트 날것 그대로인 듯 회색빛의 네모반듯한 건물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마치 하늘, 그리고 바다와 맞닿아 있는 느낌을 준다. 비움의 미학으로 제주 본연의 풍경을 담았다. 최무규 대표가 이끄는 건축사사무소 에스에프랩(SF LAB)이 설계한 ‘카페 공백’이 그 주인공이다. 2017년부터 약 3년간의 건축 과정을 거쳐 완성된 카페 공백은 오랜 기간 방치돼 있던 냉동 창고를 리모델링하고, 신축 건물을 지어 완성된 곳이다. 냉동 창고 두 동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통해 느낀 ‘폐허의 적막함’에 매료된 최 대표는 카페 공백이 공간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곳이 되기를 바랐다. 최 대표는 “3년간 작업을 했기 때문에 애착이 큰 곳”
2023.01.18 14:41성곽 위 4층으로 올라온 전통한옥…사도세자 찾던 정조 시흥행궁터의 재탄생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한옥은 계승 발전이 아닌 한옥이라는 존재만으로 충분히 가치를 지닌 유산입니다. 자연과의 조화, 친환경 건축 등 한옥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인종합건축사사무소 사무실에서 만난 천국천 대표에게 한옥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 그 자체다. 과거 조선시대가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을 살고 있기에 천 대표는 갖가지 규제 환경 속에서 ‘한옥다운 한옥’을 짓기 위해 역사적 배경과 입지 등 다양한 요소를 퍼즐처럼 놓고 하나하나 짜 맞춰 나간다. 이를 소홀히 하다가는 고층 건물에 기와만 올린 ‘괴물 한옥’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천 대표는 문화시설 및 한옥 등 목조건축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목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건축현장을 놀이터처럼 돌아다녔다. 아버지가 망치를 챙기면 어린 천 대표는 못가방을 들고 현장으로 떠나곤 했다. 어
2022.12.05 17:01고속도로 옆 폭 2.5미터의 날씬한 그 집…자투리땅의 대변신 협소주택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동네 어귀에 아주 조그마한 공터라도 있을라치면 어김없이 ‘쓰레기 투기 금지’ 팻말이 세워진 모습을 본다. 용처를 못찾은 땅은 이리도 함부로 대해진다. 사용가치가 제한된 자투리 땅에 얇은 집을 지어온 신민재 건축가·에이엔엘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AnLstudio) 대표는 “작더라도 엄청난 이윤이 안되더라도 그 땅의 사용 목적을 찾고, 사용을 하는 것이 지역과 도시와 사람을 위해 좋다”고 밝혔다. 도시에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는 땅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주변으로 슬럼(Slum)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란 생각에서다. 신 건축가의 자투리 땅에 대한 관심은 2010년 AnL 스튜디오(이하 회사)가 종로 누하동의 몽당주택 건축 의뢰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회사는 몽당주택의 디자인을 맡았다. 몽당주택은 대지가 34.53㎡(10.44평)인 ‘협소주택’이다. 3층으로 지어서 각
2022.11.24 18:01“밭담 너머 고개 내민 삼각집, 자연에 스며듭니다”…건축 제주를 담다 [건축맛집]
제주 서귀포시 무릉리 인적이 드문 마을길 끝으로 밭담이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 삼각집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뾰족하게 솟은 세모 지붕은 지면과 거의 맞닿아 있다. 마치 땅 위를 부유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견고하지만 결코 투박하지 않다. 회색빛 천연 석재로 촘촘하게 쌓아 올린 입면은 성벽처럼 내부를 꼭꼭 숨긴다. 지붕 아래 낮게 깔린 창만이 제주의 자연을 집 안으로 들여보낸다. 좁다란 통로 끝 작은 문 뒤로 어떤 공간이 펼쳐질지 쉬이 상상할 수 없는 곳, 바로 ‘트믐’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숭길 사무실에서 만난 고영성·이성범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제주 건축가’다. 두 사람 모두 제주 출신은 아니지만 제주에서만 벌써 4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그것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특히 최근 ‘공간 소비’라는 개념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테이를 많이 지었다. “초창
2022.11.08 11:22“‘볼매’ 공간 빚는다”…홍은동 골목 바꾼 ‘얼굴 있는 집’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붉은 벽돌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는 주변 집들과 비슷한 듯 다른, 3층짜리 건물이 좁은 골목 한 켠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붉은색으로 칠한 건물 전면부, 층당 20평이 채 안 되는 작은 규모는 인근의 집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이 건물은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한다. 다른 집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 장치 덕분이다. 외벽에는 건물 전체를 가로지르는 2개의 기둥이 배치됐다. 건물의 붉은 외벽과 대비되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형태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층마다 길고 넓게 배치된 창, 다소 널찍한 난간 살 간격 등은 테라스가 없는 건물에 개방감을 더한다. 이곳은 바로 ‘홍은상가’. 1층은 이세웅·최연웅 소장이 함께 운영하는 ‘아파랏.체 건축사사무소’이고 2층은 세입자, 3층은 이 소장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이 들어선 건물이다. 최근 홍은상가에서
2022.10.08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