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만화거리 ‘멋있게 생긴 그 집’, 커피 벤치가 된 담장…다가구 골목을 바꾼 건축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강동구 성내동은 천호대로를 사이에 두고 대규모 재건축 단지와 소규모 주택단지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강풀 만화거리’로도 유명한 주택단지에는 최근 엇비슷한 노 주택 사이로 눈에 띄는 회색 첨탑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멀리서 봐도 낡은 주택가와도, 획일화된 아파트 단지와도 이질적인 건물이지만,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멋있게 생긴 그 집’으로 통한다. 소수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T roof’가 그 주인공이다. ‘T roof’는 폭 8m, 길이 30m의 좁고 긴 대지 위에 지어졌다. 아내와 딸과 함께 오랫동안 살던 이층집을 다시 짓고자 찾아온 건축주에게 김미희·고석홍 소수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거리를 선도할 수 있는 건축물’을 제안했다. 1층과 2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을 지어 주민들이 편히 찾을 수 있도록 하면서 3, 4층에는 젊은
2022.09.12 14:01고압 물줄기로 때린 벽, 남부터미널 반짝이던 그 건물…재료가 바꾼 건축[건축맛집]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건축가가 프로젝트를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머무는 그 결과물은 논리 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재료를 통해 건축 속 공간을 이성에서 감성으로 바꾸는 이들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OBBA(Office for Beyond Boundaries Architecture) 사무실에서 만난 이소정, 곽상준 대표는 전 직장에서 동료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12년 설립된 OBBA가 수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사람과 건축, 그리고 그것과 관계 맺는 일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부터 출발한다. “건축가의 가장 큰 역할은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추상적인 이야기를 정리하고 단 하나의 물리적인 공간으로 창조해 나아가는 과정이 건축인 것이죠. 그 과정에서 공간을 어떤 재료를 통해 만드는 것이 좋을지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습니다.&rd
2022.08.14 12:01물어물어 찾아가는 ‘이색’ 북카페…주말에 여기 가볼까[건축맛집]
두 곳의 카페 겸 책방이 있다. 한 곳은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경기도 여주 산북면 산골짜기에 자리한 ‘수연목서’다. 또다른 한 곳은 서울 광화문에서 도보로 가볼 수 있는 인왕산 중턱의 ‘초소책방’이다. 두 곳 모두 이충기 건축가(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를 맡았고, 각각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우수상과 2021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여름 무더위의 한 복판에서 커피와 책 뿐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제격인 곳이다. 경기 여주 산골짜기 국도변서 만난 ‘수연목서’ 먼저, 여주 산골짜기에 있는 수연목서(修硏木書)를 찾았다. 최초로 드는 생각은 ‘이런 곳에 무슨 카페(책방)가 있어?’라는 물음이다. 시골 국도 바로 옆에 붙은 땅에 외따로 존재해 있어서다. 지난 20일 수연목서를 건축한 이충기 교수를 서울시립대 연구실에서 만나 이야
2022.07.29 11:41“건물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길 문화를 짓습니다” [건축맛집]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네모반듯한 도시에서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다. 그들은 대개 동그랗거나 삐뚤고 비대칭적이며 불규칙하다. 이 모든 특징을 갖춘 건물을 짓는 건축가그룹이 바로 ‘운생동’이다. 적어도 일반인의 눈에 운생동의 작품은 하나같이 독특하고 기발하다. 어린 시절 그렸던 상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디자인이다. 그래서 신선하고 또 재밌다. 톡톡 튀는 건축디자인의 원천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장윤규·신창훈 대표를 만나 대화를 나눈 지 10분 만에 질문은 와장창 깨졌다. “동그라미냐 네모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새로운 디자인의 멋진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대한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도시와 문화,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게 새로운 건축입니다. 공간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문화적 콘텐츠를 우리가 제안해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2022.07.17 19:06“한옥건축가라고요? 우리 시대의 한국에 맞는 건축을 합니다.” [건축맛집]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따뜻한 온돌과 시원한 마루, 부드러운 곡선의 기와처마, 돌과 흙과 하늘을 품은 마당. ‘한옥’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 은평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서희재’의 첫인상도 그랬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기둥과 보는 목구조 특유의 따뜻한 기운을 풍겼고 용마루 너머로는 북한산의 산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살짝 고개를 내민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는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을 더했다. 그러나 전형적이지만은 않았다. 특히 내관은 누가 봐도 21세기의 주거공간이다. 멋은 살리되 불편함은 없앴다.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1.5층 구조로 공간 활용도를 높이면서 붙박이장으로 수납공간을 확보했고 전통 한식 목창호와 함께 시스템 창호를 적용해 단열 기능을 갖췄다. 주방도, 욕실도 모두 현대식이다. 그래서일까. 서희재를 설계한 어번디테일 텐들러 다니엘·최지희 대표는 서희재를 &lsq
2022.06.19 19:17“불확실성 인정하니 답이 보여”…‘도발적 사실주의’ 지향하는 건축가[건축맛집]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인근 주택가엔 1980년대에 붉은 벽돌로 지은 다가구주택이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는 다가구주택 난간에 두른 스테인리스 마감재가 번쩍이며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에스티피엠제이(stpmj) 건축사사무소 ‘구의살롱’이다. 구의살롱은 도로면 위에 빼꼼히 고개를 내민 반지하 위에 1층과 2층이 올라간 1980년대 다가구주택의 전형이다. 현재는 반지하와 1층을 업무시설, 2층을 주택으로 사용한다. 당초 분리됐던 1층과 반지하는 계단을 통해 오갈 수 있게 했다. 1층 곳곳을 막았던 벽면은 철거를 통해 널찍한 테이블이 들어가는 업무공간으로 만들었다. 내부엔 철제빔과 벽돌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문이었던 곳이 창문이 되거나 아예 창문을 막아놓은 모습도 포착된다. 1층 천장까지 맞닿은 진열장에 빼곡히 놓인 각종 프로젝트 모형들은 건축사사무소임을 짐작게 한다. 구의살롱의 주인인 이승택 에스티피엠제이 건축사사무
2022.05.22 18:58“건축 설계는 합일로 향하는 과정”…‘공원 같은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건축은 서로 다른 의견을 합일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설계부터 완성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과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 속에 많은 의견을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방을 산다고 하면 물건을 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겠지만, 건축은 결과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고 산으로 가기 쉽습니다.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의 결과로 합일하는 과정, 그것이 건축입니다.”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종친부, 국군서울지구병원과 기무사령부가 있던 자리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탈바꿈시킨 건축가 민현준 엠피아트 대표(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축 설계의 과정을 “양보와 합의”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성거산 성지 성당과 현대 자동차그룹 글로벌 상생협력센터 등의 작품을 선보인 그는 지난 2014년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지난 2020년에는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기
2022.04.24 18:01“따로 또 같이…한지붕 두 용도의 공유건물, 그게 우리집”[건축맛집]
건물의 밑그림을 그리는 건축가. 공간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일터와 집은 어떠할까. 대중의 이러한 질문을 찾아 서울 연세대학교 북문 근처 연희로 막다른 골목의 건축공방 연희동 사옥을 찾았다. 건물의 윗부분은 알루미늄 소재의 아노다이징(anodizing) 패널을, 아래는 콘크리트에 수직 줄무늬를 넣어 외관을 구성한 윤곽부터 눈에 들어온다. 300㎡ 부지를 통째로 사용한 무채색의 미술 작품과 같은 웅장함 마저 느껴진다. 건물의 설계자이자 주인은 독일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다 만나 가정을 꾸린 심희준, 박수정 건축사 부부. 부부는 “이곳이 우리의 작업실이자 보금자리”라며 건축공방 사옥을 소개했다. ‘공방’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공예가의 작업실(Workshop)’ 이라는, 다른 하나는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토론(Discussion)’ 이라는 의미다. 건축은 결과적으로 보면, 시각
2022.04.08 11:37[영상]“왜 그 접시꽃같은 식물원 있잖아”…도심 건축에 스토리를 불어넣다 [건축맛집]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가운데가 볼록한 돔 형태의 식물원은 흔하다. 반면 중앙이 오목한 접시 형태의 식물원은 비와 눈이 쌓이면 그 하중을 감내해야한다. 이런 구조적 약점 때문에 생각해내기도, 시도하기도 쉽지않지만 적절한 소재와 기술의 도움만 있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례를 깨고 새로움을 시도하겠다는 건축가의 신념이 가장 필요했다. 온실 관람의 클라이막스인 ‘스카이워크’로 향하는 중앙기둥 통로는 마치 식물의 체관을 타고 올라가는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민경 기자.김찬중 건축가가 대표로 있는 더시스템랩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서울식물원’(온실)(2018년 준공)을 디자인했다. 식물원은 크게 보면 접시의 형태로 가장자리쪽에 긴 열대수종이 배치돼있다. 중앙부에는 키가 작은 지중해 식물을 두었다. 자연스레 관람객의 시선도 식물원 중앙에서 외부로 향하게 되고, 식물원 바깥의 나무와 하늘 풍경과도 어우러진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
2022.03.27 18:01“화려한 건물도 좋지만 일상의 공간부터 정성스럽게 만들어야죠” [건축맛집]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 광화문 옆길로 북악산을 향해 걷다 보면 골목길 한 켠에 4층짜리 주택 한 채가 서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평범한 듯 특별한 집 ‘청운광산’이다. 사방으로 난 크고 작은 창은 마치 변주곡처럼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완만한 세모꼴 지붕은 건물을 단단하게 감싸 안아 안정감을 줬다. 옅은 흙빛 벽돌이 켜켜이 쌓인 외벽은 나무로 만든 따뜻한 집이라는 말을 대신하는 듯했다. 서울 종로구 궁정동에 들어서 있는 청운광산은 11명의 청년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으로 지어졌다. 주거난, 복지, 저렴한 가격 같은 키워드가 연결돼 언뜻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법도 한데 청운광산의 첫인상은 그렇지 않았다. 청운광산을 설계한 구보건축사무소 조윤희 대표는 일상의 공간에서 사람이 대접받는 느낌을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인지 청운광산은 그저 그런 네모반듯한 성냥갑 건
2022.02.20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