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가 인천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도입돼 시행되고 있지만, 고3에게는 일종의 ‘사치’와도 같다. 7시 등교해서 밤 12시까지 독서실에 앉아 있으면 보통 15~17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수험생들의 현실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척추나 관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수능 당일 갑자기 허리통증이 생긴다면 컨디션 난조는물론이고, 심하면 응시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험생의 평균 공부시간은 약 11시간이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책상에 앉아있다 보니 어깨, 목, 허리 등에 통증을 호소하기 일쑤다. 특히 책을 내려다보면 목에 하중이 많이 실리게 되고 이런 자세를 장기간 지속하게 되면 어깨보다 머리가 앞으로 나와 있는 형태의 거북목 자세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쉬는 시간에도 수험생들의 목과 허리는 쉴 틈이 없다. 만약 목이 뒤로 잘 젖혀지지 않거나 어깨와 팔, 손의 저림과 당기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면 거북목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거북목이 오래 지속되면 디스크 탈출로 인해 목디스크가 발병할 수 있고 경추 퇴행성 질환으로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피곤할 때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도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책상에 엎드리게 되면 누워 있는 자세보다 허리에 두 배 이상의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가기 쉽다. 이 외에도 어깨와 목 통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
장봉순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부득이하게 엎드려 자야하는 상황이라면 쿠션이나 방석, 옷 등을 머리에 두는 것이 상대적으로 허리가 덜 굽혀져 부담이 덜하다”며 “만약 허리와 목 통증이 심하다면 근력을 키워주는 운동을 하면 근육이 척추를 잡아주기에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시험을 앞둔 극도의 스트레스는 척추질환을 유발하는 요소로도 꼽힌다.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혈관과 근육, 점막 등이 경직되고 체온도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척추나 추간판에 신경학적 손상이 없더라도 허리 주변 근육에 강한 근위축이 일어나면서 긴장성 통증을 유발한다.
평상시 인간이 서있을 때 요추 3번과 4번에 받는 척추내압은 100정도에 해당하는데, 앉아 있을 때는 140, 앉아서 상체를 20도 정도만 숙여도 압력이 180까지 상승한다.
수험생처럼 오래 앉아있는 습관은 목과 허리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엉덩이 쪽에 위치한 좌골 주위 조직인 점액낭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를 좌골점액낭염이라고 한다.
이 질환이 생기면 우선 앉을 때마다 엉덩이에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낀다. 점액낭에 생긴 염증이 골반 하부를 지나는 좌골신경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허리디스크의 방사통이나 하지불안증후군과 유사한 다리 저림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수험생의 척추관절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스트레칭이 방법이다. 스트레칭은 척추 주변의 혈액순환을 도와 뭉친 근육 속의 피로물질을 빠르게 제거하고 근육 경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 교수는 “스트레칭 동작은 천천히 부드럽게 해야 효과적”이라며 “다양한 동작을 하기보다는 신체 큰 부위별로 몇 개 동작을 10초 정도 유지하고 쉬었다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수차례 반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