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부산 앞바다서 발견된 상어 사체. [부산해양경찰서]
지난해 8월 부산 앞바다서 발견된 상어 사체. [부산해양경찰서]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다음에 또 와”

난데없이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 대형 상어 한 마리.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얻으며 순식간에 ‘관광스타’가 됐다.

부캉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만 수십만명. 바다로 돌아가는 날에는 “또 오라”, “건강하게 다시 와라”는 아쉬움 섞인 작별 인사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말 반길 일일까. 일각에서는 ‘부캉이’가 남긴 것이 섬뜩한 경고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연합]
20일 부산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시민들이 카메라로 담고 있다.[연합]

최근 우리 바다에서는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대형 상어의 출현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두 마리가 우연히 길을 잘못 든 수준으로 보기 어려운 변화다.

더 무서운 건 그 이유다. 상어가 갑자기 달라진 게 아니다. 빠르게 뜨거워진 바다를 따라 먹잇감이 움직였고, 그 뒤를 쫓는 대형 포식자들까지 우리 연안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급격한 해양 생태계 변화의 신호로 상어가 등장하고 있는 셈. 상어 한 마리를 관광명물로 바라보는 사이, 삶을 위협하는 자연의 변화를 외면하고 있었던 셈이다.

26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상어 ‘부캉이’가 등 지느러미를 노출한 채 유영하고 있다.[연합]
26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서 상어 ‘부캉이’가 등 지느러미를 노출한 채 유영하고 있다.[연합]

지난 6월 국립수산과학원은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우리 바다에 나타나는 대형 상어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주의를 당부했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대형 상어류의 출현이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해양 안전관리가 요구된다는 내용이다.

숫자로 보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수과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지난 6월 집계한 올해 동해안 대형 상어류 출현은 46건. 지난해 같은 기간 12건의 3.8배다.

단순히 ‘상어를 봤다’는 목격담이 늘어난 수준이 아니다. 수과원은 사람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대형 상어류의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에 상어 차단망 설치와 퇴치기 운영 등 안전시설 점검까지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아열대어종 흰배환도상어.[부산 해경 제공]
부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아열대어종 흰배환도상어.[부산 해경 제공]

여름철에도 마찬가지. 올해 1~8월 동해안에서 그물에 걸려 확인된 대형 상어는 73건. 지난해 같은 기간 29건의 2.5배다. 가장 많이 잡힌 건 청상아리 37건. 악상어와 청새리상어가 각각 10건, 무태상어와 귀상어도 각각 5건씩 확인됐다.

여기에는 몸집이 크고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종들이 포함됐다. 부산 북항을 들썩이게 한 상어 역시 이 가운데 하나인 무태상어로 추정된다.

올해에 한정된 얘기라고 보기는 힘들다. 점차 상어 출현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동해안 대형 상어 혼획은 2022년 1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15건, 2024년 44건으로 늘었다.

상어. [게티이미지뱅크]
상어. [게티이미지뱅크]

원인은 다른 게 아니다. 바로 ‘뜨거워진 바다’. 올해 4~6월 동해안 평균 표층수온은 16.3도였다. 평년보다 1.1도 높았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9도 높았다. 이에 따라 상어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들이 우리 바다로 움직였다.

수과원 또한 고등어와 참다랑어 등 대형 상어의 먹이가 되는 난류성 어종의 분포가 동해안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먹잇감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자 이를 뒤쫓는 포식자들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부캉이가 나타난 부산 앞바다에서는 더 광범위한 변화가 나타난다. 수과원이 지난해 4~11월 부산 기장 연안의 정치망 2곳에서 잡힌 어류를 조사한 결과 모두 212종이 확인됐다. 그중 아열대종은 무려 151종. 확인된 어종 수의 71%에 달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유영하는 상어 ‘부캉이’를 지켜보고 있다.[연합]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유영하는 상어 ‘부캉이’를 지켜보고 있다.[연합]

변화 속도도 심상치 않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1.6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 상승폭이 0.76도인 것을 고려하면, 전 세계 평균의 2배를 넘는 속도인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상어가 많아졌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어 출현은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 구조가 바뀌고 있는 신호에 해당한다. 실제 우리 바다의 먹이망과 수산업 전반에서 이전과 다른 징후들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미 바닷속 생물의 서식지가 달라지며, 기존 어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국민생선’으로 취급되던 명태, 오징어 등 주요 상품들의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고수온에 취약한 양식생물의 피해도 커진다.

29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에서 12일째 수로에 머문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연합]
29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에서 12일째 수로에 머문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연합]

올해 경남 남해안에서는 고수온으로 9월 중순까지 양식어류 약 698만마리와 전복 약 144만마리가 폐사했다. 경북 동해안에서도 양식어류 322만여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했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런데 정작 이번 상어에 쏠린 관심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부캉이’라는 이름이 붙은 뒤 북항에는 지난 28일까지 6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부산시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명예홍보대사 위촉 여부까지 시민들에게 물었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했다.

20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 있다.[연합]
20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출몰한 상어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 있다.[연합]

전재수 부산시장도 부캉이의 등장을 적극적인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상어 출현의 배경인 수온 상승과 해양생태계 변화보다, 관광객 유입과 지역 홍보 효과에 관심이 집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어 출현이 상징하는 생태적 신호를 지나치게 가볍게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당은 지난 22일 ‘상어는 경고하러 왔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상어의 등장을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하는 분위기를 비판했다. 아울러 난류성 어종의 북상과 대형 상어 출현 증가의 배경으로 수온 상승을 언급하며 “지금은 상어에 환호할 때가 아니라, 그 심각성을 깨닫고 삶과 시스템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청상아리.[헤럴드DB]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청상아리.[헤럴드DB]

한편 상어의 생태적 상태와 체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관광상품화가 앞섰고,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녹색연합은 29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례가 단순한 ‘상어 관광’ 논란을 넘어 야생동물 보호체계의 공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상어의 진입·체류 원인과 건강상태가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가 캐릭터와 관광 콘텐츠 개발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그 경험의 끝이 ‘부캉이’라는 이름과 관광상품뿐이라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한다”며 대형 해양생물이 항만·친수공간에 들어왔을 때 적용할 관찰·구조·보호 원칙과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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