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는 개인의 일로 그치지 않는다.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는 스타였다면 방송가는 초비상에 걸린다. 인기 그룹의 멤버였다면 그룹 전체의 활동에도 지장을 입는다.

방송사들은 대대로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에 민첩하게 움직여왔다. 출연 연예인이 사회적인 물의를 빚으면 기존 출연 분량 편집부터 후임자 물색까지 새로운 안을 찾는 데에 도통하다. 특히 여론의 정서에 민감한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지지부진하게 끄는 법 없이 놀라운 추진력으로 새 판을 짠다.

최근 연예계에서 줄줄이 빚어진 사건 사고에 방송가는 또 한 번 들썩였다.

개그맨 유상무가 20대 여성 성폭행 의혹에 휘말리자 KBS는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유상무가 출연 예정이었던 KBS2 ‘어느 날 갑자기 외.개.인’(이하 ‘외개인’) 은 예정돼있던 제작발표회와 첫 방송 일정을 미루며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다. 사태가 커비바 제작진은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 제작발표회를 진행하며 유상무의 출연 분량을 대폭 편집했다. 그간 방송에선 유상무의 얼굴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제작진의 고심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서 유상무는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 데다 웃음을 만들어내고 상황을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기에 유상무의 사건 이후 제작진은 난감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KBS 관계자는 “여느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제작진의 고충이 만만치 않다”라며 “특히 지상파, 공영방송의 경우 시청자들의 잣대가 더 엄격한데 하필이면 프로그램을 이끄는 주축이라면 많은 분량의 편집으로 프로그램이 심심해질 수 있다. 제작진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 강인의 음주운전 사고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강인의 경우 채널A ‘오늘부터 우리는’에 출연 중이었고, KBS 쿨FM의 ‘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 스페셜 DJ로, SBS ‘정글의 법칙 in 파푸아뉴기니’ 편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기존 출연 프로그램에선 최대한 분량을 편집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고, 당장 시작된 라디오 생방송은 대체 DJ를 섭외해 방송을 진행했다.

문제는 ‘정글의 법칙’이었다. 사전제작으로 진행되는 ‘정글의 법칙’은 최근 강인이 후발대로 합류해 촬영을 마쳤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강인은 이미 모든 프로그램에서의 자진하차를 결정했다. ‘정글의 법칙’의 경우 대체 인물을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닌 데다 이미 해외로 떠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촬영을 마친 뒤 방송을 기다리는 상황이었기에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강인의 얼굴을 편집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데, 여러 스타들이 야생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아낸 관찰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제작진의 고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 지난 16일엔 급기야 ‘정글의 법칙’ 측이 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다. 제작진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촬영이 아닌 사전제작으로 전 세계 오지를 다녀오는 ‘정글의 법칙’은 SBS에서도 최고 수준의 제작비를 자랑하는 예능이다. 방송 1~2개월 전 출연자와 장소 섭외를 마치고, 비행기 티켓까지 한꺼번에 구매해 현지에서 약 3주간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다. 강인의 음주운전은 이미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다.

사실 ‘정글의 법칙’이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로 홍역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이미 섭외를 마치고 왕복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뒀는데 출연자가 큰 파장을 일으킨 소송의 주인공이 돼 다른 출연자로 교체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날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제작비 절감 시대에 왕복 티켓 가격만 버린 셈이다.

2013년에도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연예인들의 도박 사건으로 이수근 붐 탁재훈 등 인기 예능인들이 줄줄이 방송을 떠났다.

당시 도박 사건으로 피해를 본 프로그램이 있었다. 케이블 채널 tvN ‘백만장자 마이턴’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12명의 스타들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게임을 벌여 최종 우스팀을 가린다. 출연자의 도박 사건으로 방송은 결방과 기존 녹화분의 전량 폐기를 결정했다. 회당 1억5000만원이 들어간 프로그램이 녹화된 3회분을 모두 폐기하니 4억 5000만원이 공중으로 사라졌고, 재녹화를 하려다보니 같은 비용이 들어갔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지지부진했던 프로그램이 제작비만 쏟아부은 격이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오고 있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PD는 “캐스팅에서 출연료나 인지도, 매력도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굳이 논란이 많고 사고위험이 높은 연예인과 사고위험이 낮고 소문이 적은 연예인 중 선택해야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후자를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기에 제작진으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간혹 방송이 들어갈 경우 당분간은 술 마시지 마라, 음주운전은 절대 안된다고 소속사에 얘기해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그룹의 사건사고는 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다 팀 활동에도 걸림돌이 된다.

이번 박유천의 추문은 사건의 파장이 크다. 업계에선 멤버들이 군 복무를 마치더라도 그룹의 활동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번이나 성폭행 혐의로 피소를 당한 개인의 행실이 JYJ 멤버 전체로 확산됐다. 그룹이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게 됐다”며 “그룹에서는 개인도 부각되지만 팀 전체의 이미지를 만드는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한 사람의 과실이 전체에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돌그룹의 팬덤이 이 같은 이유로 문제적 멤버들의 행실을 꼬집는 사례도 등장한다. 대형 사건 사고가 아닐 지라도 사소한 언행이 그룹 전체가 쌓아온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팬들도 각자 좋아하는 멤버들이 따로 있지만, 한 그룹으로 섰을 때의 전체 이미지와 행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정 멤버가 돌출행동을 했을 때 도리어 팬들이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요즘 팬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이 오래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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