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 4.13 총선 선거방송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의 각축전이었다. 각사는 지난 총선 당시 360도 VR을 도입했다. KBS는 개표현장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VR 영상을 제작해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유통했다. 디지털, 모바일 생중계는 무려 2만2000여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MBC는 스튜디오에 국회 본회의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가상현실(VR)을 구현해냈다.
보도국을 주축으로 하는 대형 이벤트에선 각사가 보유한 첨단 기술과 기법이 쏟아져나왔다. 불꽃 튀는 신기술 전쟁을 보여줄 콘텐츠가 많지 않기에 방송사에선 저마다 ‘최초’를 자랑하는 첨단 기술의 역량을 선거방송에 쏟아붓는다. 이번 총선에서 방송3사는 가상현실로 대동단결했다.
VR이 방송사의 미래 먹거리로 부흥 중이다. 선거방송, 보도뿐 아니라 이미 지난해에는 MBC 뉴미디이포맷개발센터가 장혁 오연서 주연의 ‘빛나거나 미치거나 VR’버전을 공개했다.
VR 콘텐츠의 강점은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의 전달이다. 특히 현장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보도,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에서 각광받고 있다. 드라마, 예능과 연계된 VR 콘텐츠 개발은 더디지만 각사는 자신들의 첨단기술을 활용할 콘텐츠 생산에 열의를 쏟고 있다. SBS는 지난 3월 LG전자, K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중국 양광칠성미디어그룹, 세븐스타웍스와 함께 VR 콘텐츠 개발과 플랫폼 구축을 위해 협력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실 방송사들은 해마다 특정 신기술에 열의를 보여왔다. 이미 3차원(3D) 영상이 첨단기술로 오르내릴 당시 각사에선 3D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3D의 보급화는 커녕 반짝인기로 그치며 각사가 투자한 비용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격이 됐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관계자는 “해마다 예산안을 책정할 때 신기술에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방송사에 있어 각사가 보유한 신기술과 이를 활용한 기법은 각사의 현재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속사정도 있다. 첨단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해 앞서가는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제작자들의 꿈이기도 하지만 “해마다 정부가 내놓는 신성장 분야의 지원과 혜택 여부, 방송사의 재승인 심사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올해엔 VR이다. 정부는 신성장 분야에 80조원의 정책금율을 지원할 계획을 밝히며 세분기준을 마련 중이다. 오는 7월 발표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영화·방송 콘텐츠 제작비의 최대 10%를 세액공제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문화콘텐츠 진흥세제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VR 영상 제작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다.
3D, UHD 등 다양한 신기술이 이미 방송 콘텐츠를 통해 제작돼왔지만, 기술의 발전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수용환경이 발을 맞추지 못해 신기술 대중화는 더뎠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 있어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기존 콘텐츠의 제작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든다는 점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난관으로 꼽혔다.
VR의 경우 유튜브 등을 통해 360도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돌려가며 볼 수 있다는 점은 대중화에 가속화가 붙은 요인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VR 전문인력이 부족해 콘텐츠 제작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촬영감독은 “전문인력이 아닌 기존 인력에게 VR 촬영을 맡기니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세라고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접근”이라는 비판도 현장에선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360도 카메라를 이용해 제작을 할 경우 3~4분 가량의 짧은 영상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60분 이상의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의 용량 문제, 수신장비와 대역폭 문제 등 난관이 많다. 이 감독은 “VR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선 4K 이상의 화질로 제작돼야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려면 충분한 저장공간의 확보와 수신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비용이 기존 콘텐츠를 제작할 때보다 수배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난관은 있지만 VR 콘텐츠의 이점이 제작자들을 부추기고 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VR 영상으로 보도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현장에 가있는듯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입장에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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