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 그 추운 곳에 혼자 있지마.”(이승환, ‘10억 광년의 신호’ 中)
이승환의 2년 만에 발표한 신곡의 제목은 ‘10억 광년의 신호’. 이 곡은 멀어진 상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천체우주연구소의 자문까지 구했다. “마음의 속도를 빛의 속도에 비유한 가사”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세월호 추모곡이라고 해석했다.
“세월호에 대한 곡은 아니에요. 그저 마음에 대한 가사, 그리움에 대한 신호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노래를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이미지와 상황에 이입해 해석하고 느껴주는 것, 그것이 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뜻한 것과 다르다고 도리도리할 것이 아니라 청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음악하는 사람의 도리이고 보람이죠.”
이승환은 지난 21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자신의 신곡을 이렇게 소개했다.
음원 공개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서울 시내 곳곳엔 ‘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승환이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가사에 더해진 독특한 마케팅은 이승환이 보여준 행보와 더해져 사회적인 해석을 낳았다. 그는 요즘 ‘정치병’에 걸렸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만큼 소신을 감추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상식이 아닌 것들에 길들여지고 있어요.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인정되고 통용되는 세상은 잘못된 거죠. 상식에 기반해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착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상식에 기반하며 이야기하고 느낄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슬픔을 공감할 수 있다면 착하게 사는 거죠. 내 의견과 신념을 피력하는게 자유 민주주의잖아요. 이러한 행동이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션으로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도 이승환은 내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으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한 사람, 음악적으론 후배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를 꿈 꾼다.
‘10억 광년의 신호’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앨범 ‘풀투플라이-전(前)’의 후편인 ‘폴투플라이-후(後)’의 수록곡이다. 전후편으로 앨범을 기획, 후편에 수록될 10곡의 녹음도 2014년 진작에 마쳤지만, 그는 최근 10곡 중 7곡을 폐기했다.
“전편보다 대중적이지 않을 거라고 이미 예고했기에 더 부담이 있죠. 음악이 좀 어렵더라도 약속을 지키려고 해요. 선배로서 책임감 있는 음반을 내야죠.”
심혈을 기울였고, 그만큼 공을 들였다. 앞서 ‘폴투플라이-전’ 앨범 제작비만 해도 7억2000만원, ‘10억 광년의 신호’ 싱글 작업에만 약 1억원의 비용을 들였다. ‘자본의 미학’이라고, ‘돈 들여서 누가 그렇게 못 만드냐’는 조롱도 나온다고 한다. 이승환은 그러나 “결국 27년차 선배가수가 나아갈 길이 아닌가 싶다”며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 홍대에서 어렵게 음악하는 친구들에게 ‘나이 쉰이 넘었어도 누군가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