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멀지만, 인문학책 독서 점점 늘어나 -서울시내 8개대학 도서관 대출 들여다보니

[헤럴드경제=신동윤ㆍ구민정 기자] 인문ㆍ사회과학 분야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되던 ‘위기’ 상황을 넘어 조금씩 ‘부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업전쟁 등으로 각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생들이지만 최근들어 과거에 비해 인문ㆍ사회과학 분야 도서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2016 세계 책의 날]대학생, 4년새 ‘인문ㆍ사회’ 도서 대출 늘었다

사실 인문ㆍ사회과학 도서는 대학에서 찬밥 취급을 받았다. 인문학이 중요한데도, 취업난이나 학업난에 겹치다보니 자기 계발서나 전공 관련 책만 찾는게 대학생의 몇년간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최근 인문, 사회과학도서를 찾는 학생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는 것이다.

23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을 맞아 헤럴드경제가 서울시내 주요 8개 대학으로부터 최근 5년간(2011~2015년) 도서관 도서 대출 목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모든 대학에서 인문ㆍ사회과학 분야 도서의 대출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대학에 소재한 도서관 대출 상위 50개 목록 가운데 지난 2011년과 2015년의 결과를 비교한 결과 인문 사회과학 도서의 수가 가장 크게 늘어난 학교는 동국대로 2011년 6권에서 2015년 16권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서강대(8→13권), 중앙대(9→11권), 경희대(3→9권), 연세대(5→9권)가 그 뒤를 이었다. 권수는 비록 작지만, 그래도 증가세에 있다는 것은 유의미해 보인다.

(23일)[2016 세계 책의 날]대학생, 4년새 ‘인문ㆍ사회’ 도서 대출 늘었다

이처럼 인문ㆍ사회 분야 도서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난 3년간(2012~2014년) 가장 많이 팔린 도서의 목록에 문학작품이 이름을 올리던 것과 달리 지난 2015년에는 ‘아들러 심리학’으로 유명한 인문학 도서 ‘미움받을 용기’가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 진입한 인문 분야 서적의 수도 10권으로 전년(6권) 대비 증가했고, 전체 도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4% 감소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인문 분야만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10.2% 늘어났다. 이 결과 지난해 전체 도서 판매권수 중 인문 분야 서적의 점유율은 2014년 3.1%보다 높아진 4%를 기록했다.

조도현 한밭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불과 5년전만해도 인문학 자체가 돈이 안되는 학문이라고 인식하고서 대학생들도 도외시했던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문학이 취업난과 인간 소외 현상이 만연한 삶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대학생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문ㆍ사회과학 분야 도서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여전히 대학생들은 과학ㆍ기술 분야 도서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각 대학별로 지난해 도서관 대출 상위 50개 목록에 과학ㆍ기술 분야 도서 1권 이상 이름을 올린 대학은 조사 대상 8개 대학 중 동국대(1권)와 서강대(1권) 등 2개교에 불과했다.

(23일)[2016 세계 책의 날]대학생, 4년새 ‘인문ㆍ사회’ 도서 대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박재근 경인교대 과학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대학생들은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아지다보니 인터넷에서 정보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과학적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독서란 습관이고 즐기는 마음으로 즐겨야 하는데 이공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본인 전공이 아니면 호기심 자체를 가지지 않는 모습도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버금 가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과학ㆍ기술적 소양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며 “관련 분야 도서에 대한 관심은 미래 한국사회에 도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알파고 혁명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