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미국과 중국의 6자회담 수석 대표들이 뉴욕과 워싱턴에서 3번에 걸쳐 만나 회담 재개를 위해 집중 협의를 가졌지만 회담이 이렇다할 진전없이 끝나 6자회담 재개 여부를 전망키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4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이른바 ‘뉴욕 회동’을 가진데 이어 17일에는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3차 회동’을 갖고 북핵 6자회담 재개 조건 조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세 번의 회동에서 양측은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과 실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에 대해 평가하고, 6자회담을 열기 전 북한이 취해야 하는 조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부나 중국 외교부 등은 이번 연쇄 회동 결과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우 대표가 지난달 중순 평양을 다녀온 만큼 북한의 입장을 반영한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관측했다.
3일에 걸쳐 집중적인 논의가 오간 만큼 북한이 회담 전 취해야 할 선제조건에 대한 양측의 확고했던 입장에 다소 유연성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5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논평에서 “뉴욕에서 진행된 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은 생산적인 토론이었다”면서 “양국이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에 합의했다. 이번 회동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려는 양국의 심도 있는 고위급 대화의 일환”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앞서 열린 한ㆍ미ㆍ일 수석대표 회동 직후 회담의 형식과 방법론에 있어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는 발언도 나왔다.따라서 북미 간 대화 뿐 아니라 한ㆍ미ㆍ중 3자 혹은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사전에 포기토록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적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내부적으로 여러 얘기가 오갔을 수는 있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인 현 상황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오바마 행정부 대다수 관료들은 대화 전략의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지만 6자회담 만으로는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도 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질 정도로 한ㆍ미 양국의 군사적 억지력이 갖춰진 후에야 대화가 의미가 있다는 여론이 거세다”고 설명했다.
우 대표가 데이비스 대표 외에도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도 만난 만큼 18일 귀국 이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평양을 방문해 미국의 입장을 재차 북한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