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오늘은 왜 안 적으세요? 초심을 잃으신 건가요?”
웃자고 농담을 던졌다. 요즘 이 남자에 많은 ‘남자들’이 푹 빠졌다. 배우 진구다. 화제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KBS2)를 통해서다.
진구를 만난 기자들은 그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4년 전, 진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노트를 펴고 기자의 말과 자신의 답변을 키워드로 적었다. 흔치 않은 배우의 행동이었다. 사실 연예인과 기자는 ‘1 대 다수’의 관계다. 인터뷰를 통해 한 번 만났다 해서 연예인이 무수히 많은 기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행동을 보이거나 대화가 오갈 경우 서로에 대한 기억은 강하게 남는 법이다. 진구가 이 같은 경우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진구를 최근 만났다. 농담을 던지니 진구는 박장대소하며 메모지와 펜을 찾았다. “초심이라기엔 너무나 민망하다”며 “중심이라고 해달라”고 말했다. “비틀거리고 있네요. 하하”
진구는 자신이 노트를 꺼내 기자들과의 대화를 적어놓은 이유를 “안면인식 장애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을 못 한다. 인터뷰 이후 나중에 다시 만나면 언제 봤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기억을 못해 메모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차도 쌓이고 작품에서 비중도 높아지고, 매체도 많아지다 보니 더 기억하기가 힘들어졌다”며 “그 때부터 노트를 마련해 나눴던 대화와 매체, 이름을 적어둔다. 그런 노트가 두 권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동안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키워드로 옮겨놓는 것에 있어선 신중함이 묻어난다. “혹시라도 인터뷰 중 말실수를 할 경우를 대비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며 “며 “수첩에 적어놓고 보면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나온 돌발질문에 진구는 당황한 듯 하면서도 유쾌하게 웃어넘기며 “앞으론 중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덕에 메모지를 꺼내 적은 첫 번째 단어는 ‘초심’, 두 번째 단어는 ‘중심’이 됐다.
실제로 진구는 ‘중심’을 잃지 않는 배우다. 진구는 이미 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돌풍’의 주역이 됐던 신예였다. 일주일 동안 3개의 광고를 찍었다. 자신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구독해서 봤을 정도였다. 그 당시 진구에 관한 기사의 헤드라인이 바로 ‘진구 돌풍’이었다. “임팩트가 워낙에 셌던 헤드라인이었다. 그 인기가 안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지나갔다”며 “상처도 받았지만, 어린애들이 다치면 잘 낫는 것처럼 잘 지나왔다. ‘태양의 후예’가 ‘올인’보다 더 뜨겁고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다. 하지만 덜 들떠 있다. 꾸준히 지금의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30대에 다시 맞은 전성기를 차분히 보내고 있는 그는 40대가 될 배우 진구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마흔이 된 똑같은 저일 거예요. 흔들리지 않는 그냥 배우요. 아! 40살 톱배우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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