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중점둔 2집 정규 앨범 ‘매니악’ 해보고 싶었던 것들 리듬으로 표현 작업 단계부터 공연 생각하고 제작
음악인생 39년차의 완벽주의 추구 진짜 프로? 전체를 볼줄아는 연주자
아주 옛날 노래부터 강남스타일까지 100년간의 애창곡 편곡 해보는게 꿈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 황혼의 거장, 기타의 신(神)….
최희선(55)을 설명할 수사를 붙이는 건 사실 쉬운 편이다. 하나의 세계에서 일가를 이뤘기에 ‘최고’, ‘거장’과 같은 단어라면 지난 39년간 ‘기타’를 손에서 놓치 않았던 그의 음악적 삶을 금세 적어내려갈 수 있다.
1977년 데뷔해 밴드와 세션 연주자,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 시절 대한민국 가요사의 절반엔 기타리스트 최희선의 이름이 올라있다. 연주자라면 누구나 흠모할 만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지금까지 정상을 지키고 있다. 두 장의 연주 앨범을 통해 ‘기타리스트’로의 삶을 적어가는 최희선의 행보는 후배 연주자에겐 그 자체로 이정표이자 꿈이다.
지난달 28일 새 앨범 ‘매니악(Maniac)'을 발매한 최희선을 지난해 이사했다는 서울 송파동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스스로에겐 엄격한 뮤지션이었고, 대중에겐 친절한 거장이었으며, 연륜을 핑계로 연습에 게을리하지 않는 부지런한 기타리스트다. 지독한 자기관리 덕에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40대처럼 보이는 외모에선 ‘완벽주의자’ 기타리스트의 성향이 묻어난다.
▶“나는 기타리스트다”…최희선이 진짜 하고 싶은 것=‘매니악’은 정규 2집이지만, ‘숫자’ 대신 앨범의 ‘제목’에 더 많은 의미를 담았다. “진짜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담았다. “‘나는 기타리스트’야, 이런 구성으로 만들었어요. 마니아들이 들으면 더 좋아할 법한 앨범이에요.”
최희선은 다섯 살에 기타를 잡았다. 아버지가 악극단에서 기타를 쳤다. 고향인 경북 상주에서 “유일하게 기타가 있는 집”이었다. ‘음악적 재능’은 아버지 덕분이라고 한다. “기타를 친 지 50년은 된 것 같아요. 어릴 땐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놀았겠죠. 제대로 된 곡을 친 건 68년, 69년쯤이었던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벤처스(Ventures)의 ‘파이프라인(Pipeline)’을 쳤어요. 꽤 오래 됐죠. 아직도 하고 싶은 건 많아요.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알게 되니 지금까지 한 것보다 하고 싶은게 더 많아요.”
이번 앨범엔 그 열망이 담겼다. 앨범은 화려한 솔로(‘댄싱 핑거스’)로 시작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프레이 포 코리아’의 묵직한 소리로 끝을 맺는다. 전체 구성뿐 아니라, 한 곡 한 곡에 기승전결을 입혔다. 가사는 없지만, 제목과 연주를 통해 최희선이 그리고자 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시작부터 강렬하고 간결한 리프(‘댄싱 핑거스’)에선 녹슬지 않는 기타리스트의 솜씨를 감탄하게 된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가락은 세월도 잊는다. “이번 앨범은 다들 카피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다채로운 리듬 안에서 그의 연주는 정교(‘나비’)하고, 쭉 뻗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리프는 묵직(‘하이웨이 시그니처’)하다. 타이틀곡 ‘매니악’은 기타를 잡는 사람들도 혀를 내두른다. 거장도 고백한다. “공연 때문에 연습하는데 나도 잘 안돼요. 연습 많이 해야겠더라고.”
화려한 연주들이 지나면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스위티스트 러브’)가 귀를 사로잡는다. 서정과 격정을 오가는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담았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담긴 ‘삼백시티’가 경쾌하게 흐르고, 조용필 12집 ‘세일링 사운드(Sailing Sound)’에 수록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가 꿈길을 걷는 듯 이어진다. 이미 만들어놓은 뒤 조용필의 “허락을 구한 노래”라고 한다.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부터 해주셨죠.”
그가 아직 ‘해보고 싶은 많은 것’ 중 하나는 명곡을 재해석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곡들, 아주 옛날 것부터 ‘강남스타일’까지 역대 100년을 찾아서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조금 좁히면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레파토리 중 ‘꿈’, ‘그 겨울의 찻집’ 같은 곡을 새롭게 편곡해보고 싶고.”
▶음악인생 39년, “기타는 점점 못 치지만 음악은 더 잘 하고 있다”=지금도 그는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 정도”의 완벽주의자다. 연습량도 그만큼 많다. “음악 말고는 특별히 하는 것도 없다”고 한다. 건강관리를 위한 축구 외에는. 39년간 기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길지만 그는 “기타는 더 못 치고 있다”고, “30대 중후반에 가장 잘 쳤다”고 말한다.
“기타는 점점 잘 하지 못 하는데, 음악은 점점 잘 하고 있어요. 손가락이 펄펄 날아다니며 날이 바짝 서있을 때는 음악을 잘 하는 것엔 관심이 없어요. 내 기타만 하면 되니까, 기교가 되니까. 하지만 기타는 손을 사용하는 거지, 손으로 치는게 아니에요. 손만 가지고 치는 건 사람을 놀라게 할 수는 있어도 감동을 줄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음악을 잘 하는 거예요. 음악을 잘 한다는 것엔 연주가 들어가있어요. 동료와의 조화가 잘 맞아야 하죠. 전체를 볼 줄 아는 연주자, 음악인이 진짜 프로예요.” 최희선이 지난 23년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일 수 있었던 이유다.
두 장의 앨범이 나왔기에 다가오는 3월 공연은 더 풍성한 곡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3월 25일, 26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이번 공연에선 앨범에 배치된 곡 순서대로 연주가 이어질 예정이다.
‘매니악’은 작업 단계부터 공연을 염두하고 제작했다. “라이브를 하듯이 기타 드럼 베이스로만 녹음”해 빈티지한 사운드를 꽉 채운, “소리에 중점을 둔 앨범”이다. 이번 앨범에 각각의 곡마다 연주한 악기 사진이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소리에 중점을 뒀다는 건 그것의 색깔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소리는 연주하는 사람의 표현이에요. 상황에 맞게 연주하고, 상황에 어울리는 소리를 내는 연주가 훌륭한 연주자인 거죠.” ‘소리를 잘 내는 연주자’ 기타리스트 최희선의 바람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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