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외계인 도민준·로또 운석…전에 없이 친숙해진 별 그리고 우주 달토끼의 감성과 블랙홀의 과학…미지의 세계 우리 곁으로 한걸음 더

직립 보행을 하며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 인간. 그에게 별과 눈맞춤은 숙명이다. 아득히 먼 옛날 원시인의 눈에도 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은 지극히 아름다웠다. 미숙한 그들의 심미감을 일깨워 문화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촉매였을 터다. 별을 바라본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다.

우리는 생명 주기에 걸쳐 별을 마주한다. 할머니 품에 안겨 ‘별 하나 나 하나…’로 시작되는 구전동화와 노랫말을 들으며 자랐다. 옆동네 만수 집에서 흙범벅이 되도록 놀고 돌아오는 논밭 길, 건네받은 커다란 랜턴을 하늘로 쏘아보니 내 별 하나가 쏘옥 들어온다. 그리운 이를 보내어 슬픈 마음 달래주던 술동무도 별이었다. 떠난 님은 별이 되었으리라고 무심코 중얼거리기도 해 본다.

아름다움은 최고의 가치, 동경의 대상, 보물이 된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서 연모하던 주인집 따님 스테파네트는 목동에게 가장 아름답고 가장 지켜주고 싶은 별 자체였다. 벤츠의 삼각 별 엠블럼은 창업자 다임러가 아내에게 보낸 엽서에서 “언젠가 이 별이 우리 공장 위에 찬란하게 빛날 것이오”라는 글과 함께 그려놓은 별이었다.

별의 각인은 세월을 거스를 만큼 강렬하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잇는 매개가 된다. 윤동주가 ‘별 헤는 밤’에서 “별 하나에 추억”을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문학 속에서 감성적 소재로 애용되는 별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과학의 눈’이다. 종교, 철학,과학의 구분이 애매했던 시절엔 하늘의 뜻을 헤아린다는 점성술에 더 가까웠다. 그러다 우주 자체의 현상을 규명하는 천문학 등으로 발전하면서 비로소 별에 싸인 상상과 감성의 옷을 한꺼풀씩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1969년 항공우주학의 총아인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으로 명백히 다가온 별과 우주는 그 무렵부터 낯설고 어려운 존재가 됐는지 모른다. “지구 정반대편 사각에 우리와 같은 별이 같은 주기로 돌고 있을지 모른다”는 지구과학 선생의 말씀만으로는 식어버린 호기심과 감상이 되돌아오지 않았다.

2014년 봄, 멀리 떠났던 별과 우주가 불쑥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끌며 먼저 분위기를 띄웠다. 잘생긴 외계인 도민준은 국내 여성팬뿐 아니라 중국 등 한류 팬들의 마음마저 흔들었다. 이어 지난 달 9일엔 경남 진주에서 71년만에 유성의 파편인 운석이 떨어져 당국에 회수됐다. 한동안 진주는 값비싼 운석을 찾아내려는 외지인들로 북적였다.

열흘 뒤엔 우주 생성과 관련한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 대중에 공개됐다. 138억년전 대폭발(빅행) 직후 극히 짧은 순간에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면서 지금과 같이 평탄하고 균일한 우주가 형성됐다는 인플레이션(급팽창)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 중력파의 흔적을 초고성능 천체망원경으로 찾아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금세기 손에 꼽을 역사적 발견”이라며 흥분했다.

이 같은 문화와 과학, 감성과 이성의 ‘우연한 콜라보레이션’이 ‘우주 신드롬’을 낳았다.

도민준이 극중에서 읽는 동화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지난 2009년 출간 당시 묻혀 있다 드라마 덕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판사들은 서둘러 우주 관련 서적 출간 계획을 세우고 있고, 모 인터넷서점 측은 아예 도민준을 내세운 별도 코너를 뒀을 정도다.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찾는 천문관측 동호회도 가입 문의가 증가하는 등 부쩍 힘을 받고 있다. 우주 무늬를 프린팅한 ‘갤럭시 레깅스’도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우주 신드롬은 한 차례의 열풍이다. 어느 사이엔 다시 시들해진다. 하지만 반드시 또 온다. 국산 블록버스터급 이벤트가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다. 이르면 2021년 한국형발사체에 얹은 탐사선이 달 토끼를 찾아나선다.

조용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