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 4학년 2학기 대학 강의실은 텅 비었다. 졸업하기도 전에 취직했다. 그리고 2, 3년 안에 결혼했다. ‘20대 아빠’는 보통 사람이었다. 서른만 갓 넘어도 노총각ㆍ노처녀로 불렸다. 활황이 만든 ‘쌍팔년도’ 풍경이다. 요즘은 40대가 됐더라도 노총각ㆍ노처녀가 넘쳐난다. 일부는 ‘결포’(결혼포기)의 길을 걷고 있다. ‘불황’의 단면이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핵심 스토리 라인 중 하나는, 여자 주인공과 인연을 맺는 남자 주인공들 중에서 누가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되는지 추리하는 과정이다. ‘응답하라 1988’(응팔)도 덕선의 남편이 누구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만큼 결혼에 대한 관심은 지금이나 1988년이나 높았다. 다만 실제 결혼하는 나이는 크게 달라졌다.
결혼을 준비하는 비용도 천지차이다.
1988년 11월 한 일간지에는 당시 결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가 실렸다. 가정생활교육원이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드러난 결혼을 둘러싼 환경은 현재와 사뭇 다르다.
결혼비용에 대해 남성의 경우 300만~500만원이 든다는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고 여성의 경우 500만~700만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34%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세값 등 신혼집 마련에 드는 돈은 제외한 액수다. 결혼 후 주택 마련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운 47%가 “결혼 후 부부가 합심해 내집을 마련한다”고 답했다.
올해 초 듀오웨드가 갓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5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랑은 전체 평균비용의 64%인 1억5231만원을, 신부는 8567만원을 부담했다. 물론 이는 전세값 등 신혼집 마련에 드는 비용을 합한 액수다. 전체 평균 비용에서 신혼집 마련에 드는 액수를 제하면 6963만원 정도다. 응팔세대 신혼부부에 비해 현재 5~8.5배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셈이다. 1988년에 비해 2014년까지 소비자물가가 2.8배 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결혼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결혼 관련 업체들의 바가지는 여전했던 모양이다. 당시 한 경제지의 기사를 보면 “서울과 지방에 흩어져 있는 일부 예식장이 초호화 대형화 되면서 지나치게 상업주의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남의 한 예식장은 하객 150~28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고 432만2000원이나 든다”며 세태를 한탄하고 있다. 식대를 1인당 4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1000만원이 훌쩍 넘게 드는 현재로선 부러울 따름이다.
예식장들이 바가지 영업에 몰두하다보니 당시에도 예식장이 아닌 장소에서 결혼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올리고자 하는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 결혼식장알선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예비신부 중 51%는 이상적인 결혼식 장소로 야외나 정원을 꼽았고 그 다음은 종교시설(20%), 공공기관(12%)을 선호했다. 예식장이 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1988년은 정부가 이미 유명무실화된 가정의례법령을 대거 고쳐 청첩장을 보내 하객을 초대하는 행위나 관광호텔 예식, 답례품 제공이 허용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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