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헤 사람들’의 ‘험지출마론’이 불거지고 있다.

강남과 대구 경북(TK)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새누리당 텃발 ‘물갈이론’과 ‘험지출마론’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정부 주요 인사가 강남 및 TK 지역에 대거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 두 논리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충돌 양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험지출마론의 총대는 수도권 비주류 의원이 메고 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4일 개인 블로그에서 ‘진실된 사람의 정치’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장ㆍ차관과 수석비서관 등 정부 고관 출신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채비하며 영남과 서울 강남을 지역구로 물색하고 ‘TK 물갈이’니 하며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며 “고관으로 임명돼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다시 국회의원으로 ‘임명’돼 부귀영화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ㆍ여당을 진정 위한다면, 수도권 야당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에 출마해 정권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신들이 지도자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의리’있는, ‘진실된 사람’의 정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당 텃밭인 TK나 강남지역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승산을 예측할 수 없는 수도권에서 승부해야 한다는 험지출마론이다.

앞서 같은 당 김용태 의원 역시 ‘박근혜 사람들’의 험지출마를 거론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서 이기려면 하나라도 의석을 가져오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격전지인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야당을 이기려면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분들이 박근혜 정권의 비전으로 선거를 치러서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정현 의원의 반의 반은 해야 할 것 아니냐”고도 했다. 새누리당에서 유일하게 전남 지역에서 당선된 이 의원의 사례를 언급한 것.

이들을 중심으로 험지출마론이 불거지는 건 이들 역시 험지에서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명분이 기저에 깔렸다. 정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 서울 서대문을에서 625표 차로, 김 의원은 서울 양천을에서 1780표 차로 신승했다. 험지에서 도전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할 명분이 있는 셈이다.

험지출마론은 ‘물갈이론’과 정면 대치된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제기한 물갈이론은 강남 및 TK 지역에 신진세력을 대거 출마시켜야 한다는 게 핵심이지만, 청와대 주요 인사가 이들 지역에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결론적으로 ‘신진세력 = 청와대 인사’란 등식이 만들어졌다. 결국 이들을 험지로 내보낼지 텃밭으로 보낼지에 따라 험지출마론과 물갈이론의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