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제주 제2공항이 연일 화제입니다. 한편에서는 25년만에 제주도민들의 숙원이 이뤄졌다며 축배를 들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생겼다며 극렬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성산읍 인근지역에 땅값이 급등해 땅주인들이 횡재를 맞았다는 얘기도 투기세력이 정보를 미리 알고 발표전 토지 매입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난 10일 성산읍으로 제2공항 부지가 발표된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환경파괴 문제입니다.
독자분들도 아시다시피, 제주는 우리나라의 ‘보석’과도 같은 섬입니다.
제주로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만큼, 제주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특히 제주 전역에 걸쳐 봉긋봉긋 솟아오른 368개의 오름은 그 보석을 더 빛나게 합니다. 천년만년 간직해야 할 이 보석에 고작 공항하나 때문에 흠집이 생기다니요.
당치도 않은 얘기입니다. 고이고이 모셔두고 시간날때마다 닦음질을 해야하는 보석에 흠집이라니, 어림도 없는 얘기지요.
제주도청도 이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초청으로 한데 모인 기자들에게, 김남근 제주도청 제주공황확충지원단 단장은 “성산읍은 여러 대안 중에서 환경훼손이 최소화되는 지역”이라면서, “오름을 깎는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30명이 되는 기자들이 모인 브리핑 자리니, 이 말은 공식적인 발언이겠죠.
하지만, 기자는 제주도청이 뭔가를 말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2공항이 발표된 지난 10일, 나웅진 국토교통부 공학정책과 과장님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일부 산을 깎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제주도청을 중심으로 제2공항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나 과장님의 발언이 실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이겠거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돌아온 뒤 지난 25일 기자는 비슷한 얘기를 또 듣게 됩니다. 성산읍으로 공항입지를 결정지은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검토 연구 용역’의 전체 책임자,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였죠.
김 교수님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름을 깎지 않아도 되냐는 질문에 “지금 현재 안 대로라면 깎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기본계획이 세워지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소음피해 가구들에 대한 도청 대응에 따라 오름 절취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제2공항은 성산읍 신산리 농가지역에서 5㎞정도 떨어져 있는 수산리 기상대 위쪽까지 들어설 예정입니다. 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비행기는 신산리인근에 있는 큰왕메오름(대왕산ㆍ해발 641m)과 말미오름(두산봉ㆍ145.9m)을 사이로 드나들게 됩니다.
문제가 되는 오름은 큰왕메오름입니다. 김 교수님은 소음피해농가와 합의에 따라 활주로의 위치가 바뀔 수 있으며, 활주로의 위치가 바뀌면 큰왕메오름을 건드리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교수님은 “소음피해농가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데 실패하거나 소음피해농가에게 법적인 테두리내에서 그들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지 않으면 활주로의 위치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교수님은 “활주로의 위치가 틀어지면, 많게는 대왕산의 절반을 절취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오름이 깎이다니요. 안되죠. 안되는 말씀입니다. 원 지사님은 책임지고 제2공항건설과정에서 오름에 흠집이 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원 지사님을 대신한 단장님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얘기했으니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
24일 서울행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기자들은 큰물메오름(대수산봉ㆍ해발 137.3m)에 올랐습니다. 공항이 들어설 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습니다. 오름에 오르며, 기자 한명이 오름은 제주도민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냐는 다소 낭만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함께 동행한 현학수 제주공황확충지원단 팀장님은 머뭇거리지 않고 “오름은 어머니”라고 답했습니다. 오름들이 저마다 촌락을 끼고 있어 그 하나하나가 도민들을 어머니의 품으로 안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절대 안될 일입니다. 오름을 깎다니요. 어머니에게 칼을 대서는 안될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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