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ㆍ김진원 기자]형사사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범행으로 인해 발생한 물적 피해를 물어달라고 요구했을 때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가해자에게 내리는 ‘배상명령’ 액수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형사사건의 대다수가 사기ㆍ공갈 사건인 점을 고려하면,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액 피해를 입더라도 형사상 손해배상을 받으려는 절박한 이들이 법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얘기다. 2일 대법원이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형사사건 배상명령액은 사상 최고액인 1470억원에 달했다.

최근 3년 간 배상 신청건수로만 보면 2012년 6548건, 2013년 6851건, 2014년 6054건으로 소폭 증감을 반복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법원의 인용금액은 691억원, 1187억원, 1470억원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이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불황기에는 고수익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심리를 공략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여기에 최근엔 IT(정보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한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사기ㆍ공갈 사건은 지난 10년 간 138% 폭증하며 사기 피해자들을 양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1심 형사재판에 넘겨진 사기ㆍ공갈 사범은 2005년 2만9114명에서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가 절정에 달했던 2009년 3만9788명으로 늘어났다가, 이듬해 3만4720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이어 2013년 3만8483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더니 2014년에는 급기야 4만308명을 기록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기 사건 피해가 늘어난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사기 피해를 입은 이들이 형사재판 중 재판부에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에 배상명령을 신청하고 싶더라도, 대상이 제한적이고 각하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의 실질적 피해 보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석우 변호사는 “배상명령 제도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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