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경상남도 진주 남강을 타고 올라오면 진주에는 프로야구 정규리그보다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 정규전이 펼쳐집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싸움소는 1100㎏까지도 거뜬합니다. 자동차보다도 큰 소들이 디젤엔진 소리만큼이나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두 눈 크게 부릅뜨고 박치기합니다. 이때 나는 둔탁한 소리를 들으면 황소의 힘이 절로 느껴져 소싸움 경기에 매료되지요.진주 소싸움은 삼국시대 전승 기념 잔치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집니다.
조선의 민속놀이로서 진주 지방 소싸움이 언급될 정도로 유래가 깊고 우리나라 소싸움 대회의 발원지라고 합니다. 현재의 소싸움 대회는 2001년부터 격주로 진행되다 2006년부터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상설 소싸움 대회로 발전했답니다. 그 역사만 해도 10년이 훌쩍 넘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이들로 인해 진주 소싸움 대회가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상설경기장 관람석 한편에서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가족단위 관람객이 자리 잡고 황소들을 응원하지만, 맞은편 관람석에는 중년의 남성 30여명이 줄담배를 피우며 소싸움을 보고 있는 겁니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표정으로 몰입돼 있는 모습은 마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것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우주(소 주인)와 싸움소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다 그중 한 마리가 뒷모습을 보이며 육중한 몸으로 도망치는 순간 그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여러 장의 5만원권 또는 수표를 주고받습니다. 대구에서 초등학생 둘을 데리고 진주로 봄맞이 가족여행을 왔다가 아이들에게 황소의 기운 센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들른 한 학부모는 “경기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많은 돈이 오고가니 해도해도 너무하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봐 겁이 난다”며 두 경기만 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군요. 보통 매주 15경기가 치러지는데, 황소의 전의 상실로 성사되지 않는 두세 경기 빼고 매 경기에 일인당 수십만원의 돈이 오고가니 꽤 큰 도박판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단속이나 제재도 없었습니다. 다음날 진주 소싸움 대회를 주최하는 진주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물으니 “일부가 도박을 하는 것을 알고 있어 경기장에서 장내방송을 통해 계도를 하고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놓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날 경기장에는 어떠한 방송도 없었고 주위에 경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설 투견장을 만들고 도박을 하다 경찰에 검거되는 뉴스를 접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주 전통 소싸움 경기는 진주시에서 주최하는 공식 경기라 단속이 없는 걸까요?
전통과 규모를 자랑하는 ‘토요 상설 진주 소싸움 대회’가 도박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실효성 있는 단속과 계도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찾을 수 있는 경기장이 되길 바랍니다.
▶ 이곳은 진주 소싸움장입니다▶ 누렁이는 싸웁니다…영문도 모른 채▶ 누렁이는 피를 흘리고… ▶ 사람은 돈을 법니다 ▶ 사람만이 압니다…이 싸움의 의미를글ㆍ사진 김명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