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2살 난 딸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정미소(29ㆍ가명) 씨는 최근 남편과 가사 분담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 서운한 감정이 폭발했다. 정 씨가 퇴근 후 하는 집안일은 요리와 설거지, 청소, 빨래, 아이 목욕 등. 반면 남편의 가사 노동은 빨래 널기, 쓰레기 버리기, 아이 변기 비워주기 등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정 씨는 “남편에게 제발 본인이 먹은 것, 늘어놓은 것만이라도 치워달라고 애원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나도 할 만큼 하고 있다’였다”면서 답답해 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가사 노동이 ‘여성만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지만, ‘독박 육아’, ‘독박 살림’ 등 여전히 이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남성들의 가사 분담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아내들의 이같은 불만에 남편들도 “쓰레기 분리수거나 설거지는 내 몫”, “아내가 임신한 뒤엔 요리조차 내가 한다”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서며 갈등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23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발표한 ‘취업 기혼여성의 가사노동과 직무만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 남성들의 가사 분담 비중은 연령이 낮아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30대 남편이 전체 가사 노동을 100%로 봤을 때 16.64%정도를 분담한다면, 40대는 12.46%, 50~60대는 14.09% 정도 가사 노동을 분담했다.
20~30대 기혼 여성들의 가사 노동 분담에 대한 만족도도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20~30대 기혼 여성들이 가사 노동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가사 노동 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20~30대 기혼 여성의 절대적 가사 노동 시간이 1343.28시간으로 40~60대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50~60대 기혼여성은 20~30대 기혼 여성의 3분의 2 수준인 944.88시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병훈 교수는 이에 대해 “남편이 어느정도 가사 분담을 해주고 있지만, 20~30대가 출산과 미취학 아동에 대한 양육을 하는 시기인 만큼 절대적 가사 노동 시간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워킹맘 김모(31ㆍ여) 씨도 “평일엔 남편이 퇴근 시간이 늦어 내가 집안 일을 도맡아 하지만 주말에는 남편이 설거지에 청소, 빨래 등을 한다”면서 “이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똑같이 직장생활 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해주는 걸 버거워할 때면 얄밉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들의 가사 노동 시간이나 노동 강도 등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가사 분담 비중은 여전히 남편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기혼 여성들의 경제활동 증가에 따라 가사도구의 활용과 가사서비스의 상품화 및 외부화 통해 절대적인 가사노동시간과 가사노동 수행정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남편과의 가사노동분담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성역할분업구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부부들은 끊이지 않는 가사 분담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상호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재단하듯 가사를 분담한 뒤, 이를 놓고 시비를 가리기보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집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4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자영업자 김모(36) 씨는 “아내가 나보다 퇴근이 늦어 평일엔 어쩔 수 없이 내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지만, 사정이 나은 사람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랑하는 만큼 양보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